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선(36)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신선한 조형어법을 통해 작품으로 풀어낸다. 세밀한 붓 터치와 다채로운 색의 배합을 통해 그의 조형작품은 화려한 변신을 하고 거울에 비친 작품은 마치 동화책 속 존재들이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 듯 관조자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다채로운 색감과 세밀한 붓 작업으로 완성된 가상세계
중앙대학교 공예학과에서 금속과 목공예를 전공한 김명선은 2003년 졸업 후 팬시 회사에 입사했다. 평소에도 공예품이나 캐릭터 상품에 관심이 많았기에 전시장과 극장을 오가며 자료를 수집하고 구상, 제작하는 일은 그에게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퇴근 후에는 틈틈이 개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겨우 취미로 손을 데는 것이 전부였기에 늘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결국 입사 4년 만에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2008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도예과에 입학했다. 학부 시절 금속과 목공예가 전공이긴 했지만 도예 또한 그가 늘 해보고 싶었던 작업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도예작업을 해온 어머니(박영숙)의 모습을 보며 자라왔기에 그 영향 또한 컸다.
2년간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친 김명선은 지난 2월 23일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라메르에서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일상 속 환상을 그리다>를 주제로 열린 그의 전시에는 마치 동화책 속에나 나올듯한 주인공을 닮은 작품들로 가득했다. 특히 전시공간을 이용한 설치작업이 돋보였다. 작품들과 공간사이의 어색함을 완화시키려 일반 전시좌대 대신 테이블을 이용했고 작품에 회전 장치를 설치하거나 굴절된 거울과 초콜릿을 작품과 함께 설치해 관객의 흥미를 유발했다. 작품 「3:00PM」은 그가 추구하는 작업방향을 잘 담은 작품 중 하나다. 작품에는 현실과 환상의 중간 지점인 거울이 그려져 있다. 거울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비추고 재현하는 수단이지만, 반사되는 이미지는 원래 모습과 같으면서도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작가는 이것에 착안해 거울을 통한 다양한 시각의 작품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작품 「Magic cube」는 마주보는 두 개의 거울이 무한 반복된다는 거울의 특성을 다른 각도에서 표현했고, 「In my home」에서는 내부에 직접 거울을 설치해 착시 현상을 주기도 했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는 형태와 그림은 제각각이지만, 내포한 의미가 같은 맥락 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현실과 환상은 모두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일상 속 보이지 않은 현상들도 모두 현실이 되며, 우리가 사는 현실은 환상과 현실이 혼합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작품들은 현실과 환상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일상의 상황이나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같은 현실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들은 모두 그의 소재거리
김명선의 작업실에는 그의 손을 거친 벽, 천장, 바닥, 온갖 가구가 있고 그 위에 도자작품을 비롯, 직접 제작한 피규어 조립품과 캐릭터 상품 등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있다. 결혼 전 시간 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피규어를 조립을 하며 데이트를 즐겼을 만큼 그의 피규어에 대한 애착은 각별하다. 복잡하고 세밀한 조립 제품을 즐기는 성향에서 흙 작업 또한 얼마나 특별한지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작품 제작과정은 단순하다. 아이디어 스케치 후 백자토를 이용해 코일링기법으로 성형하고 1차 번조 후,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도자작품 위에 스케치가 완성되면 고화도 안료로 색을 칠한다.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바탕 색감을 펴주고 붓을 이용해 세밀하게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그가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구상과 스케치다. 제작과정에서 기술적인 소재는 무척 중요하지만 그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내용적인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작업하는 편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바로 스케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현상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불편한 식사」라는 작품은 주변에서 일어난 상황을 작품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다. 식당에서 한바탕 싸우고 아무 말 없이 조용한 식사를 하는 연인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만큼 순간순간 벌어지는 일이 그에게는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그는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것과 진실한 것들을 불편해 하거나 외면하고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 사이의 관계를 생각했고, 그것을 현실과 환상, Hanna(소녀의 이름)와 토끼라는 캐릭터로 표현해낸다. 관조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현실과 보이지 않은 환상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4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