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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월호 | 전시토픽 ]

천 하나의 잔 - 현대도자의 세계여행, 인도에서 스위스까지
  • 편집부
  • 등록 2010-10-11 10:40:10
  • 수정 2010-10-11 13: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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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1 Cups - Contemporary Ceramics, Trip around the World from India to Switzerland

2010.6.1~7.15 이천세계도자센터


문유진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

 

잔, 보편과 다양
모든 문명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그릇인 잔은 그 쓰임에 따른 가장 보편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지리적 문화적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시대와 지역, 문화를 초월해서 늘 인간이 가장 가까이 두고 쓰는 그릇이라는 잔의 보편성은 잔이 가장 다양한 종류와 모습을 가진 채 현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담아내는 것에 따라 모양과 쓰임새, 이름이 결정되고, 마찬가지로 담기는 물질의 문화적 배경이 잔의 성격과 특징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잔의 삶은 시작된다. 인도에서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진흙을 빚어 낮은 온도에서 단벌구이한 잔을 만들어 사용해왔다. 단 한번 차나 물을 담아 마신 후 바닥에 던져 깨어버리는 이 소박한 테라코타 잔은 오늘날 플라스틱이나 종이컵 같이 대량생산된 공산품이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어, 이 오랜 전통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생산의 효율성과 실용성, 즉 잔의 기능적 보편성만을 극대화한 이러한 컵들은 잔이 가진 미학적 문화적 다양성을 제거해버렸다.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컵에 똑같은 커피를 담아 마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천 하나의 잔이 있다. 사라져가는 인도의 테라코타 잔에 경의를 표하며, 여전히 현존하는 다양한 문화와 감수성을 담아내고, 현대도자의 기술적, 미학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며 세계를 여행하는 잔들.

 

천 개, 그리고 하나의

이천세계도자센터에서 <천 하나의 잔-현대도자의 세계여행, 인도에서 스위스까지>전이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 열렸다. 스위스 도예가 및 큐레이터로 구성된 디알로그 세라미끄Association Dialogue C럕amique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의 도자예술가 100명이 만든 1001개의 잔의 순회전시로, 인도의 뉴델리 공예박물관과 중국 광저우 광둥미술관을 거쳐 한국에 상륙한 이후 프랑스 비오Biot, 파리Paris, 루배Roubaix, 스위스 제네바Geneva와 라쇼드퐁La Chaux-de-Fond을 여행할 계획이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 그리스,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오스트레일리아, 이집트, 스페인,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등 19개 나라에서 활동하는 도예가 100명이 각각 10개의 잔을 만들고 여기에 이 기획의 시발점이 된 인도의 전통 테라코타 잔 하나를 더해 총 1001개의 잔이 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10개의 잔을 만들 때 각국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가 담긴 도자제작 기법을 유지하는 한편, 재료, 색상, 장식 등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창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요작가로는 아놀드 아넨Arnold ANNEN, 후카미 수에하루FUKAMI Sueharu, 장 양쯔JIANG Yang-ze,  프랑소아 루에그Fran뛬is RUEGG 등이 참여했고, 한국도자재단의 공동기획으로 국내 작가로는 이세용, 이영호, 이인수, 정길영, 허상욱 작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국도자의 매력과 가능성을 나타냈다.


특별한 Show, 특별한 Showcase
다양한 자태를 뽐내는 천 하나의 잔들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순회전을 실현가능하게 만들어 준 쇼케이스이다. 유물이든 현대 창작물이든 깨지기 쉬운 도자의 속성 때문에, 장거리를 오가는, 특히 국가를 넘나드는 도자전시 프로젝트의 실행에서 운송은 가장 고난도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작품의 포장과 운송, 해포와 설치 전 과정에 걸쳐서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과 주의 모두를 요하는 작업이다. ‘천 개, 그리고 하나’라는 엄청난 수의 찻잔들이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무려 다섯 개 나라의 여덟 개 도시를 여행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운송은 기획자들에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언제나 그렇듯 모자란 예산범위 내에서 백 명의 내로라하는 현대도예가들의 작품들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기 다른 모양새를 뽐내는 천 하나의 잔들을 여덟 곳의 각기 다른 전시공간에서 관람객에게 일관성있게 보여준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바로 스위스의 제품디자이너 롤랑 에벨르Roland Eberle였다. 취리히Z웦ich를 기반으로 1998년부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제품디자인, 건축인테리어, 전시와 상품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에벨르는 <천 하나의 잔> 프로젝트를 위해 기발하면서도 효율적인 맞춤형 전시대를 디자인했다.
한 명의 작가가 만들어 낸 열 개의 잔은 하나의 단위로서 지역-역사적 배경, 문화적 미학을 담아내는 공통의 양식적 특성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고, 이러한 단위들은 또한 다른 단위들과의 연결성과 차이점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또 다시 열 개씩 묶인다. 이렇게 열 개의 단위, 즉 백 개의 잔들이 하나의 쇼케이스 안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경쟁하고, 중첩되면서 그 다양한 빛을 관객에게 뿜어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쇼케이스는 자체 여닫이 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시공간을 구획하는 파티션의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쇼케이스와 작품의 포장재와 기타 공구들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디자인 된 쇼케이스는 <천 하나의 잔>의 실험적이고 효율적인 공간 연출을 책임진다. 이 특별한 쇼케이스의 능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여행기간에는 훌륭한 운송 컨테이너로 변신하는데, 탄탄한 구조의 여닫이를 닫으면, 무려 백 점의 작품을 수용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가 되는 것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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