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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월호 | 작가 리뷰 ]

손으로 빚는 자기 해체와 인정사이의 심리작업 - 윤지용
  • 편집부
  • 등록 2010-11-16 16:54:52
  • 수정 2010-11-16 18: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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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영 상담심리전문가

 

윤지용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았던 날이 생각난다. 말과 사람이 서로 기대어 하나로 뭉쳐져 있는 작품이었다. 말도 사람도 눈을 감고 있었지만, 삶의 고뇌와 피로가 감긴 눈꺼풀 위로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둘이 기대어 있으므로, 아주 찰나의 평안이 흐르는 것 같은 그런 섬세한 작품이었다. 그 뒤로도 그는 말을 닮은 어떤 형상들과 사람이 함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때로는 심기가 불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복잡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복잡한 것을 피해가려는 듯 무심해 지기도 한다. 그의 작품이 마음을 건들기 때문이다. 마음속의 욕망, 두려움, 소망, 순진함, 평안함, 피로함, 고통, 체념, 때로는 무감각까지. 그의 작품들은 작가 자신이 겉으로 드러내는 것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여러 감정들을 헤집고 다닌다. 그런 점이 그의 작품에서 다가오는 심리적 측면이고, 작가의 페르소나에 감추어진 면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아주 대놓고, 작품에 심리적 주제를 들여 놓는다고 해서 궁금했다. 이번 전시서울 신안아트홀 2010.7.26~8.6에서 선보인 큰 주제는 페르소나였다.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마스크를 말한다. 사회나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 주어지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데, 이와 같이 집단이 개인에게 준 역할, 의무, 약속, 그 밖의 여러 행동양식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페르소나라고 불렀으며, 이는 사회에서 기능하는데 필요한 가치관, 규범, 의무로 구성된, 남에게 보이는 나, 마스크를 쓴 나이다. 이것은 자아의 일부분이지만 자아 자체는 아니며, 가상이지만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자아와 구별되어야 하는 또 다른 나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꾸며진 언어와 표정들은 사회적 가면에 의해서 가려지고 있다. 실제로 그 형태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미 가면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하였고 우리의 본모습을 여과하는 걸음장치가 되어 버렸다. 이번 전시는 주체의 얼굴 위에 위치하여 주체와 타자 사이에 존재하는 제 3의 요소인 막幕, 즉 얼굴을 가리는 ‘층layer’으로서의 마스크에서 시작되었다.
페르소나. 자기가 아니라고도, 그렇다고 자기라고도 할 수 없는 막으로서의 가면. 작가는 이 페르소나를 인정하면서도 해체하고 분리한다. 넥타이를 매고 황갈색 가면 아래 입과 턱만 보이는 창백한 숨은 얼굴, 희고 화사한 흰 가면 안에서 드러나 세상을 노려보는 황갈색의 숨은 얼굴. 여지없이 단정한 셔츠를 입고 멋진 넥타이를 맨 나와 너의 페르소나들이 등장한다. 반쯤 보이거나 숨어있는 얼굴들은 단정한 셔츠와 타이로 꾸며진 너와 나의 사회적 얼굴일 것이다. 그런 다면적 인격 곁에는 한결같이  말 모양의 또 다른 형상이 있다. 가면을 쓴 사람은 그것에 기대어 꿈을 꾸거나, 끌어안거나, 때로는 휘감겨 있는 모양이다. 그 말 모양의 형상은 가면을 쓰지 않았으니,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어떤 변치 않는 중심이 아닐까 싶었다. 그 변치 않는 중심이 끝내 자신을 지탱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때로 비죽비죽 몸속에서 삐져나오기도 하고, 몸의 일부를 이루기도 한다. 대체 나의 무엇이 가면이고 아니라는 말인가, 나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 작가의 치열한 물음은 ‘돌아보며 물들다’에서 극에 달한다. 머리끝부터 돌돌 돌려 잘라내 속을 열어 보았지만, 속은 텅 비어있다. 넥타이를 맨 사회적 페르소나를 갈라 해체해 보았더니 속이 비었다. 그것은 그래서 어느새 부정하기 어려운 나 자신이 되어 버렸다는, 또 다른 의미의 수용인 것 같기도 하다. 가면을 쓰지 않은 얼굴들이 있다. 그들은 손을 들고 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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