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8-2011.4.3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라 승려 혜초704~780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원본이 4월 3일까지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떠나 대여형식으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중국 둔황敦煌 막고굴莫高窟 장경동藏經洞에서 발견돼 프랑스로 넘어간 이래 지금까지 공개 전시된 적이 없었다. 왕오천축국전의 최초 발견지가 중국이었다는 점과 지난 100년동안 프랑스인들이 보관해 온 점을 착안할 때 한국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특별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723~727년까지 다섯 천축국인도의 옛 이름과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등을 기행하고 작성한 여행기이다.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생생히 담고 있어 7세기 현장 법사의 『대당서역기』,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14세기 이븐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프랑스 탐험가 폴 펠리오가 1908년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서 발견해 관리인으로부터 싼값에 구입한 후 프랑스도서관으로 보내졌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1283년 만에 저자의 조국 땅을 밟게 되었다.
전시는 4부 섹션으로 나뉘어져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부터, 감숙성, 영하성 등의 실크로드 출토 유물 2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1부 실크로드의 도시들
실크로드의 중심 중앙아시아는 지역의 민족적 동질성으로 인하여 흔히 투르키스탄(투르크인의 땅)이라 불리며 파미르고원을 경계로 서쪽을 서투르키스탄, 동쪽을 동투르키스탄이라 칭하고 있다. 현재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에 해당하는 동투르키스탄은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2부 실크로드의 삶과 문화
타클라마칸 사막은 사람이나 짐승이 살기 힘든 불모지라고 알려져 있다. 북쪽의 천산산맥과 남쪽의 곤륜산맥에서 흘러오는 눈과 빙하가 녹은 물을 의지해 사람들은 오아시스 도시를 만들고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천산산맥 북쪽 초원지대의 사람들은 양과 말을 키우는 유목생활을 영위했다.
3부 둔황과 왕오천축국전
둔황은 타클라마칸 사막 북쪽의 서역북도를 통해 동쪽으로 가거나 사막 남쪽의 서역남도를 통해 동쪽으로 갔을 때 만나게 되는 곳이다. 둔황은 중국의 서쪽 영토가 끝나고 서역이 시작하는 실크로드의 관문으로서 크게 번영을 누렸고 그러한 번영의 결과물이 바로 둔황 막고굴이다. 둔황에는 막고굴 이외에도 서천불동, 유림굴, 동천불동 등 여러 석굴사원이 위치해 있다. 둔황을 오가던 사람들은 여행의 안전을 빌기 위해 석굴을 만들고 각종 불화를 그려놓았다. 900년 막고굴 17호굴에서 발견된 둔황 문서는 둔황을 비롯한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왕오천축국전』은 8세기 초 한국인 혜초가 실크로드 지역을 답사하고 돌아와 쓴 것이다.
4부 길은 동쪽으로
둔황에서는 서쪽으로 난주를 거쳐 장안(현재의 시안)에 이른다. 서역에서 전래된 각종 문물은 장안에 집결되었지만 장안이 실크로드의 종착점은 아니었다. 장안에 모인 각종 문물은 동쪽 신라 경주에까지 이르렀다. 둔황에서 난주까지 남쪽으로는 치렌산맥, 북쪽으로는 고비사막이 약 1000km 펼쳐져 있다. 하서주랑이라 부르는 이곳은 한나라 이후 중국의 서쪽 변방을 이루고 있었지만 중국이 쇠약해졌을때는 독립적인 소왕국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은 중국문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독특한 성격의 문물이 생겨났다.
<실크로드와 둔황>전은 기원전 2~3세기경 중국의 서안과 이탈리아 로마를 잇는 교역길, 실크로드의 동서문화 교류의 역사적 의미를 재고찰한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서역 출토 유물 고고유물, 직물, 복식, 벽화, 종교유물을 통해 남북조 수 당대 실크로드의 상권을 장악했던 소그드인에 관한 역사적 자료, 출토자료를 보여주는 대문명 교류를 살펴볼 수 있다. 727년 신라 승려 혜초가 중국, 인도로 건너가 불교의 8대 성지를 순례한 후 인도와 중앙아시아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모두 써낸 왕오천축국전 원본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길 권한다.
장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