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
BADA design&atelier 실장
도예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분야의 하나로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원시시대에는 인간이 살아가며 곡식을 보관하거나나 음식을 담아두기 위한 용기의 기능으로 토기를 구워내기 시작했으며 중세시대에 와서는 봉건영주 가문을 상징하기 위한 오브제 및 식기세트를 제작하였다. 근대에 와서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자는 디자인제품에 밀려 나는 듯 했다. 그러나 대량생산된 조악한 그릇들은 영국 수공예운동 발생에 원인을 제공했으며 이는 장인의 손에 의해 창조되는 도자기에 대한 우월함을 증명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그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공예 도자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유명 작가들은 도자를 이용해 작품을 제작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우리가 해외 유명 미술관을 방문할 시 종종 피카소Pablo Ruiz Piccaso의 도자작품, 도자제품 파운드오브제를 활용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nmp의 샘을 접하게 된다. 정작 유명 도예가의 작품은 미술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말이다. 이럴 때면 왜 순수한 도예작품보다 소재로만 도예를 접근한 작가들의 작품만이 미술관에 전시되는가? 하고 의문이 생겨난다.
현재 한국의 도예가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매번 예술가, 도예가라 하면 머리말처럼 붙어 다니는 열악한 환경에 맨땅에 헤딩하는 작가로 인식되는데 이런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예가 스스로 생활 속의 치열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치열함에는 작품 창작활동도 마치 회사에 출근하는 샐러리맨처럼 정시에 작업을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작업을 종료하는 성실하면서도 꾸준하게 작업하는 자세 그리고 정부 공공기관들의 여러 지원 정책을 이용하는 영민함도 함께 요구된다 하겠다.
매년 대학 및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며 작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작가에게 있어 현대사회의 기술발전, 다양한 소재들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도예가들에게 있어 기술발전은 그다지 밀접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 매번 도예가들을 위해 개발 발표하는 신기술은 현재의 도예 제작환경에 혁신적 변화를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도예가들에게는 그다지 관심분야가 아니다.
예전에 참여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 중에서도 첨단소지의 개발로 인해 낮은 번조온도에서도 고온번조와 같은 강도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었으나 그 후 몇 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런 소지가 상용화되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조형작품 제작시 많은 작가들이 사용했던 조합토가 생산이 단종斷種 되었다고 걱정하는 작가들을 곁에서 볼 때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세상에 넘쳐나는 정보들을 보기 싫은 건지, 아님 본인의 작품과 관계없으면 모두 필요없다고 생각하는건지 도예가들은 세상 변화의 물결에 대한 관심은 정말 제로인 듯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체들이 관심이 없으니 매번 도예가를 지원한다는 기관들이 내놓는 사업들은 엉뚱한 산으로 가고 엉뚱한 수혜자들을 낳고 있다.
매체의 변화와 도예가가 가져야할 자세
다양한 매체의 발달은 작가의 생존에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인터넷은 이제 소통을 위한 수단이 되었으며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해외의 재료, 책, 도구들을 구입하는 창구로 적극 활용할 수 있으며 작가홍보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할 수 있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1)가 시시각각 우리의 삶을 다수에게 공개하게 한다. 이제 작가들은 본인을 알리기 위해 준비하던 전시형식 -팜플렛, 초대장발송, 오프닝, 전시장 대관비 등등-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인터넷의 가상공간에 전시를 열수도 있고 페이스북, 트위터등 각종 SNS를 통해 본인의 작품을 게시해두고 보는 이들에게 작품을 홍보하고 작품에 대한 의견을 바로 물을 수도 또는 수렴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사는 이들까지... 정말 대단한 세상이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의 도예계는 이런 변화에 무심하건지 도예가들은 홈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과 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첨단의 세계로 가자면 작품제작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작품제작 외에 사진촬영, 각 작품에 대한 텍스트 작성 등,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귀찮은 일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런 수고가 수반된다면 비용면에서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지만 주변의 많은 도예가들은 매우 효과적인 SNS마케팅을 피하고 어렵고 고비용의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고수하기를 원한다. 전시를 준비하면 당연히 팜플렛을 인쇄해서 우편으로 발송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도 하려하지 않고 과거의 방법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고 따른다. 이런 합리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면서도 왜 정작 본인의 작품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왜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을 외면하는가에 대해서는 심각해한다.
마케팅은 현대를 살아가는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부터 개인사업자들, 예술가들 모두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이다. 마케팅은 말 그대로 고객과의 소통이다.
도예작품은 미술시장에 나오는 순간부터 작가개인의 창조물이 아닌 보는 이의 시각과 관점에 따라 좌우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생활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며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작가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고객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예전에 은사로부터 도예가에게 10명의 고객만 있어도 평생 작품활동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당시에는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였지만 도예현장에서 여러 작가를 만나고 고객을 만나면서 더더욱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도예가가 고객과 작품에 대해 100% 공감한다면 아주 좋은 일이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활동을 평생하자면 당장 듣기에는 싫은 이야기도 옳다면 수렴할 수 있는 자세가 올바른 작가의 태도가 아닌가 싶다. 도예가에게 본인의 작품을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뚝심과 세상이 자신에게 해주는 이야기에 대해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작가는 세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기업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마케팅은 도예작가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CRM 은 고객 데이터를 세분화하여 신규고객 획득, 우수고객 유지, 고객가치 증진, 잠재고객 활성화, 평생고객화와 같은 순환구조를 통하여 고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유도하며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통하여 마케팅을 실시한다. 전시 혹은 각종 다양한 페어에 참여했을 때 받은 고객들의 정보와 구매정보를 데이터로 가공하여 고객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 당시 당장 고객이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구축하며 작품을 홍보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생일이나 기념일에 받게 되는 문자메세지나 메일을 통해 마음으로 감동하는 것을 느껴보지 않았는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두 다 CRM마케팅인 것이다. 도예작가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무엇가가 있다면 이 세상을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다.
타분야의 다양한 시도들
도예가가 ‘특별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는 다양성에 대해 한번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가들 가운데 차별화 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면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보면 도예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흙과 함께 과감하게 타 재료를 접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현재 뉴욕시장에서 말 그대로 핫hot한 작가인 데비비드 위즈만David Wiseman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자연의 형태를 형상화하며 작품을 위해 모든 재료를 활용하며 기능적인 용기부터 오브제, 조명, 심지어 파이어 플래이스fireplace, 천정제작 까지 소화한다. 그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재료를 실험하고 도자와 브론즈, 유리와 같은 재료들 간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그의 작품은 높은 완성도와 완벽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성공한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이외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 중 나무를 사용해 조명등을 제작하는 권재민, 금속공예를 전공하였지만 형형색색의 강렬한 색이 있는 전선을 뜨개질을 하듯이 엮어내어 의자, 쇼파를 제작하는 이광호, 국내보다 해외에서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나무를 이용하여 간결한 선을 가진 형태미와 매끈한 물성을 표현하는 박종선은 현재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위의 작가들의 작품이 대중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사랑을 받는데에는 그들의 끊임없는 값진 노동, 치열한 재료 연구를 통해 구현된 완벽한 마무리에 있다 할 수 있다.
작가들에게 있어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노동은 꾸준한 반복을 통해 완성도를 작품에 가지게 하는데 기본요소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되고 첨단으로 가는 세상에서도 작가들의 땀과 노력은 가장 정직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 감동을 준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머리로 작품을 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는 작가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가장 조심해야할 태도 아닌가 싶다. 손으로 체득해 아는 것과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