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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월호 | 뉴스단신 ]

통합문화, 통합예술의 흐름에서 현대공예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
  • 편집부
  • 등록 2011-03-03 12: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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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27 시그마 창립전 세미나 : 현대미술공예와 새로운 제안

정영숙

아트세인 디렉터, 전시기획자

 

현대사회의 큰 화두는 통합문화이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 학문간의 결합에서부터 디지털 과학과 예술과의 접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를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예술과 과학은 대단히 유용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혁신적인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신문화를 리더하며 예술 관련 각종 어플리케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다. 통합적 이해는 감각적 인상과 느낌, 지식과 기억이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방법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상상하면서 분석하고, 예술가인 동시에 과학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최고의 상태에 이른 종합지적인 사고의 모습이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Merleau-Ponty, Maurice는 “나에게 지각이란 입력된 시각, 촉각, 청각정보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감각에게 말을 거는 나의 전 존재와 더불어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방법으로 지각한다.”라고 했다. 
신新산업소재 기술의 발전은 테크노아트의 확장을 가져오고 있다. 컨템퍼러리 아트는 평면과 입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즉 장르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으며 디자인 영역까지도 접목되고 있다. 첨단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시도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뉴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은 예술가들에게 유용한 재료가 되고 있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들은 미디어 영상을 전공하여 2차원의 공간을 3차원으로 변형하거나 시ㆍ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방탄유리,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등 최첨단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예술가의 선택에 의해 신재료로 활용된다. 컨템퍼러리 크레프트도 예외는 아니다. 세라믹 소재와 신기술을 접목한 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재료적으로 구분되었던 도자, 유리, 금속, 섬유 등은 각 분야별 특성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작품으로 미래의 공예를 제시하고 있는 한 부분이다.

재료 이상의 가치, ‘시그마’ 창립전을 중심으로
시그마창립기념전은 도자ㆍ유리예술을 전공한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로 재료의 융합를 넘어 미의식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예술가의 감각을 일깨우고 새로운 조형어법을 얻기 위해 재료의 유기적인 결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반기능적 공예Non-Functional Craft Arts에서 복합재료Mixed-media는 작가의 주관적인 조형표현 방식이 되었다. 근대 공예에서 중요시되었던 재료적 속성은 작가의 순수한 창작의욕을 뒷받침하는 개념으로서 적극 변화되고 있다. 아서 단토Athur C. Danto는 ‘자신의 고유영역에 머물러 제한된 재료로 그 속성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1960년대까지의 공예인들에게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말을 선택하고 조형하며 세상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선언이며 하나의 혁명과도 같은 것’이라 했다. 앤디 워홀이 기성제품인 브릴로 박스를 제작하여 창고에 쌓아놓는 방식으로 전시한 갤러리에서 아서 단토는 예술의 종말을 예측하였는데 이는 현대미술의 무한한 확장을 재료를 통해서 예견한 것이다.
먼저 출품한 18명의 작가의 작품을 세 개의 섹션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메시지로서의 재료’ 방식이다. 도자와 유리, 그리고 타 재료와의 실험적인 시도는 작가의 표현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이헌국 작가는 인체의 뇌를 모티브로 추상화한다. 부드러운 흙의 물성을 적절하게 다루어 즉흥성과 치밀함으로 인간군상을 담아내기도 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유리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투명성과 기능성을 접목한다. 손정은 작가는 자연의 에너지를 과일, 열매를 매개로 적절하게 변형, 단순화하여 표현한다. 유리와 금속재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축적인 에너지를 표출하고 있다. 오소연 작가는 생명의 소중함을 콩나물을 모티브로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싹을 틔우고 죽는 콩나물의 반복적인 형태에서 강렬한 생명의 순환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채은미 작가는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시대에 상실을 이야기한다. 작가노트에 적힌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의 희미한 반딧불은 상실의 상징이다. 유리, 스텐인레스 등 재료로 반쪽 날개를 표현한다. 바람에 날리는 투명한 날개, 바닥에서 힘없이 파닥이는 날개짓은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이다. 표지혜 작가가 최근 발표한 첫 개인전 주제는 <In Mythos>이다. 도자와 유리재료로 동물 형상을 표현하였는데 유니콘에 가깝다. 작고 연악하고 불안정한 자세가 허구의 신화를 힘겹게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처녀에게 맥을 못 추는 신비의 동물인양. 이우철 작가는 유리재료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컵에 담긴 해골과 뼈는 검은색과 투명한 재질로서 죽음의 알레고리를 강조한다. 이정원 작가는 사회현상에서 음성적인 부분에 주목한다. 불법 장기 매매나 약물 남용 등의 현상을 신체 일부분을 클로즈업하여 일부는 설치작업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두번째는 ‘감성으로서의 재료’방식이다. 자연에서, 혹은 인간의 삶에서 받는 영감을 단순하게 집약한 작품이다. 추상화는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이학주 작가는 자연이 주는 시각적 경험을 유리라는 재료로 기하학적인 형태에 강렬한 색과 나선형으로 표현한다. 김소원 작가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날카롭거나 부드럽게, 가볍거나 무겁게, 따뜻하거나 시원한 상반된 감정을 유리와 도자재료의 특성을 살려 드러낸다. 유형민 작가는 유리, 인조모피, 금속, 도자 등 다채로운 재료를 혼합하여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조형화한다. 불길처럼 타오르고 태양의 에너지가 대지를 비추고, 동물은 뿔을 통해 욕망을 드러내 듯 작품들은 재료의 속성이 적절하게 반영하여 주제를 부각시킨다. 최윤문 작가는 도자와 유리만으로 사유의 의자를 표현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의자, 만남을 통해 대화를 유도한다. 의자의 기능에 충실하지는 않지만 의자 앞에 놓여진 신발은 실존 인간의 메타포이다. 이정란 작가는 ‘Fused glass’ 기법인 조각보를 모티브한 조형작품이다. 폴스미스 디자인의 간결성과 선명한 색감을 유리재질로 옮겨 놓은 듯 경쾌하다. 김영일 작가는 사소함에 눈길을 끌게 한다. 커다란 컵에 함몰되어 허우적거리는 작은 군상, 인간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개미는 투명한 유리재질을 이용하여 약한 생명체를 표현하고, 거미와 거미집은 위태로운 삶의 단면처럼 보인다. 송신혜 작가는 유리와 금속재료를 주로 이용하며, 깊은 바다 속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민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듯 십장생의 요소와 원근법이 배재된 회화성이 돋보이다.   

