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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월호 | 작가 리뷰 ]

레알 도미니카노 세라미스트 까를로스 엔리께 데스프라델Carlos Enrique Despradel
  • 편집부
  • 등록 2011-08-29 10:59:54
  • 수정 2011-08-29 1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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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미니카 공화국의 예술엿보기(2)

이연주

자유기고가

 

우리에게는 생소한 스페인식 이름 까를로스 엔리께. 그는 1957년 산티아고Santiago,도미니카 공화국 제2의 수도에서 태어나 건축을 전공하고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수도 소재의 CENADARTECentro Nacional de Artesanias에서 도예 과정을 마쳤다. 도예가 아닌 건축을 주전공한 것은 그리 특이할 만할 사항은 아니다. 전공여부가 절대기준이 되지 않는다. 눈길을 끄는 이력이 있다면 일본인 도예가 미노루 오쿠다Minoru okuda를 만난 1984년부터 도예작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인근 국가도 아니고 어떻게 동양의 도예가를 열대나라에서 만나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는지 눈길을 끌었다.
까를로스는 현재까지 도예가의 직함을 유지해오고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장수급 도예가다. 타협과 유행, 모방으로 혼미해진 시류 속에서 적당하게 전향하고 탈향한 발걸음과는 달리 도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작품 속에 투영되고 관철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까를로스의 어느 한 작품을 마주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그 속에 담긴 풍경 때문이었다. 현지인들로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추상인데도 뭔가 알 것 같은 낯익은 장면이 표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한 이유가 바로 동양적인 ‘맛’이 배어있기 때문이었다. 단순 모방한 것이 아니었다. 감각과 기억으로 걸러진 것들로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도예가이자 스승인 미노루를 통해 그 놀라운 도자와 동양의 두 신세계에 매료되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이것은 그에게 있어 즐거움과 영감 그 자체였다.
손끝에서 나오는 결과물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머리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했고, 그의 가슴은 그 지식을 작품으로 승화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이에 뒤늦게 이태리 파엔자Instituto Estatal de Arte para la Cer?mica, Faenza Italia에서 도자공부를 전문적으로 배움으로써 견고히 기초를 다졌다. 까를로스는 “작업을 할 때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다 종합해 전인적으로, 총체적으로 작품에 담게 되는데, 상당 부분은 경험과 영감에서 온다”고 말한다.
막 경험했다고 바로 체득되는 게 아닌 것처럼 경험이 숙성될 만한 기간을 가진 후 몸 깊은 곳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그런 영감. 릴케가 쓴 『말테의 수기』에서 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감정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쓴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작업은 흙을 비롯해 금속, 목재, 몰드 등 다양한 재료를 섞지만 기본적인 소재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세세한 디테일도 잘 살아있다. 서로 다른 물성의 혼합이 도발적으로 연출되는 걸 보면 자신이 다소 엉뚱하고 유별난 성향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티브 선정의 대범함, 충만한 원기왕성함, 다소 친숙하지 않은 그의 성미는 바로크식적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18세기 전 유럽에 유행된 곡선미 낳은 허식적인 건축양식인 장식요소의 과용에서 잘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를로스는 자신의 성향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참관해 이를 단단하게 끌고 갈 줄 알고, 멋지게 구사하고 있다. 소재 본연의 매력이 한껏 살아나는 것은 자신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작업의 모티브가 되는 자연의 순수한 구성요소와 인간의 신체를 감성적인 텍스쳐와 볼륨감으로 극대화하고 있는데, 형태구성적인 덩어리에서 점차 세심하고 정확한 개체로 변해가는 흐름이 돋보인다.
초기작에 해당하는 작품 「Ataduras」는 나무의 질감이 살아 있어 언뜻 보면 무척 투박스러워 보이지만 구성의 하모니를 깨는 요소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것 또한 까를로스의 성향이기도 한데, 반대적인 요소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그의 경험주의적인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선 「Nuestra senora de los altos precios」는 자연과 생명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공간의 미학에 관해 표현하고 있다. “순수한 창작은 존재하지 않으며 재조합으로 창작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보고 경험한 모든 것, 지금까지 쌓아온 문화적 정서가 이 결과물에 녹아 있다. 또 다른 작품 「Exploto la vaina」은 곡선의 구형으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물방울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과실이나 나무의 풍성한 볼륨감을 가장 ‘그’답게 묘사하고 있다. 자연 속 생물, 나무, 꽃 등이 작가의 지식과 감각, 감성으로 해석한 그것이 전부지만 전형적인 소재를 억지로 끼어넣지 않고 마음을 풀거나 감수성을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정 까를로스다운 셈이다.

현재 그는 UASDUniversidad Aut뾫oma de Santo Domingo에서 건축강의를 전임하고 있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대단했다. 앞으로도 가능한 오랫동안 수업하기를 희망했다. 일전에 일본도 방문해보았고 세계도자비엔날레에 응모차 작품을 보냈다가 파손되어 도착해 응모도 못한 채 기회와 비용 모두 날린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 방문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부단한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벽화작가Muralist로도 활동 중이다. 공간을 재구성하고 다채로운 컬러를 입히는 벽화과정은 도자와 건축 사이를 보완하고, 견제하며, 더욱 흥미롭게 재창조 하는 일이다. 그는 “편안한 흙의 물성과 구성적인 건축요소가 빚어내는 하모니는 공간과 자연이라는 경계를 무색케 하며, 경이로운 경험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예술가 특히 도예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도자재료와 기자재를 판매하는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원료공급을 받는다 해도 불합리한 가격을 감당하기가 어렵단다. 신진 작가들의 데뷔는 커녕 도예계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도 돌아선다는 우울한 시국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세상에는 끊임없이 예술을 창조하고 있지만 이곳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는 더 이상 늘지 않는 듯 보였다. 한때 몸 담았던 이 분야가 고민하는 바를 필자 또한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까를로스는 앞으로 카리브해의 인디언 타이노Tainos의 자취를 되짚어 볼 계획이다.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전통은 영감의 대상이 된다. 전통 인디언적인 요소들이 어떠한 패턴과 조합으로 재탄생될지 그의 지속적인 행보를 기대해본다.

 

작가 까를로스 엔리께는 도미니카 공화국 제2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태어나 건축을 전공했다. 일본인 도예가 미노루 오쿠다Minoru okuda의 영향을 받아 도예를 시작, 이태리 파엔자에서 심학하고 돌아와 꾸준한 도예활동과 건축강의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despradelarte@hotmail.com

 

필자 이연주는 는 국민대학교 도자공예학과를 졸업하고 월간도예 기자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다 안정된 삶과 오랜 관성으로부터 과감히 환승을 결심. 현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봉사활동단원 소속으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공무수행 중이다. maigreen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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