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4.5~5.29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전라북도 부안군 유천리는 강진과 함께 고려청자의 대표 생산지였으며 1966년, 전북 부안 유천리 12호 가마터가 조사되면서 다양한 청자들이 출토된 바 있다. 고려시대의 섬세한 미감이 아름다운 상감으로 잘 드러난 유천리 청자가 5월 29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유천리 12호 가마 출토품과 함께 1930년대 유천리가마를 처음 발견한 일본학자 노모리 켄野守健의 수집품 일부, 동원 이홍근 선생이 기증한 유천리 청자편이 전시되고 있으며 청자 상감 당초무늬 완(국보 제 115호)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가마터에서 나온 도자기 파편을 통해 완전한 형태의 청자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사실들을 읽을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꽃망울이 채 피어나지 않은 나무가 상감되어 있는 유천리 청자매병을 만나볼 수 있다. 모든 꽃을 활짝 만개해 가득 채우는 중국의 것에 비해 아직은 조금 더 간직하고 싶은 듯 수줍은 봉오리로 표현한 고려의 미가 잘 나타난 작품이다. 목이 길고 아랫부분이 풍성한 형태의 기형은 우아하며 안정적이다. 이와 함께 1m 가량 높이의 매병이 가마 불을 이기지 못해 주저앉은 형태의 기물과 다양한 청자 파편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유천리 청자를 강진 청자와 비교 관람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는 점이다. 1157년경부터 사용되었다고 추정되는 유천리 청자기와와 강진의 청자기와를 한눈에 보며 유사점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반면 유천리에서 많은 양이 출토된 얇은 청자도판은 고려 당시 도안화된 문양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얇은 청자 도판은 강진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전시를 기획한 강경남 학예연구사는 “유천리 청자는 자연의 풍경을 소재로 한 청자들이 많습니다. 고려 당시 생활 식기 외에 다양한 생활용품을 청자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예가 청자 바둑판입니다. 또한 청자색 파편이 묻어 있는 백자 찻잔 뚜껑을 통해 유천리 가마에서 청자와 백자를 함께 구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세 주제로 구분된다. 첫번째 주제 《고려왕실 가마터, 강진과 부안》에서는 강진 부안의 출토품을 비교 전시할 뿐 아니라 충남 공주 신영리 등 타지역 가마터에서 출토품을 함께 전시해 수많은 청자 가마 중에 강진과 부안이 고려시대 중심가마임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부안과 강진에서 출토된 도자편을 직접 비교해 보면 두 지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같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그동안 학계에서 부안 유천리가마의 폐요 시기를 13세기 후반으로 추정했지만 ‘임오壬午’라는 글자가 상감된 간지干支가 있는 청자편과 고려시대 후기 양식을 보이는 청자들이 확인되어 유천리 가마도 강진 가마들과 같이 14세기까지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두번째 주제 《하늘의 조화로 빚은 솜씨, 유천리 청자》는 1966년에 조사된 도자기 파편과 현전現傳하는 명품을 비교하며 타호唾壺, 침이나 가래 등을 뱉는 용기와 향로, 뚜껑이 있는 귀때발 등 다양한 그릇을 소개한다. 파초에 앉은 두꺼비, 버드나무와 물새, 정교하게 상감된 소나무 등 독특한 문양의 청자를 감상할 수 있다. 세번째 주제 《유천리 청자와 고려시대 사람들》에서는 고려문화를 선도한 지배층의 무덤에 부장된 청자를 볼 수 있다. 고려 중기 문신이었던 문공유文公裕의 무덤과 고려 제19대 임금인 명종의 지릉에서 나온 도자기를 유천리에서 출토된 청자와 함께 전시함으로 당시 공예미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유천리 12호 가마터 출토품을 통해 고려시대 사람들이 향유했던 도자문화를 조금 더 이해하고 유천리 고려청자의 면모를 특징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