세번째는 ‘기능으로서의 재료’방식이다. 전통적인 가치를 가진 공예로서 기능적 실용성 위에 발전적인 기술과 재료의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대형옹기항아리와 귀얄문분청항아리, 달빛을 닮은 백자항아리 등은 넉넉한 마음을 대변하는 형태로 류민지 작가에게 항아리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도자재료로 몸체를 만들고 밝은 색의 유리 꼭지를 얹어놓아 낯설지만 신선한 미의식을 제시한다. 유현봉 작가는 유리의 램프워킹과 도자의 페이퍼 클레이와 슬립캐스팅 기법를 주로 이용한다. 주요 모티브는 달팽이로 그릇과 접시에 직접적으로 묘사되며 조형작품에도 오브제로 사용한다. 마티스가 달팽이 형태를 단순화하여 꼴라주 기법의 혁신을 가져왔던 것에 비해, 유현봉 작가는 즉물적인 제시를 통해 자연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황인경 작가는 큐브형태의 유리블럭과 유리구슬 작품을 시리즈로 보여준다. 예술과 발명은 일부 놀이에서 시작되었고 불가능한 구조로 초현실적인 표현을 즐긴 에셔M. C. Escher도 놀이를 즐겼다. 황작가의 큐브형태는 ‘놀이’개념이 도입된 것으로 관객이 참여하는 인터렉티브 기능을 한다. 김호정 작가는 투각한 원형에 의미부여를 한다. 쌓아가면서 투각하는 방식은 성장하면서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가는 긍정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다. 투각을 통해 내부를 비추며 안쪽에 위치한 타 재질을 드러내는 기법이다. 장식을 위한 기능이 돋보인다.     
위에서 구분한 메시지로의 재료, 감성으로의 재료, 기능으로의 재료는 참여작가의 작품 특성에 따라 적절하게 대입한 것으로 굳이 한 부분에만 속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그마’동문들의 작품이 도자와 유리라는 고유의 재료로 결속된 단체이기에 그들의 특성을 중심으로 전시를 해석한 것이다.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더니즘은 장르간의 혼성과 전통과 현재, 추상과 구상을 혼성하여 현재까지 진행되었고, 21세기는 혁신적인 재료의 결합과 학문간의 결합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실임에 비추어, 도자와 유리만의 접목으로 차별화된 미의식과 증폭적인 예술을 발전시키기에는 발걸음이 늦다. 현대미술 시장에서 공예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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