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교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국립대학의 성과연봉제 시행을 발표하였다.(2010.6.21.중앙일보) 교육이나 연구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린 교수에게는 연봉을 올려주고 저조한 교수의 연봉은 동결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대학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되며 도예 전공 교수들에게도 예외 사항은 아닐 것이다. 교수들에게도 이제 대학은 경쟁 사회이며 몇 십년간 이어오던 ‘철밥통의 신화’가 깨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후기 산업사회의 출산율 감소시기를 맞은 대학간의 경쟁 구도 내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도예과, 공예과 내의 도예전공 혹은 세라믹·요업 디자인과 교수들은 대부분 임용 전부터 작가 혹은 요업 디자이너였으며 임용 후에도 비슷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물론 이들 교수들이 대학에 원서를 냈을 때 연구실적물들의 대부분은 작업과 관련된 개인전, 각종 초대전, 단체전 및 공모전 등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대학 재직 중에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연구실적의 대부분이 전시회 등 작품과 관련된 활동이 차지하고 있다.(간혹 논문이나 전시 기획 등이 인정되어 제출되기도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그것이 학교에서 원하는 요구사항도 되니 교수는 복 받은 직업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교수들에게 충분한 작품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데 있다. 교수로서 당연히 가장 신경써야하는 수업과 수업 준비 등의 직접적인 교육 활동 외에도 행정 업무들이 그들의 눈코를 뜰 새 없이 만들기 때문이다. 각종 처장, 학장, 학과장 등의 보직을 맡은 교수들은 그 기간 중에 자신의 작품 활동을 잠시 접어야 할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전시를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실적을 위한 작품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의 경우에는 학기 중에 작품을 하기보다는 비교적 한가한 방학을 이용하여 한학기의 작품을 몰아서 제작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는 흙 작업의 특성상, 작업을 하는 기간 중에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재료적 특징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작업을 위한 정신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데 더 큰 이유가 있다. 필자가 이글에서 작업 할 시간 없다고 핑계를 대거나 넋두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며 교수에게 있어서 작품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작품은 교수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그 제자들에게도 중요하다. 훌륭한 작가인 스승은 제자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대한 영향을 준다. 많은 학생들이 스승의 작업관 및 작품 경향에 따라 자신의 작품 방향을 정하곤 한다. 그들의 스승이 원하던 원치 않던 자연스럽게 스승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물론 필자의 사견으론 이러한 경향이 여러 가지 이유로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반세기를 넘어선 한국 대학의 미술 교육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 경향과 작가 역량은 다른 이야기이다. 작품 경향과 상관없이 스승의 작가로서의 업적이 그들 제자의 작가로서의 그릇 크기를 결정하기 때문에 스승의 작가적 역량은 제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거 할 수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듯이 스승이 훌륭한 작업을 하는 작가라면 제자도 그에 근접하거나 혹은 뛰어넘는 우수한 작품을 시도할 것이다. 현 세대, 제자의 작가로서의 그릇 크기는 스승이 말로써 유도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행동으로 보여 주었을 때 제자가 스스로 스승 그릇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여 키워 나가는 것이다.
이제 교육자로써의 작가를 알아보려 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