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4.1~8.28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개관 5주년을 기념해 <테라코타, 원시적 미래>전을 지난 4월 1일부터 오는 8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7개국 15명의 현대 도예가, 조각·설치 미술가, 조경 디자이너가 참여해 테라코타 작품 30점(1,500피스)을 전시관 전관에 걸쳐 선보이고 있다. 국내 참여작가로는 원경환, 이재준, 이화윤, 전은정, 주후식, 최홍선, 한애규가 국외 작가에는 로손 오이칸 (영국), 마리안 헤이어달(노르웨이), 만프레드 에메네거-칸츨러(독일), 사라 린들리(미국), 아키오 다카모리(일본), 야세르 발트만(네덜란드), 제프 슈무키(미국), 호시노 사토루(일본)가 참여했다.
전시는 테라코타를 《신비의 정원》, 《진화》, 《타자들》, 《원시적 미래》란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선보였다. 첫 번째 전시 《신비의 정원》에서는 전은정, 최홍선이 전시관 중앙 홀을 정원으로 변화시켰다. 전시장 입구를 지나 중앙홀로 들어서면 거대한 유리 돔 아래로 자연채광을 받으며 쭉쭉 뻗은 대나무 숲 「대나무 병풍을 두르다, 대숲 병풍을 두르다」를 만날 수 있다. 전은정의 작품이다. 작가는 자연에 순응하며 바라볼 경물과의 관계를 중요시한 한국 전통정원의 차경원리에 따라 전시관 원형 홀을 시적인 정원Poetic Garden으로 변화시켰다. 원형 홀 한 가운데에는 테라코타로 만든 누마루(혹은 정자, 테라스) 오브제를 설치했다. 최홍선은 「순환의 여정」시리즈 2점을 선보여 도자에 사람 또는 자연물의 이미지들을 작은 구멍으로 새겨 넣음으로써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원리를 강조했다. 작품을 구성하는 원과 그 위에 난 구멍 그리고 인간(두상)은 존재와 소멸 그리고 순환을 나타내며 관객들에게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환 원리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 전시 《진화》에서는 사토루 호시노, 로손 오이칸, 원경환이 강렬한 흙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작품을 펼쳐보였다. 사토루 호시노는 전시장 벽면(면적 318.50㎡)을 작품으로 가득 메웠다. 가로, 세로가 21×3m를 넘는 추상작품은 작품의 거대한 규모와 흙이 주는 강열함이 돋보였다. 전 세계를 다니며 흙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는 작업을 해 온 로손 오이칸은 아프리카 흰 개미집을 연상시키는 높이 2m의 붉은 색 테라코타 작품을 완성했다. 그 아래로 원경환의 검은 도자 설치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의 검은빛은 유약이 아닌 가마연료에서 생기는 매연을 점토에 흡착시켜 만들어낸 자연의 색이다. 그윽한 검은 빛이 감도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형태의 작품이 유기체같은 형태를 이루며 전시장 바닥에 5×5m크기로 가변 설치됐다.
세 번째 전시 《타자들》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테라코타 인물상을 소개했다. 이 전시에는 아키오 다카모리, 마리안 헤이어달, 한애규, 이재준이 참여했다. 아키오 다카모리는 사회와 가족으로 부터 외면당한 채 차갑고 어두운 표정으로 성장을 멈춘 소년·소녀 인물상 9점을, 마리안 헤이어달은 소녀의 얼굴에 전사의 몸을 한 무채색 소녀 전사 11점을 선보였다. 이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인물, 전쟁의 파괴력과 폭력성에 희생당하는 순진무구한 여자와 어린아이들의 아픔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했다. 한애규는 보살의 눈매와 몸매를 닮은 여인상 「column」을 선보였다. 작가는 몇 년 전 여행에서 마주친 고대 신전과 중세 교회 건축의 장식상으로 부터 모티브를 얻어 작품을 완성했다. 이재준은 자연이 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것을 주제로 했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생명체는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전시 《원시적 미래》의 1부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2부에서는 세계의 테라코타 건축사진을, 3부에서는 지난 2월 한 달간 진행한 시민참여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였다. 1부에는 야세르 발트만, 제프 슈무키, 이화윤, 주후식, 만프레드 에메네거-칸츨러, 사라 린드리 등 총 6명이 참여해 테라코타에 잠재된 미래적 가능성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작품을 전시했다. 야세르 발트만의 도자작품은 마치 종이를 오려서 끼워 맞춘 것 같은 조립식 방법으로 작품을 제작해 상식적인 도자 조형방법의 틀을 깼다. 제프 슈무키는 태풍 ‘카트리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생태계를 목격한 이후 무기질의 테라코타에 식물을 이식하고 성장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화윤은 주변에 있는 모든 조형물을 지닌 대상들, 풍경, 건축물 등을 점, 선, 면, 공간으로의 구성으로 담아냈고, 주후식은 작품 표면의 문양을 통해 기와 에너지의 운동성을 이야기 한다. 만프레드 에메네거-칸츨러는 기하학적 구조를 지닌 작품을 통해 공간과 실체, 동질적이거나 이질적인 형태나 재료사이의 관계를, 사라 린드리의 작품은 가구형태나 실내환경을 참조로 제작됐다. 2부에서는 세계의 테라코타 건축 사진이 소개됐다. 테라코타의 시초로 볼 수 있는 기원전 600년경에 축조된 「바빌로니아 제국의 성문」부터 미국 뉴욕 「디자인 미술관」, 국내 「교보타워」 등 현대에 이르기까지 테라코타로 축조·시공된 세계 각국의 테라코타 건축사진 15점을 선보였다. 3부에서는 관람객들이 제작한 ‘도시 만들기-1kg 건축’ 프로젝트 결과물이 전시돼 있다. 지난 2월 한달간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진 1,000여점의 작품은 거대한 친환경 자연도시가 되어 이번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임미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장은 “<테라코타, 원시적 미래>전은 테라코타를 우리의 삶과 예술 그리고 산업과 환경에 면밀히 접속되는 매체로 재인식, 그 안에 잠재된 미래적 가능성을 찾고자 기획되었다”며 “관객들은 작가의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과 흙이라는 원초적인 재료를 통해 도시생활 속 환경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