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문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렸다. 작품은 「철화분청항아리」, 「사각분청장군」, 「생활그릇식기류, 차도구」로 구분된다. 기존 개인전을 통해 발표된 작품에서 「전통철화분청자기」로의 현대적 변용이 눈에 띈다. 15세기의 철화자기가 신현문 작가의 손에 의해 새롭게 각색되었다. 유려하고 꾸밈없는 항아리의 형태와 귀얄로 힘차게 그려진 철화에는 거침없는 작가의 에너지가 투영되었다. 폭과 높이가 각 80cm 정도의 대형 항아리는 수레질 기법으로 제작되어 번조까지의 까다로운 제작과정 때문에 완성작을 얻기가 쉽지 않다. 동양화가 화선지에 일필휘지로 그려지듯이 항아리 표면에 철사안료로 단숨에 그리며, 이러한 기법이 귀얄의 농도, 속도감 및 추상적 이미지를 구현한다. 백토로 분장된 바탕에 호탕하게 그리는 형식은 다른 도자기 기법과 차별화 되는 표현 방법이다. 흔히 액션페인팅 방식과 연결해 볼 수 있으며, 이는 물성이 강조된 앵포르멜과 그 형식적 유사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철화분청자기의 회화적 소재는 당초문, 연화문, 연어문, 귀얄문 등으로 형태와 기능에 따라 적용을 달리하여 제작되었다. 작가는 그 중 귀얄문을 이번 전시에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거칠고 강렬한 귀얄 터치는 위의 서양미술 방식과 연관성도 있지만, 공간의 여백과 재료적 순응이 동양정신에 가깝다. 철학자 조요한은 ‘자연순응성’, ‘비균제성非均齊性’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한국미를 정리하였고, 한국의 도자기를 일컬어 ‘자유와 화합하는 이상의 세계가 우리의 자기예술이다’라며 한국도자기의 청명성을 논한 바 있다. 작가가 선택한 분청 귀얄문 항아리는 자연스런 미의 상징이며 인간의 유희적 충동이 돋보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사각분청장군」, 「무유분청덤벙항아리」, 「무유트임화병」 등에서도 드러나며 질박質朴한 멋이 내재되어 있다.
그의 차 도구 중 주전자는 작지만 형태는 육중하다. 거친 형태의 나무 오브제와 묵직한 손잡이는 비균형적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더불어 조화로움과의 강한 대비로 인해 미적쾌감을 준다. 이렇듯 작품 크기와 무관하게 그의 조형적 특징은 생활자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번조방식은 작품의 특성에 따라 장작가마와 가스가마를 자유롭게 활용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전통분청철화항아리」를 작가 특유의 형식으로 응용하고 변형하여 새로운 조형성을 모색하였다면 다음 전시에서는 미적 정체성이 심화되길 기대해 본다.
정영숙 아트세인 디렉터, 현대백화점 갤러리H 객원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