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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월호 | 뉴스단신 ]

인병득 신구대학 공예디자인과 교수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6:29:01
  • 수정 2018-02-14 09: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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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한 도자 열전(列傳)

글/사진 인병득 신구대학 공예디자인과 교수

내 이름을 풀이하자면 ‘도장(印)을 찍어 만든 기물을 불(炳)에 구워 얻는다(得)’란 뜻으로 볼 수도 있다. 팔자려니 생각하건만 어찌어찌하여 도예에 입문한 지도 어느새 30년 가까이 되었다. 지겹게도 흙을 만졌건만 이제서야 흙맛을, 불맛을 알듯하며 그에 따른 호기심도 무궁무진하여 언제나 실험적인 자세로 작업에 임하곤 한다. 내가 처음 도자와 인연을 맺게 된 곳은 청운도예에서였다. 돌이켜 보면 당시만큼이나 도공들이 가장 열심히 했던 때는 적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으며, 지금도 나는 그 당시에 도자기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때는 요장마다 분업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제조 과정별로 배치된 인원들을 중심으로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요장에는 수비장이 있어 필요한 소지를 자체 수급하였고, 꼬막사가 반죽을 하면 물레 대장이 목물레를 사용하여 성형을 한다. 이어서 거나꾼이 봉로로 옮겨 반건조시킨 후 굽대장이 굽을 깎았다. 아울러 조각실에서는 조각사가 다양한 문양을 화려하게 시문하고 건조시키면 불대장이 장작가마에서 소성을 하였다. 이 체계적인 과정 속에서 얻어낸 수많은 직·간접의 경험은 지금도 나에게 뿌리 깊은 교과서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그때 겪었던 경험에서 나온 것 중 흙 한줌과 석유 한 방울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은 습관이 아직까지도 몸에 베어 지금도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모든 것이 새로운 그때에 많은 가르침과 격려를 주신 청운도예의 총무님 송기영님(현, 가천요 대표)과의 만남은 내 도예 생활의 큰 버팀목으로 지금까지도 항상 감사를 드린다. 나의 초기 작업은 주로 전통적인 도상에 의한 표현의 재해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시도가 실험적으로 표현된 토기, 긴장감이 감돌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청자, 안정적이며 포근한 형태미를 뿜어내는 백자, 그리고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문양을 품고있는 분청 등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친밀한 소재에서 얻어와 조합하는 즉, 우리 도자의 전통미가 합체된 결과물을 제작하는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화두 였다. 물론 열의만큼 작업에 욕심도 많아 기본에 충실하듯, 일기를 쓰듯 수 없는 시행착오와 결과를 통한 과정도 원 없이 하였다. 그래서 가끔 이런 면에서 게을러질 때면 그때를 회상하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내 자신을 추스린다. 중기의 작업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면서 나름대로 조형 작업도 활발하게 하였다. 특히 이 시기는 유약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는데 공예 도자에 적합한 유약을 개발하고자, 2,500여 개의 샘플을 실험하여 그 중 300여 개의 쓸만한 조합비를 정리하였다. 이러한 재료를 개발하는 작업도 조형이외의 또 다른 즐거움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때의 실험에 중점을 두고자 했던 것은 두꺼운 시유에 따른 유약 변화의 맛과 가장 높은 온도의 소성방식 등이었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의 그러한 원칙 때문에 내 가마는 물론 내 주변의 도방쟁이들에게 많은 민폐를 끼쳐 죄송하며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에 이 기회에 감사드린다. 후기의 작업에 들어서면서 즉, 근래의 작업은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계승하며 현대 생활 공간에 어우러지는 상호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인 조형미가 가미된 상품개발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틈만 나면 전국의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답사하고 다니며, 실질적인 현장 확인을 통하여 공예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한 곳도 세 번쯤은 가봐야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시야가 트이는 것 같다.

 그 중 다양성은 물론 뛰어난 조형성을 보이는 불교 공예에 관심이 많아 고찰 답사를 통하여 그 당시 장인의 숨결을 들으며 유형 문화재를 관찰하고 자료를 정리한다. 실제로 작년에는 목어를 응용한 문화상품을 개발하여 신구대학 산학협력대전에 발표되어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직은 그 출발이 미약하다고 보여지며 끊임없는 시도를 요하지만 이때까지의 수집된 수많은 자료와 실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상품의 품목개발과 전통미의 연계에 관한 꾸준한 연구와 개발을 지속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름대로의 경험과 유약 및 소지 개발, 답사를 통한 자료를 바탕으로 밤새 푹 고와 진한 국물 맛이 우러나는 곰국처럼 구수하고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긴 작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국내에서 공급되는 재료만을 사용한 유약 연구를 정리하여 현장에서 유용하게 선택될 수 있도록 공예관련 유약 서적을 출판하여 현실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많이 개선되었지만 조악한 문화관광상품을 보면 공예가의 입장에서 항상 공범자로 느껴왔는데,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살려 적극적인 아이템 개발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또한 나와의 인연으로 도예에 입문한 후배들에게 양심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격려하고, 또한 평생을 다하여 연구하고 노력하며 함께 하는 동반자의 길을 걷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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