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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월호 | 작가 리뷰 ]

김경식_전통을 지키기 위한 세 가지 보물
  • 편집부
  • 등록 2011-10-11 14:26:24
  • 수정 2011-11-17 14: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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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전통을 지키기 위한 세 가지 보물

 

| 김성희 본지기자

 

문경새재로 흐르는 조령천을 끼고 새재로를 따라 내려가면 수려한 황학산의 절경과 함께 5m 높이의 석재 간판에 새겨진 ‘영남요’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조선 청화백자와 분청사기의 맥을 8대째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김경식(45) 도예가의 작업실이다. 여름 장마가 한창이었던 지난 7월 그를 만나기 위해 문경시 진안리에 위치한 영남요를 찾았다.

 

토론토 전시에서 이룬 가문의 영광
1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경식은 아버지인 김정옥(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의 슬하에 흙 작업을 배우며 자라왔다. 타고난 재능 탓인지 그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어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불평불만 하나 없이 아버지 밑에서 꾸준히 도예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가 본격적으로 도자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영진전문대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하면서 부터이다. 이후 육군대위로 군 복무를 전역한 뒤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빚기 시작했고 대불대학교 도자디자인과를 졸업 후 경일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 석사 과정까지 마친 그는 각종 유약 및 가마, 문양, 제작기법을 꾸준히 연구했다. 선조 도공들로부터 물려받은 백자의 기본적인 비밀을 알아내고 재료 만드는 법을 배우는 데만 꼬박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는 “20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가업을 잇기 위함이 목적이기도 했지만 흙작업 자체에 매료돼 고행의 순간들도 극복 할 수 있었다”며 “발물레 위에서 도자기를 빚으면 손과 발 그리고 장인의 정신, 이 세 가지가 합일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후 김경식은 2004년 대구 대백프라자에서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06년 서울 조계종 법련사 갤러리와 2009년 일본 도쿄 게이오 백화점, 그리고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 한국 총영사관에서의 전시까지 총 4번의 개인전을 펼쳐 보였다. 가장 최근 개인전을 선보인 토론토의 한국 총영사관과 로얄온타리오 박물관은 그의 아버지인 김정옥 도예가의 작품이 소장돼 있는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다완, 항아리, 기, 접시, 다기셋트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고 전시를 마친 후 자신의 작품 중 「팔각초문병」을 기증하게 돼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의 전시를 지켜본 온타리오주 로얄온타리오박물관Royal Ontario Museum에서 온 관계자 또한 그의 작품을 소장하길 원했다. 그는 「찻사발」, 「팔각진사물항아리」, 「진사꽃병」 3점을 박물관에 기증했고 박물관 측은 후에 따로 그의 작품들과 함께 선대와 후대의 도자기들까지 함께 소장하고 싶다고 제의를 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이토록 한국의 전통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며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외국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이외에도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에 위치한 국립박물관National Art Gallery에서도 그에게 작품에 대한 소장여부를 문의해왔다. 작품 또한 절반 이상 판매가 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내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가문의 오랜 이야기들,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 타국에 선보인 것만으로도 큰 보람으로 느꼈다”며 “국내의 박물관 및 전시장에서도 전통도자기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선대의 작업방식 고수
김경식은 좋은 태토을 구하기 위해 문경을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닌다. 좋은 태토를 가려내기 위해 온도와 성질 등을 꼼꼼히 살피고 원하는 태토일 경우 덤프트럭을 이용해 상당히 많은 양을 퍼 담아 자신의 작업실로 실어 나른다. 그의 작업실 옆 한켠에는 전국각지에서 퍼온 태토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다. 사용하는 장작가마는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망뎅이 가마이다. 망뎅이란 남자 팔뚝만한 기다란 사다리꼴 원기둥 진흙뭉치를 뜻하는 문경지역의 방언이다. 타 지역의 가마는 대개 흙벽돌로 만들었던 것에 비해 문경지역에선 망뎅이를 썼는데 가마를 만들면 형태의 특성상 자연스런 아치형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문경지역의 도예가들은 가마를 쌓는다고 하지 않고 박는다고 한다. 그의 증조부 김비안은 경기도 광주의 관요에서 20여 년 간 왕실에 납품한 백자를 만들었던 도공이었다. 당시, 벽돌가마의 잦은 개보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중 그의 증조부가 만들어 보인 견고한 문경식 망뎅이 가마에 모두가 감탄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완성된 작품을 살펴보면 초문, 석류문, 물고기문양 등 기물표면에 그려진 전통 문양들이 눈에 띈다. 그 중 청화백자 위에 코발트로 그려진 포도문양이 특히 돋보인다. 다른 포도문양과는 달리 자유분방하고 개성있게 그려진 이 포도문양은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어떤 그림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 넌지시 바라보면 넝쿨과 함께 어우러진 포도송이가 눈에 들어온다. 포도송이가 송알송알 달린 모습은 자손번영과 재산의 풍요로움을 바라는 작가 김경식의 마음이다. 이 포도문양을 그린 것이 그가 처음은 아니다. 그의 선대부터 시작해 자신에게까지 이어졌으며, 점차 변화돼 완성된 특별한 문양이다. 특히 그의 아버지 백산 김정옥은 포도문양이 그려진 「청화백자포도문반상기」를 통해 ‘전승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1987,1988년 두 차례나 수상했고 이 작품을 계기로 1986년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 대상에까지 등록되는 등 매우 의미있는 문양인 것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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