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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월호 | 작가 리뷰 ]

고전과 현대의 사이에서 - 정희균
  • 편집부
  • 등록 2010-11-16 16:58:44
  • 수정 2010-11-16 18: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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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카와 사치코泉川幸子 일본 요코하마 야마노우에갤러리 디렉터

 

작품과의 만남
필자는 8년 전, 처음으로 정희균의 작품을 접했다. 도쿄의 어느 유명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그룹전이었는데, 수많은 출품자와 작품들 중에서 한 눈에 마음이 들어 그의 하얀 머그컵을 구입한 것이 계기였다. 대체 어떤 사람의 작품인지 궁금해 수소문하여 그를 알게 되었다.
작품의 기면을 면치기하고 생긴 얇은 모서리에 청화로 선을 그려 넣은 그 컵은 적절한 수공작업만의 맛과 표정이 느껴져 매력적이었다. 도자기에 있어서, 개성을 살리면서 자연스럽고 심플하게 마무리하는 일은 실은 아주 난해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시도의 대부분은 결과적으로 장식적 효과에 그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 후, 필자는 도쿄 예술대에서의 4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갖게된 그의 개인전(박사학위청구전)을 접하고 놀라움과 동시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가 재학 중에 제작한 크고 작은 많은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된 역작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전시장의 기운에 둘러싸였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당시에 직접 말하진 못했지만,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기획할 생각을 굳히게 되었는데, 이미 잡힌 그의 개인전 스케쥴 등으로 이제야 이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정희균 백자·청화백자전> 2010. 7.18~ 8.22 야마노우에갤러리)
 
그의 작품을 보며 생각하다
정희균의 백자, 청백자는 음영과 형태(포름)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또한 청화백자는 시적 정취가 있는 구상형의 문양구사와 푸른 농담과 발색이 아름답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가 넉넉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고 거북하거나 부자연스러움이 없다. 결코 작위적이지 않으면서 ‘순순하고 질박하게 흙을 향하는, 자기에게 솔직하게 만드는’ 자연스런 작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순순히 (작품을)만든다’는 말은 도자에 대한 기술, 지식, 경험의 뒷받침이 있어야하는 것으로서 그저 단순한 표현의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갖는 ‘백白’의 표현은 그저 심플하고 장식적으로만 마무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깨끗하고 간결할 정도로 하얀 색과 질감의 백자작품들은 그것이 항아리나 화병, 혹은 식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그 하나하나에는 추상적인 표현이 내재하고 있다. 가령, 찻잔이나 컵을 만들더라도 일상의 식기을 만드는 감각이 아닌 것이다. 그 하나하나가 제작 당시의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들이며 바로 그 점이 작품에 매력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작품이 실용적인 그릇의 외관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작가는 식기를 만든다는 태도가 아니라 독립된 표현매체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릇이면서도 그릇에 머물지 않는 시각을 보여주며, 추상적이고 고전적 이미지의 기형이지만 보는 이에게 구체적인 사용에의 심적 자극과 현대성(모더니티)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우아하고 기품있는 개성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머리로 재거나 스케치로 그려진 바를 만든다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작기술이나 조형적 센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전과 현대도예에의 통찰력과 자기 작업에의 신념이나 자신감이 균형을 지녀야만 비로소 순순히 성취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그릇의 경우, 그것의 구체적인 용도를 자주 묻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밥공기라면 이 정도의 크기나 용량, 접시라면 이렇고.. 하는 식이 통용된다. 일본에서 그릇은 요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 누구라도 일상생활에서 그릇과 밀착하는데, 이는 일본 특유의 식문화에 유래한다. 정희균의 기능적인 그릇은 그러한 통념이나 용도의 크기, 형태에서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밸런스와 표정을 지향하며, 그 결과물은 대단히 아름답다. 그의 그릇은 사용자가 어떻게 쓸까를 궁리하는, 창조적인 쓰임의 즐거움을 기대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여유 혹은 여력余力이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그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창조의 여지나 여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으며, 결국 감상자나 사용자도 더욱 즐겁게 작품을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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