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1/5 상 展
2002. 2. 27~3. 5
한국공예문화진흥원(5F)
글/최은영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 큐레이터
갓난아기의 모습 혹은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생동감 넘치는 그들의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난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들은 미래가 있다는 의미이기에 그들의 자라나고 살아가는 모습은 흐뭇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도자 1/5상전의 전시는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이 모임의 주인공들 조경식, 이미경, 엄상흠, 박정옥, 이희룡으로 모두 이천지역에서 이웃해 작업하던 작가들이다.
이 전시 제목의 의미는 여럿이 함께 하지만 그들 한명 한명의 존재의미를 다시 한번 성찰해 보고자 한다는 것과 ‘오분의 일상전’이란 다소 말장난 같은 재치를 발휘한 것 두가지로 이해하면 되겠다. 젊은 작가들이 소소히 모여 작업하며 서로의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이러한 전시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서로의 작품을 돈독히 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번 생활속의 도예작품을 살펴보면 조경식은 얼마전 진흥원에서 ‘서울역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데뷔 한 작가로 이번 전시 역시 지난번 전시에 선보인 작업처럼 소금유를 이용하여 라쿠소성한 다양한 형태의 촛대를 선보였다. 일상적인 인물들을 관찰하며 다양한 심리를 지닌 인물군상을 보여주던 그가 촛대시리즈를 제작하게된 계기를 궁금하게 여긴 나에게 수줍은 웃음과 함께 그가 한말은 “드라마를 보는데 저기에 촛대가 있었으면……해서요”였다.
이것은 바로 공예가로서 누릴 수 있는 커다란 혜택이 아닌가. 일상 속에 함께 하는 작품을 꾸준히 모색하려는 그의 시각이 참 반가웠다. 박정옥은 그 동안 인간의 형상을 닮거나 드로잉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요즈음 캐스팅 된 심플한 기물 위에 전사로 다양한 패턴이 시도되는 경향이 많은데, 고집스럽게 핸드페인팅만을 사용하는 그녀의 표현과 무척 조형적이면서도 실용성을 잃지 않고 있는 그녀의 기교가 참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이미경의 경우 지금까지 분청위주의 생활자기를 선보여온 작가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라쿠소성을 한 화분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외부에 한번도 드러낸 적은 없지만 오랜 시간 그녀가 줄곧 테마로 갖고 있던 것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였다는데 의미가 크다. 그녀의 화분을 보면 “너 흙에서 나서 나무를 품고 있구나”하고 조용히 묻게 된다. 이는 억지스런 조형감각이 아닌 물레 위에서 자연스레 흙이 좋아 만든 흔적이 다분히 보이는 나무와 퍽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희룡과 엄상흠은 ‘食器(식기)’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희룡은 분청에 진사로 하회하여 유약위로 은은히 피어오른 진사 꽃송이들이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엄상흠은 백자 위에 청화, 진사로 하회하여 화사한 미를 더했다. 이희룡의 작품이 단단하고 듬직한 남성적인 매력을 지녔다면 엄상흠의 경우 단아하고 섬세한 여성의 미를 지녀 둘의 작품을 견주어 보는 것은 이번 전시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