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전시소식, 작품에 관한 리뷰글, 도예계 발전모색을 위해 다양한 주제아래 쓰여진 글들이 가득한 도예잡지. 유익한 정보들과 함께 ‘사람과 사람간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세라믹 레터_도예가가 보내는 편지>를 마련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제자가 스승에게 혹은 스승이 제자에게, 부부도예가가 서로에게 한달에 한번씩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면? 진정한 소통은 인생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로 인해 인생의 무거운 무게가 벗어질 수도, 인생에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을만큼 매우 중요하다.
첫번째 <세라믹레터_도예가가 보내는 편지>를 신한균 사기장이 아버지 신정희 사기장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해 본다.
장윤희 기자 yoonheejang@gmail.com
아버지.
마지막칸 입니다.
장작을 던지니 불길이 힘있게 일어나 불살 됩니다. 불살이 불턱을 지나 그릇들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연이어 장작을 던집니다. 불살이 강한 회오리되어 가마칸을 휘감기 시작합니다. 가마 옆 살구나무 잎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불살이 살창구멍 사이로 세차게 흘러갑니다. 사정없이 장작을 던집니다. 불살이 춤추며 불등창을 때립니다. 세찬 바람에 불살이 불폭풍이 되어 바깥으로 뛰쳐 나옵니다.
몸이 움찔해 집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세차게 장작을 불통에 던집니다. 불살의 하얀 그림자가 제 발 앞에 이글거립니다. 아버님 말씀을 떠올립니다.
“삭일 때는 삭여야 한다”
잠시 장작 던지기를 멈추고 쥐불구멍을 헐어 쇠꼬챙이로 불보기를 꺼냅니다. 조금만 더 열을 올리면 될 것 같네요.
다시 장작을 세차게 던집니다. 한고물, 두고물 ...
아버지, 불살이 굴뚝 위로 치솟아 불기둥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그러셨죠.
용은 가마의 불때기를 보고 만들어 낸 상상의 동물이고,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는 가마 속의 도자기를 가르친다고...
가마칸이 호수처럼 맑아졌어요. 호수속에 아버님이 보여요.
아버지, 저 고백할게 있어요. 이십년 전쯤일까요. 그때 아버지에게 우리 가마가 너무 구식이고 비과학적이라며 가마를 현대식으로 바꾸자고 생떼를 쓴적이 있었죠. 그때 아버님은
“뭐라구, 이 가마에서 명품이 얼마나 나왔는데... 가마를 원망하지 말고, 흙 공부나 더하거라. 흙에서 꼬신내를 느껴야 맛난 그릇을 만들 수 있어”
“아부지, 그릇이 음식입니꺼? 맛이나게...”
아버지 그때 저는 아버님 자리를 이어 받는다면 가마부터 다시 박으리라고 다짐하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저 가마를 새로 박지 않았어요. 지금 불때는 이 가마는 아버님 그대로의 가마입니다.
토를 달려는 것이 아닙니다. 도자기는 기계나 과학적 지식만 가지고 빚는 것이 아니라 땀과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만
명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아버님이 저세상 가고 난 뒤에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이 가마에서 아버님의 체취를 계속 느끼고 싶습니다.
아버지! 가마칸 속이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릇들이 맛나게 익었나 봅니다. 이제 불때기를 끝내야 할 것 같네요.
밤하늘을 쳐다봅니다. 구름사이로 달 항아리가 지나가고, 은하수 사이로 별들이 강물되어 흘러가고 있어요.
굽이굽이 강이 흘러가는 것처럼 아버님의 사랑은 저에게 흘러 왔었습니다.
아버님! 저도 흐르는 강물이 되어 내 자식과 내 제자들에게 내 사랑을 흘려 보낼 것입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8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