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거장’, ‘근대 조각의 아버지’란 수식어가 붙었던 천재 조각가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그의 작품들은 마치 조물주가 흙으로 인간을 빚어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생명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 4월 30일부터 8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로댕전>에서는 파리 로댕미술관 소장품 180여 점을 선보인다. 조각, 드로잉 및 채색작업 등 다양한 로댕 작품들은 근대조각의 탄생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각가 로댕의 삶과 예술을 총체적으로 조명해 보는 전시이다.
근대 조각의 선구자
19세기 서양미술은 인상파 화가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조각은 회화와 달리 건축물의 부속품 정도로 여겨져 조각고유의 예술적 가치는 찾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 가운데 1840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천재조각가 로댕이 태어났다. 14세에 예술가가 되기 위해 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해 온종일 미술공부에 매달리 던 중 우연히 조각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 로댕은 ‘난생 처음 점토를 본 나는 천상에 오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히며 자신의 진정한 소임이 조각임을 확신했다. 이런 로댕이 조각가로 세상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37세 나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선보인 작품 <청동시대>가 사실적인 묘사 덕분에 ‘모델의 몸에서 직접 주물을 뜬 작품’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칭찬보다는 비난의 관심을 먼저 받게 되었다. 이후 그는 젊은 모델 뿐 아닌 노인의 모습도 작품에 담아내며 천재적인 열정과 재능으로 40세 이후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해 「생각하는 사람」, 「입맞춤」, 「깔레의 시민」등 훌륭한 작품들을 쏟아냈다. 특히 「발자크」에서 보여 준 구상과 추상을 절묘하게 융화시킨 천재적 재능과 예술적 독창성은 근대 조각의 출발점을 이룰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인체를 통해 영혼과 육체가 결합된 역동적 작품으로 조각을 순수 창작의 영역으로 이끈 그는 조각의 새로운 역사를 이룬 작가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로댕의 조각 작품 113점과 함께 연필과 수채물감으로 그린 42점의 드로잉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주로 여체의 움직임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드로잉 작품들은 조각의 밑그림으로서뿐 아니라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모델의 움직임과 포즈를 바탕으로 작업했던 로댕은 무려 1만여 점의 드로잉을 남겼다. 그는 ‘생명이란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고 신성함이며 꼭 잡아야 할 순간’이라고 말할 만큼 인체의 역동적 순간을 포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모델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한 뒤 종이를 보지 않고 오직 모델에게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림을 그렸으며 수정도 하지 않았다. 간결한 형태와 대범한 표현이 특징인 드로잉은 로댕의 에로틱하면서도 역동적인 조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로댕은 춤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조각가이기도 했다. 인체의 움직임의 가능성이 극대화되는 무용을 통해 신체표현작업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했던 것이다. 《춤, 생동하는 인체》 섹션 에서는 「신들의 전령, 아이리스」, 「춤동작」 등의 청동 작품을 통해 무용을 통한 신체표현작업과 춤에 대한 로댕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제자 까미유 클로델의 독립 섹션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정열적인 그러나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난 제자 까미유 클로델과의 러브 스토리도 살펴볼 수 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