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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윤정 Gong Yoon Jung
  • 편집부
  • 등록 2011-05-13 10:48:19
  • 수정 2011-05-13 13: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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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형의 규칙 속에 담긴 기하학적 미감

김성희 본지기자

 

공윤정(43)의 작품은 치밀한 계산과 계획 아래 만들어진다. 수학적이며 기계적이고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그의 작업은 단순함에서 미학을 찾는 도자작품과는 다른 차원의 것을 담아낸다. 그로 인해 완성되는 기하학적 미감은 공윤정의 작품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태리에서 발견한 스테인레스 조각
현재 경기도 용인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는 공윤정은 1989년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입학하면서 흙작업을 처음 시작했다. 졸업 후 당시 홍익대학교 강사였던 김난희(현 충남대학교 교수)의 조언으로 1993년 이태리 로마 피렌체에 있는 국립미술원 조각과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도자가 아닌 현대조각을 공부했다. 특히 주임교수였던 알피오 몬젤리Alfio Mongelli의 스테인레스 조각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평소 흙의 물성에 의한 자유로운 작업보다는 치밀한 계산과 정확한 형태에 의한 칼날같은 작업을 주로 해왔던 그였기에 알피오 몬젤리의 조각 작업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스테인레스가 타재료와의 동화에 유리하고 작품 설치가 용이하다는 점 또한 그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알피오 몬젤리 교수 또한 처음에는 도예가로 시작해 스테인레스 조각가가 됐다”며 “도예를 전공했던 나로서는 배울 점이 참 많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6년간의 유학 생활 동안 도자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졸업시기가 다가오자 알피오 몬젤리 교수는 그에게 이태리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의 스타일리스트 시험 보는 것을 권유했다. 평소의 작업 성향 때문인지 주위에서도 그가 디자이너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부추겼다.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했고 그가 원하던 것은 전업 작가로서의 활동이었기에 결국 시험보기를 거절했다. 그리고 1998년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도예와 스테인레스를 결합한 작업을 시도했다.

 

도자와 스테인레스의 이질적 결합
그는 2000년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시각적Analysis>이란을 주제로 도자와 스테인레스의 결합을 시도한 첫 전시를 선보였다. 하지만 갤러리를 찾은 도예관련인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첫 전시였기에 작품자체가 어설픈 면도 없지 않았지만 따뜻한 감성을 지닌 흙과 차가운 철의 혼합은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보기에 낯설기만 했고 계산적이고 기계적인 부분은 예술이라기보다 세련된 디자인에 가깝다는 평이었다. 그는 “당시에는 내 작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표현 방법이 내 작업성향이라고 확신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말한다. 2004년과 2008년 한전아트센터와 관훈갤러리에서의 2, 3회 전시에서 그는 ‘무브먼트Movement’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작품 안에 기계를 설치해 조형물이 움직이도록 제작한 것이다. 이 전시를 계기로 독특한 그만의 작업 방식은 조금씩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표피Epidermis>를 주제로 이태리 로마의 Inquadro Gallery에서 4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서 「악어 씨리즈」 도판작업을 선보였는데 현지에서의 반응이 상당히 괜찮았다. 한국에서 이태리까지 작품의 편리한 운송을 위해 도판작업을 구상했던 것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후 한국에서의 단체전에서도 도판작품을 몇 차례 출품했고 전시장을 찾은 컬렉터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7월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도자조형디자인 전공 박사학위 청구전을 위해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에서 5회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그간 해왔던 스테인레스 작업을 버리고 도자재료 하나만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다른 혼합 재료에 대해 크게 호의적이지 않았기에 박사과정 수료가 목표였던 그는 스스로 타협을 했다. 형태는 더욱더 치밀하게 변화시켰고 스테인레스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계산적이고 반복적인 도형들로 대신했다. 그는 “이 전시를 통해 또 다른 배울 점도 많았지만 계속해서 스테인레스 작업을 버리진 못할 것 같다”며 “내 개성을 충분히 살린 과감한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한다.

 

자연과 인공의 공존
그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통한 컴퓨터 3D제작 방법을 주로 활용한다. 3D작업은 형태 변형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 되지만 디자인하는 과정 중 수정 가능한 이점이 있고 완성형을 예상할 수 있어 선호하는 편이다. 이후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로 원형과 몰드를 제작한다. 복잡한 형태의 부분은 세부적으로 나눠 일부는 기계로, 일부는 수작업으로 원형을 만들어 간다. 완성된 후에 생기는 문제점은 후기를 통해 꼬박꼬박 기록해둔다. 슬립제작은 주로 파인소지를 사용하는데 백색도가 높은 편이라 가끔 실크소지를 섞기도 한다. 유약은 무광을 선호하지만 때가 타기 때문에 대리석발수제를 이용한다. 또한 형태가 복잡해지면 디테일을 살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얇게 시유를 하거나 반투명 무광유약을 사용한다. 이후 제작된 도자작품의 내용에 따라 백광의 스테인레스 스틸을 다양한 방법으로 결합한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자연과 인공이 동시에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서로 유기적이고 연속적이면서도 닮은꼴을 가진 반복된 형태는 복잡해짐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규칙과 질서가 존재하는 자연의 이미지와 같다. 외형에서 표출되는 결정의 형태와 내부적으로는 질서와 나열, 그 안에서 파생되는 조용한 움직임은 마치 거울 속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어떤 것이 원형인지 알 수 없다. 이 점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우주의 원리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원리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것이 작품의 형태와 재료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개념인 것이다.
그는 우연성에 의한 작업보다는 치밀한 계획과 과정이 담긴 작업을 즐겨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의 작품은 순수예술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공윤정 또한 자신을 굳이 작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예술 분야가 어느 하나에 단정지어질 수는 없다고 본다”며 “현대미술에서 새로운 발상의 표현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말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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