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5일부터 상설전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이전개관 5주년을 기념해 조선실을 신설했다. 조선실 개막일인 8월 5일은 태조 이성계가 1392년 조선을 건국한 기념일인 7월 병신날이다. 조선실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나라, 조선》 1,163.78m2 면적에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었다. 사농공상은 고려·조선 시대의 직업에 따른 사회계급으로 고려 후기 중국에서 유교가 전래되면서부터 명확해졌으며 귀천은 선비·농민·공장工匠·상인 등의 순으로 되었다. 이러한 신분차별은 수백 년 동안 계속되다가 1894년(고종 31)의 갑오개혁 이후 점차 그 질서가 무너졌다.
5개의 주제로 나뉘어 선보이는 조선실 신설전 <사농공상의 나라 조선>을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제1실 《조선의 건국과 제도정비》
제1실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개국으로부터 세종대왕의 찬란한 과학문화와 한글의 창제 과정까지를 당시의 대표적인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1392년 신진사대부와 신흥무인세력을 주축으로 건국된 조선은 성리학 사상에 따라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정치를 지향하였다. 이를 위해 각 부문의 문물과 제도를 정비해 5백여 년 동안 나라를 이끌어 가는 기본을 마련했다. 조선의 통치는 중앙집권적 관료체제로 정비되었으며 15세기에는 새 왕조의 면모를 드러냈고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천문관측 기구, 활자 등을 만드는 등 문화적 정체성을 정립했다.
제2실 《사림의 성장과 대외관계》
「이이남매 분재기」, 「난중일기」, 「조선통신사행렬도」, 「유성룡의 갑옷과 투구」를 감상할 수 있는 제2실. 16세기 조선사회는 사농공상 가운데 선비, 즉 사림이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성장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을 이끌어갔다. 이들은 성리학을 조선에 맞게 변화시키고 이를 현실정치에 적용해 사림정치를 지향했다. ‘사림’들의 문화와 함께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조명했다.
제3실 《새로운 질서의 모색》
제3실에서는 「단성현 호적대장」, 「김홍도의 풍속화첩」, 「대동법시행 기념비탁본」을 전시함으로 전란 극복 뒤의 새로운 정치질서와 사회제도 그리고 생활풍습을 보여준다. 17세기는 임란왜란 후 사회를 복수하며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시기였다. 왜란과 호란을 겪은 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동법 시행, 호패와 호적제도의 정비, 상평통보의 유통 등 사회경제 분야의 다양한 개혁정책이 추진되었다.
제4실 《탕평과 문화의 진흥》
18, 19세기 전반은 사농공상의 계층적 차별이 어느정도 극복되어 공인과 상인의 역할이 강조되는 한편 소외되어 있던 중인 출신들도 자신들의 문학을 형성해 제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연행을 통한 북학, 서학의 영향 뿐 아니라 방각본의 대량 출판 등 출판문화의 확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제4실에서는 「영조어진」, 「준천계첩」, 「혼천시계」,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전시해 영·정 치세로 불리는 시기의 실학과 문화예술의 변화상을 다루고 있다.
제5실 《근대사회를 향한 노력》
19세기 중반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동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했다. 조선도 서양의 개방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해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겪게 되었다. 고종 13년(1876) 조선은 일본과 조약을 맺고 개화정책을 추진했다. 조선내부에서 이를 수용, 배격하는 운동이 동시에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갑오개혁,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났다. 이후 조선은 근대적 국가 대한제국(1897)으로 세워진다. 개항이후 근대적 출판물 신문이 간행되고 근대적 학교, 의원이 세워졌으며 철도와 전산이 도입되는 등 새로운 제도와 문물이 생겨났다. 제5실에서는 「척화비」, 「고종 어진」, 「오얏꽃 무늬를 수놓은 표피」를 전시하고 열강의 각축 속에서 척사와 개화를 지향하는 상반된 움직임과 함께 근대국가로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선실의 전시품은 모두 1,100여 점으로 그 중 세계 시계 제작기술 역사상 독창적인 천문시계로 평가되고 있는 혼천시계와 6.25 전쟁시 국외로 불법 반출되었다가 국내에 반환된 ‘오얏꽃 무늬를 수놓은 표피豹皮’도 전시된다. 이번 조선실 신설로 인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동안 추진해온 통사전시체제 구축을 마치고 ‘일맥상통 우리역사’의 전당을 완성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장윤희 기자 yoonheej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