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도예 레지던시 현황과 작가의 과제
| 김학균 한국도자재단 비엔날레사무국 큐레이터
표류하는 도예 레지던시의 정착을 위한 바램
예술가 거주 프로그램인 레지던시Artists-in-Residence는 창작활동 지원프로그램으로 시각예술을 비롯한 공연예술, 문예창작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창작과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예술 창작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갤러리 혹은 공모전을 통해 다소 수직적인 평가방법으로 작가들이 등단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포트폴리오, 프레젼테이션, 인터뷰 등 다각도로 고려된 심사방식이 평가의 신뢰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은 기대주로서 인정받는 효과까지 얻게 된다. 국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10년 남짓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계의 주요한 기관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수용성으로 유휴지(페교, 공장), 구도심의 버려진 상가, 재래시장, 거리, 지하상가 등이 재생산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적, 예술적 관점에서 재창안돼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도예계를 포함한 공예계 레지던시의 실정은 어떠할까. 현재 도예계는 미술계에서 앞 다투어 시행하고 있는 미술창작스튜디오 또는 입주작가 프로그램에 부흥하지 못하고 겨우 첫걸음을 떼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제반시설(가마, 물레, 토련기)의 구축이 힘들다는 것이다. 타 장르의 경우 빈 공간, 테이블, 선반 정도면 충분할 제반시설에 비해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공예계의 유리, 목공, 금속 분야 역시 우리와 비슷한 실정이다. 둘째로 사회연계 프로그램에 있어 가시적 임펙트 효과가 타 장르에 비해 약하다는 점이다. 도예의 경우 20년 이상 시행 해온 소통 방법으로 체험학습(물레, 도자페인팅)이 전부이다.
어디서 시작된 부재인가. 단지, 흙작업 과정에서 수반되는 제반시설 확충의 어려움, 가시적 임펙트 효과의 부재만 문제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새로운 예술창작에 기반을 둔 폭 넓은 사회연계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작가군이 기대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제반시설 구축의 어려움, 가시적 임펙트 효과의 부재를 들어 미술계에서 소외됨은 차치하고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도 손에 꼽을 정도다. 2008년 시작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에서 운영하는 창작연수프로그램과 올해 처음 시행하는 한국도자재단의 썸머 레지던시, 공예 전반을 다루는 신당창작아케이드, 그리고 영은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공방작가, 그 외에도 각 지역별 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이 몇 곳 더 있을 것이다. 물론 마음이 맞는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월세 및 소성비를 나눠 내며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방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내세울 타이틀은 없지만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시작은 어떠한가? 한 예로, 1940년대 중반 미국의 한 벽돌을 생산하던 공장에서 젊은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낮에는 벽돌을 만들고 저녁에는 작업공간으로 허락받아 시작된 작업실이 있다. 이곳은 이후 브레이 씨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으로 1951년 봄, 루디 오티오Rudy Autio와 피터 볼커스Peter Voulkos를 주축으로 스튜디오와 아트센터로 설립되기에 이른다. 이것이 도예 레지던시로 가장 유명한 ‘아치브레이 파운데이션Archie Bray Foundation’의 시작이다. 이 재단의 기본 정신은 ‘흙 작업을 하는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작업장소의 제공’이었다.
지금 우리의 도예계도 브레이 씨 같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후원자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 일까? 기왕 삼삼오오가 모였다면 5,60년 전에 루디 오티오가 그랬듯이 뭔가 기발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기관에 어필 할 수 있는 제안을 만들어 찾아가 부딪혀 볼 필요가 있지 아니한가. 문화예술지원이 활발해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비빌 언덕은 제법 될 듯 싶다. 물론, 이것은 도예계 스스로가 자발적인 노력으로 대안을 찾아 나가는 방법이다.
한편으로 정부 혹은 기관에 대한 바램은 레지던시 운영의 다원화를 위해 직접적으로 작가를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미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간접적인 지원 방식으로 정책의 기본 개념이 잡히고 추진될 때 독특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활성화 될 것이다. 더불어 통합적인 인프라구축을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하기를 희망하는 단체, 기업 및 학교의 체계적 수용, 관리, 지원범위 등이 모색 돼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를 직접지원 하거나 대규모 레지전시 센터를 조성하는 방식보다는 자생적으로 발생된 소규모 그룹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변화되길 바란다는 의미다.
