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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월호 | 해외 ]

맵고, 달고, 새콤한 태국 도자문화 체험기(2)
  • 편집부
  • 등록 2010-06-11 11:36:24
  • 수정 2010-07-05 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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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달고, 새콤한 태국 도자문화 체험기(2)

- 도자문화가 숨쉬는 태국여행

| 장남숙 도예가

필자는 지난 1월 한 달 간 태국 실파곤 대학의 초청거주작가로 태국을 방문, 체류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체험한 특별했던 태국의 도자문화를 두 번에 걸쳐 소개한다. 

북부 수학여행Trip to Northern Thailand
학교에 머무르는 동안 그곳 교수들과 석사과정 학생들이 함께 계획한 태국 북부지역 수학여행을 따라갈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여행사를 통해 하는 해외여행과는 달리, 현지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이야기하며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했던 그 1주일은 태국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밤 9시, 2층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새벽녘 동이 틀 때까지 8시간을 달려 이른 아침에 치앙마이Chiangmai에 도착했다. 땅이 넓고 관광이 발달했기 때문에 시외버스는 거의 누워 잘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좌석을 갖추고 있었고, 항공기 기내 서비스처럼 스낵과 음료수를 제공해 주었다. 치앙마이는 북쪽에 위치해 있고 다른 지역에 비해 날씨가 좋아서 1, 2월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이다. 특히 도자를 비롯해 종이, 실크, 목공예, 직조, 은공예 등 다양한 타이 전통공예가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한 타이커피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먹고 시내 초입에 있는 불교 사원을 방문해 연꽃, 초, 향, 금박종이를 사서 예를 올리며 안전한 여행을 기원했다. 먼저 항동Hang Dong 공예마을의 도자 공장을 방문해 작업 공장과 전시실을 둘러봤다. 주로 유럽으로 수출되는 도자기로서 형태와 유약 색이 아주 화려했다. 타이항공 기내 의자를 비롯해 방콕시내의 분홍색 택시, 음식, 전통의복과 일용품에 더운 지방 특유의 밝고 화려한 색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 공예마을에서는 질 좋은 닥종이가 생산되고 있어 여러 종류의 아름다운 종이공예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음날은 태국 전통 청자를 생산하는 시암 청자Siam Celadon 공장을 견학했다.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Lanna Thai’라고 불리워지는 태국 북부지역은 예술과 공예 등 태국 전통 문화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유입된 도자는 Sukothai를 거쳐 치앙마이에서 2000년 도예의 맥을 이어가고 있고 1978년도에 설립된 Siam Celadon은 청자의 전통을 대를 이어 현대까지 지켜나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청자는 중국이나 우리나라 청자보다 색이 밝고 현대 감각에 맞는 질 좋은 생활자기세트를 생산하고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다시 북쪽으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치앙라이Chiangrai. 이곳은 중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인접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초가을 정도가 겨울 날씨인 이곳은 신년 전후로 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휴가를 즐긴다. 우리는 주로 태국쌀로 지은 밥알이 날아다닌다고 알고 있지만 태국 북쪽지역에서는 찹쌀밥을 즐겨 먹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King mum’s Garden이라는 의미의 ‘Mae Fah Luang’ 보타닉가든을 방문했다. 이곳은 예전에 양귀비를 재배하는 아편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생을 바친 왕의 어머니의 노력으로 16년 뒤 환경친화적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양귀비 재배를 근절시키고 대신 커피와 마카다미아 너트, 채소, 과일, 꽃의 생산지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이후 산 속에서 불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던 여러 소수민족들에게 고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게 되었고 지금은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자원으로 전통적인 수공예 자수와 염직공예를 발달시켜 현대적 감각에 맞는 스타일로 디자인한 고급천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Doi Tung라는 고급 브랜드로 태국 전역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곳의 입장권 뒷면에 게재된 대비(왕의 어머니)의 글에서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 걸을 때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작은 차라도 있으면 자전거보다 더 빨리 갈 수 있다. 행복은 우리 안에서부터 오는 것이다. 자꾸 우리 자신을 우리보다 많이 가진 자들과 비교하면 열등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적게 가진 자들과 우리 자신을 비교하면, 우리는 그나마 더 낫다고 느낀다. 우리 자신조차 무엇이 충분한 것인지 모른다면, 우리가 이미 충분히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일행은 태국의 유명 도예가 Somluk Pantiboon의 작업실인 Doi Din Dang Studio(red clay hill)를 방문하였다. 산 중턱 숲 속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작업실은 태국의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와 작가의 작품이 판매되는 샵, 그리고 숲이 내려다보이는 카페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커피와 작가가 재배한 차를 직접 자신이 만든 컵에 담아 내오는 모습으로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있는 곳이다. 도예가 Somluk Pantiboon은 이 지역에서 나는 흙과 유약재료를 채취해서 완성도 높고 아름다운 빛깔의 도자를 빚고 있다. 그는 치앙라이에서 태어나 학업을 마치고 일본인 부인을 만나 일본에서도 작업을 했다. 이후 귀국해 이곳에서 20여 년 동안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훼손되는 자연과 숲을 보면서, 본인이 직접 씨를 뿌려 나무를 키운다. 라는 주제로 하나의 씨앗에서 자라나 강하게 번식해 가는 나무처럼 본인의 삶과 작업이 지역사회와 도예계에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몰두해 있는 작가다. 
 
