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박경순 교수 V&A박물관 워크샵
| 김예성 도예가, 독립 큐레이터(전통과 변환: 한국현대도예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지난 5월 22일 오전과 오후 2부에 걸쳐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이하 V&A)의 도자갤러리 워크샵 스튜디오(Room143)에서 현, 한국현대도예협회 이사장이자 국민대에 재직 중인 박경순 교수 초청 특별강연과 워크샵이 개최됐다. 이 행사는 5월20일부터 10월 3일까지 V&A의 기획전시실과 한국관 삼성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통과 변환: 한국현대도예전Tradition Transformed: Contemporary Korean Ceramics> 유럽순회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유럽 현지의 도자 전문가들과 관람객들의 한국현대도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책임큐레이터인 조정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기획,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조정현 교수는 그간 한국현대도자를 중심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목적으로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열린 전시마다 그 나라의 특성에 맞는 내용의 프로그램들을 구성해 본전시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거두어왔다. 이번 V&A에서의 강연 및 제작시연 또한 동일한 목적 아래 개최되었다.
1부 _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도예
<전통과 변환: 한국현대도예전Tradition Transformed: Contemporary Korean Ceramics>의 참여 작가이기도 한 박경순 교수는 제작시연에 앞서 한국전통문화와 한국현대도자작가들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진행된 1부 순서는 한국현대도예의 바탕을 이루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함으로써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서 한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죽기까지의 과정과 그들의 삶에 필요했던 의식주에 관련한 전통문화의 단면을 영상자료와 함께 설명해 본 전시를 감상하며 한국현대도자에 깃든 한국적 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원한 관객들에게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가이드의 역할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문 앞에 걸어두는 금줄의 의미부터 돌잔치, 전통혼례식과 환갑, 전통장례식에서 보여지는 한국인들의 전통의식들, 관련 민속품의 이미지, 전통의상과 음식문화 그리고 한옥으로 대표되는 전통건축의 모습 등 시청각자료를 통해 참석자들은 한국현대도예에 반영된 한국의 뿌리korean root에 대한 유형類型과 그 안의 무형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어 박경순 교수는 한국현대도예의 배경이 된 한국도자의 역사와 현황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한국에서 주목받는 도예작가 60여 명의 작품들을 작가의 활동시기와 작품의 유형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현재 나이가 80세 이상이거나 작고한 작가들로 한국에서 도자 교육을 처음 시작한 한국현대도예의 1세대의 작품과 2세대 작가들로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현대 도예교육을 시작한 현재 나이 65~70세의 작가 군의 작품, 한국의 도자 조형, 캐스팅을 포함한 오브제 조형작업과 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한 50세~60세 전후 작가 군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보여주었다. 1980년대 이후 졸업한 50세 미만의 3세대 작가들은 전통적인 물레작업의 현대적 재해석을 비롯해 도예의 다양한 표현, 기술적 발달, 보다 다양해진 개념적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어 작품의 유형별로 분류, 소개했다.
오전의 강연은 2011년 현재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이미지 자료로 적극 소개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뿌리Korean root를 반영한 현대도예를 중점적으로 선보이고자 했던 ‘전통과 변환: 한국현대도예전Tradition Transformed: Contemporary Korean Ceramics’전시의 기획의도를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시간을 통해 다양한 성향의 완성도 높은 한국현대도예가들의 작품들을 접한 전문가들과 관객들은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이룩한 그 발전상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이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2부 _ 워크샵
오전의 강연에서 한국문화와 전통도자, 한국현대도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시간을 갖은 후 진행된 오후의 2부 워크샵에서는 관객들이 제작에 직접 참여해 한층 더 활기를 띠었다. 박경순 교수는 우선 작품의 영감이 된 소재 ‘새’와 ‘솟대’의 감성적인 이미지를 자신의 대표작품들과 함께 영상으로 소개했다. 그의 대표작품들은 주제에서뿐만 아니라 분청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변용한 제작기법에서도 한국의 뿌리korean root가 발견된다. 이러한 기법은 유약시유 중에 주로 행해지는데 박 교수는 본 워크샵 현장에서 시유과정을 시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동영상 자료를 별도로 준비했다. 스프레이분사를 비롯해 조화기법을 응용한 덧입힘 등의 제작과정을 담은 동영상은 관객들에게 제한적인 현장시연보다 실질적으로 관객들에게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이어 진행된 워크샵은 작품의 바탕이 되는 분청의 전통장식기법 중 철화 기법을 제외한 상감, 인화, 박지, 조화, 귀얄, 덤벙 등 초벌 전의 장식기법을 작가가 먼저 시연하고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연작가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작품 제작 과정을 재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워크샵이지만 박 교수는 참가자의 직접 참여를 유도해 전통분청기법을 체험하도록 시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오후의 워크샵에는 주말을 즐기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가족단위의 일반 관객들이 다수 참여했다. 어린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스스로 흙과 도구를 손에 잡고 전통분청기법을 따라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가졌다. 워크샵은 모든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을 뿐 아니라 한국의 지구 반대편인 유럽, 영국 런던의 일반인들에게까지 우리의 도자문화를 널리 알리고 가르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도자갤러리의 리노베이션과 함께 새로이 단장한 V&A의 워크샵 스튜디오는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강의실이나 실습실의 형태가 아닌 갤러리의 일부처럼 구성됐다. 박물관을 찾는 관객들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의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갤러리와 맞닿아 있는 좁고 긴 스튜디오의 벽면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갤러리 쪽에서 바라보는 워크샵 현장이 마치 움직이는 전시와 같아 보이는 효과를 노려 관람객들을 유도했다. 또한 박물관 측에서는 웹 사이트http://www.vam.ac.uk에 정보를 올려 1차적으로 홍보하고 박물관 내에서는 그날의 주요 이벤트를 1층 로비의 TV 패널을 통해서 알리고 있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해온 입장에서 위와 같은 공간의 특수성과 관객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홍보방법 때문에 이번 워크샵은 어느 정도의 관객들이 참여를 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또한 한국과 영국의 지역적 재료의 차이, 여러 가변적 상황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대비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변수였다. 하지만 준비과정부터 큐레이터와 워크샵 초청작가, V&A 간의 여러 차례의 논의가 있었고 참여자들의 호응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던 초청작가 박경순 교수의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더해져 5월 22일 하루 동안의 모든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강연과 워크샵은 관계자들에게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V&A의 도자 워크샵 중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