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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월호 | 뉴스단신 ]

흙의 민족조형(1)
  • 편집부
  • 등록 2011-02-10 11:13:51
  • 수정 2011-02-10 12: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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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의 생활문화를 지탱하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흙으로 빚은 아시아의 꿈>전은 아시아 민족조형문화연구가 가네코 가즈시게(1925~)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1,020점의 기증품 중 흙으로 제작된 작품만을 선정해 선보이는 전시이다. 이번호부터 3회에 걸쳐 《흙의 민족조형》을 주제로 한 ‘가네코 가즈시게’의 연구 논문을 게재한다.

 

 

| 가네코 카즈시게金子量重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장, 아시아민족조형학회장

 

‘흙’에는 생명을 자라게 하는 자연의 은혜와 힘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만들며 생활을 다져왔을까. 우주와 자연이야말로 만물 생성의 기반이며, 이를 잃게 되면 인류는 물론이고 모든 생물은 소멸한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근대화와, 욕심에 눈이 먼 현대인들의 어리석은 마음가짐이 자연과 유한한 자원의 낭비와 파괴를 되풀이하여, 우리는 이제 지구 온난화 등, 두렵기 짝이 없는 시대로 돌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각국의 조상들이 쌓아온 지혜를 서로 배우며,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았던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들이 서 있는 대지는 흙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흠뻑 물을 머금고 싹튼 초목이 자라나, 이윽고 당당한 숲을 이루게 된다. 그 안에는 매우 다양한 짐승들과 곤충들이 자라고, 강과 호수, 늪, 그리고 바다에는 크고 작은 어패류가 살고 있다. 인간은 이들 동물, 식물, 광물 자원으로부터 식량과 의약품은 물론, ‘물건’을 만들 소재를 얻어 풍요로운 생활을 꾸려 왔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이러한 소재들을 이용하면서도, 이들을 보호 육성하는 것을 잊지 않으며, 지혜를 다하여 집을 비롯한 많은 ‘물건’을 만들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소재들 중에서도 특히, 물건을 만드는 소재로서 광물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광물이 파괴 혹은 풍화되어 생긴 토양에서 점토가 형성된다. 점토는 미립자의 집합체로 물과 친하기 때문에 물을 만나 가소성可塑性과 접착성을 가지게 된다. 인류가 생활을 시작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수집한 것을 먹기 위하여 식물 자원을 연료로 하여 불을 때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점토로 물건을 만드는 동기를 습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점토는 물을 머금고 있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벼과 식물을 재배하는 논의 토양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다해 왔다. 내화성耐火性이 강한 점토로 구워 만들어 요리를 할 수 있는 그릇이나, 신앙의 도구들, 그리고 장난감이나 인형, 그리고 여러 가지 오락에도 사용하였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모래 산을 만들거나, 찰흙으로 동물이나 사람 모양을 만들어 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점토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구하기 쉬운 조형 소재인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 지역의 가마터를 찾아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부모가 만든 ‘물건’을 흉내 내어 만들면서 놀고 있는 흐뭇한 모습과 종종 마주치게 된다.
「아시아의 민족조형」은 「의, 식, 주, 신앙, 배움, 놀이, 예능, 생산과 교역」의 여덟 주제로 분류하여, 인류가 오랜 세월 축적한 지혜의 깊이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민족 상호 간의 정신 기반을 바탕으로 한 문화 비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굽다리 접시高杯形土器, 기원전 20세기와, 이란의 네 발 단지朱彩土器, 기원전 5세기, 흑색 새김무늬 토기黑色刻文土器, 기원전 10세기, 태국 반치앙와 같이 매우 오래된 토기 등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각 지역의 자연 환경이나 민족 특성을 바탕으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흙의 조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존의 ‘흙’의 전시라고 하면, 보통은 고고 자료나 도자기 등 특정 주제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흙’을 소재로 한 조형 활동에 내재된 ‘지역성’이나 ‘민족성’ 혹은 ‘시대성’ 등의 전체적인 모습은 볼 수 없다. 아시아에는 지금도 각지에서 다양한 토기를 만들어 일상에 사용하고 있는 민족들이 많다. ‘정淨’, ‘부정不淨’을 중요시하는 인도에서는 한번 먹고 마신 그릇은 버린다. 동북, 동남아시아에서 식기로 사용하는 단단한 토기硬陶나 자기 등 식食과 관련된 조형, 신상이나 불상, 혹은 골회상骨灰像, 공양용 꽃병佛花器, 향로, 공양구供養具 등 신앙과 관련된 조형, 축제에 사용되는 종이와 점토를 섞어 만드는 가면과 같이 예능과 관련된 조형, 그리고 소꿉놀이와 장난감, 인형과 같은 놀이와 관련된 조형 등이 그것들이다. 이것이 바로 ‘민족조형’의 기본 이념이자, 전시 방법이다.
박물관은 대학과 같이 ‘좁은 전문분야의 연구 기관’이 아니라,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당연히 다양한 분야에 걸친 ‘물건’을 택하여, 전시를 통해 ‘인류가 축적해 온 삶’을 꼼꼼히 살펴보고 ‘인류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이점이야말로 ‘전문 지식을 배우는’ 대학과 박물관의 차이점이다. 늘 다양하고 폭넓은 시야를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쉬운 전시와 해설을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테면 대학과 박물관은 지성知性의 양 날개이다. 「흙의 민족조형」은 아시아 여러 민족의 훌륭한 조형 감각이 만들어낸 생활 문화의 다양성을 배우는데 적합한 전시가 될 것이다.
아시아의 여러 가마터를 방문해 보면, 주로 여성이 그릇을 만드는 곳은 태국, 라오스에 집중되어 있고, 판매지역은 마을을 중심으로 근교에 한정된 소규모 경영의 가마가 많다.  베트남바첸 가마는 1000년이나 지속되고 있다이나 수도 시설이 없는 미얀마 농촌의 투완테, 혹은 남 챠우냐운 등의 가마에서는 물을 저장하기 위한 커다란 항아리를 만들고 있다. 같은 상황의 캄보디아에서도 물 항아리 등의 커다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성행하였고, 판매경로 또한 넓어서, 이러한 항아리를 배에 싣고 큰 강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이나 한국, 그리고 남아시아에서는 남자가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대형의 물레를 사용하는 대규모 경영의 가마가 많다. 유리가 생산되는 남아시아, 그리고 서아이아에서는 「페르시안 블루」나 「터키 블루」라고 불리는 청유靑釉를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유약을 바른 연도軟陶, 소성온도 800도 전후가 지금도 각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와 같이 아시아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흙의 조형’으로 가득하다. 신앙의 장소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색과 문양을 즐길 수 있는 ‘조형’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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