“Sawasdee Ka” 태국의 이모저모
태국 식당에는 항상 네 가지 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매운고추가루, 설탕, 피쉬액젖, 고추와 섞은 식초. 그래서 취향에 맞추어 국수나 볶음밥 등에 자기가 원하는 소스를 넣어 먹기 때문에, 한꺼번에 맵고, 달고, 새콤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파타야, 망고스틴, 구아바, 망고, 수박 등 열대과일이 풍부하고 거리에서 파는 과일은 고추가루가 섞인 소금을 함께 넣어주는데 찍어먹으면 더운 날씨에 염분을 보충해주고 단맛을 더 달게 해준다.
공항을 가거나 학교 갤러리를 방문하기 위해, 또는 실파곤대학 방콕 캠퍼스를 가기 위해서는 항상 차가 막히는 지역을 지나야 한다. 그 길 중간에 있는 방콕에서도 유명한 바나나 튀김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상습 교통 체증지역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는 차도 위 뻥튀기 장수처럼, 차가 많이 막히는 이곳에서는 금방 튀겨낸 바나나를 봉지에 담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차들 사이로 다가와 호객행위를 하며 20바트씩(1000원) 받아 팔고 있었다. 기억 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또 하나의 방콕의 달콤한 맛이었다. 
태국은 물이 풍부한 나라다. 그래서 옛부터 강을 따라 수상가옥이나 시장이 발달되어 있다. 물은 태국의 문화와 삶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배를 타고 Ampawa 수상시장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수상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수상가옥과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며 그들만이 즐기는 여유로운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문 밖으로 나와 강물에 음식을 씻기도 하고 데크에서 가족끼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아이들은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목욕하는 할머니가 같이 하자고 배 위의 관광객들에게 손짓을 하기도 했다. 그들의 방식대로 수천 년 지속되어 온 오래 된 수상생활문화였다.
태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건축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국 왕궁이나 집은 지붕이 세모꼴로 높고 바닥은 땅에서 위로 들어진 형태로 지어졌는데, 실파곤 대학교 인테리어디자인학과 Sombat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그 이유는 긴 우기 동안에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물이 머무르는 시간을 짧게 해주고, 강한 햇빛으로부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습기로부터 보호하면서 통기성을 주기 위한 형태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왕궁이나 절의 경우에는 신을 경배하는 의미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절이나 사원에 가면 많은 동물상들의 그림과 조각상들이 있고 사람들이 나름 질서를 갖고 경배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의미가 있었다. 호랑이와 노랑색은 월요일을 의미하며, 돼지와 분홍색은 화요일, 코끼리와 녹색은 수요일, 쥐와 주황색은 목요일, 곰과 하늘색은 금요일, 뱀과 보라색은 토요일, 독수리와 빨강색은 일요일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번 일정 중 어느 날 하루는 아침 일찍 작업을 하려고 작업실에 왔는데, 한 남자분이 열심히 청소를 하며 정리하고 있었다. 그 전에도 아침에 작업실에 오면 누군가 항상 깨끗하게 정리를 해놓고 전날 사용한 도구와 컵들을 깨끗하게 씻어 잘 정리해 놓고, 냉장고에 마실 물도 항상 채워져 있어서 궁금해 하던 차였다. 저분이셨구나 하는 고마운 마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김 한 봉지를 드렸다. 그러자 조금 후에 타이 디저트와 꽃 씨앗 같은 작은 부처모양을 한 뼈 조각을 선물로 갖고 왔다. 그 때 바로 국민의 90%가 불교를 믿는 곳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태국은 불교가 종교라기보다 그저 사람들의 생활이고 문화이고 역사이다. 대부분의 공공건물이나 상점, 또는 집에는 불상을 모셔놓고, 향을 피우고, 꽃을 바치고 기도를 한다. 또 부처님을 포함한 여러 신들을 모시는데 그분이 필자에게 전한 조각은 그 중에 ‘God of Arts’(가네쉬Ganesh)라는 코끼리상이었다. 이것은 실파곤 예술대학의 학교 심볼이기도 하다. 코끼리는 종교적인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태국 문화적인 이유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들에게 코끼리는 풍요의 상징이며 신화적 동물이고 동방으로 인도하며 세계를 지켜주는 존재이다. 흰색의 코끼리는 왕의 영광을 의미하며 경축하는 행운의 동물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남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불상이나 가네쉬로 목걸이를 만들어 부적처럼 목에 걸고 다닌다. 또, 남자들은 일생에 한 번, 그것이 하루가 되었건 1년이 되었건 스님이 되어 절에 들어가 참선을 하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을 해준다.
대부분의 태국사람들은 이러한 종교적, 문화적 영향을 받아서인지 조용하고 욕심이 없고 친절하다. 친구에게는 자신이 갖고 있는 과일 중에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주는 사람들이고, 친구가 하나를 달라고 하면 두 개를 준다. 친구가 말하기 전에 필요한 것을 미리 알아서 챙겨주고, 잘못을 해도 역정을 내기보다는 그럴 수 있다라는 ‘이해’와 ‘용서’를 전하는 문화라고 한다. 그리고 항상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한다. “Kokunka(코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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