해외 도예 레지던시의 운영주최는
아트센터와 갤러리, 스튜디오와 대학이다
앞에서는 국내 도예관련 레지던시 현황과 바램을 언급했다. 아래는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주최(아트센터와 갤러리, 스튜디오와 대학)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향후 해외 레지던시에 지원하기를 희망하는 작가 혹은 레지던시 프로그램 개설을 희망하는 단체, 기관, 갤러리, 공방, 학교 등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1) 갤러리 & 스튜디오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
Residency Program at Galleries & Ceramics Studios
갤러리와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목적은 그야말로 작업으로 승부해보고자 하는 작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이러한 프로그램에 지원 할 때에는 운영자의 운영방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참여 작가 인원, 과거 참여 작가 수준정도, 작업실 조건, 기자재 등을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과연 인지도 있는 작가들의 참여 및 활발한 교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초청워크샵, 심포지움, 페스티벌, 페어 등이 이뤄진다면 활발한 교류에 노출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다. 갤러리와 함께 운영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갤러리의 규모, 전시내용, 출품작가, 작품 및 소품 판매 가능성 등에 관해 꼼꼼히 살펴봐야한다. 또한 갤러리의 외부행사 참가 여부도 중요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운영주체인 갤러리가 지역성을 탈피한 국제적수준의 아트페어에 참가한다면 그 만큼 많은 기회와 시장이 레지던시 작가에게 열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아트센터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
Residency Program in Art Centers
아트센터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작가로서의 작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얼마나 일조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참가자는 입주기간동안 분기별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해야 하며 스튜디오 관리(소성, 재임)도 요구된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아트센터일 경우 인근 대학 및 중·고등학교에서 프리젼테이션, 방과 후 프로그램, 미술교사 연수프로그램, 아트센터 내 다양한 미술교육프로그램에 참여된다. 일반적으로 아트센터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 작가를 선발한다. 평면작가(회화, 판화, 컴퓨터그래픽) 및 입체작가(도예, 공예, 조각) 등으로 구성되며 아트센터의 규모에 따라 많게는 5-6명 레지던시 작가를 매년 뽑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 작가들과의 교류는 아트센터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장점이 될 수 있다.
3) 대학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
Residency Program at Schools
대학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사례를 살펴보자. 스페셜 스튜던트A fifth-year special student의 경우는 대학을 졸업했으나 조금 더 작업을 희망하는 학생 혹은 대학원 진학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학부과정을 1년 더 연장해서 배우는 학생이라고 해서 A fifth-year special student라 불린다. 이 프로그램은 교수와 일대일 독립수업방식으로 진행되며 필요에 따라 전공교과목도 수강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자는 본인이 졸업한 학교 이외에 지도 받기를 희망하는 교수 혹은 학교에 포트폴리오를 미리 제출해 허가를 득한 후 스튜디오를 부여 받아 작업을 하게 된다. 체류기간 동안 진행되는 다양한 실험과 경험들은 작가로서 성장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과정이 된다. 1년 뒤 대부분의 스페셜 스튜던트의 경우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거나 또 다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찾아 떠나게 된다. 이들은 체류하는 동안 스튜디오를 관리하는 일을(재임, 유약 및 소지 준비)하며 수업료 및 생활비를 보조 받을 수 있다.
대학원 과정MFA을 마친 이들에게 기회가 제공되는 초청 레지던시 프로그램은visiting artist residency program 한국 내 대학에서 볼 수 있는 외래강사제도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학교 게스트 하우스나 학교인근에 체류하며 교내에 개인 작업공간을 제공 받아 학생들에게 작업과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하면, 방문교수와 레지던시를 접목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들에게는 학부 전공수업 지도 및 대학원 평가critique시간에 참여의 기회도 제공되며 교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전시 및 학술행사에 참여 전시기획 및 진행을 수행하기도 한다. 대학 내에서 이루어지는 또 다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대학들 간의 자매결연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방문 연구원visiting Scholar 및 교환교수exchange professor 제도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참여자의 작업 성향 및 작업관에 따라 학생들은 다양한 표현방법 및 접근방법을 경험하게 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 프로그램 역시 레지던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외 레지던시 참여를 위한 작가의 과제
국내 도예계 내 레지던시의 좁은 관문을 벗어나 국제 무대 진출을 위한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작가로서 해외 레지던시의 참여는 더 없는 기회이지만 해외 레지던시에 참여하기 위해 몇 가지 반드시 준비해야 사항은 작가의 몫이다.
첫째, 작업적인 면에서 국제적 트랜드에 뒤지지 않는 작업 자체의 독창성 및 완성도가 필수적이다. 또한 그것을 잘 포장하고 어필하기 위한 철저한 포트폴리오 준비(작가노트, 작가 관련 기사 및 평론 포함)가 서류심사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향후 어느 곳에서 어떤 레지던시프로그램에 지원하느냐는 작가 스스로 내려야 하는 선택인 셈이다.
둘째로, 국내·외를 통틀어 대략 500여 곳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중 작가에게 적합한 장소를 리서치해서 선별해 낼 수 있는 정보력의 구축이다. 프로그램은 크게 영리, 비영리단체로 구분되며, 레지던시 참가비 및 작업실 사용료를 내야하는 곳 혹은 지원금이 제공 되는 곳으로 나뉘며 위치에 따라 산속 깊은 곳, 도심 속 문화 중심구역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제반시설 및 기자재에 따른 선택 등으로 다양하다. 물론 선경험자들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무척 제한적이다. 따라서 레지던시 지원을 위한 꼼꼼한 리서치만이 최상의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프로그램 운영 목적과 신청자격, 체류기간, 작업관련시설, 지원금, 신청기간 등을 살펴 분류해야 한다. 작가에게 체재비를 제공하는 기관 일수록 경쟁률이 높고 지명도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지명도가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경우 평론가, 아트 콜렉터, 관련 잡지편집장 등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이로 파생되는 많은 기회들이 작가에게 제공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8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