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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월호 | 특집 ]

세라믹 다이닝 Ceramic Dining
  • 편집부
  • 등록 2010-06-11 11:14:55
  • 수정 2010-07-05 15: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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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다이닝 Ceramic Dining

 

한국 최고의 식공간연출가 8인이 제안하는 맛있는 그릇, 멋있는 식탁

2010. 4.24-12.31 세계생활도자관 제3,4전시실

 

홍성희_한국도자재단 테마파크팀 큐레이터

 

맛있는 요리, 오감을 자극하다
훌륭한 요리는 오감을 만족시킨다. 학교 다녀오는 길에 대문을 열자마자 번져 나오던 요리하는 소리와 달콤한 음식 향내에 입안 가득히 침 고이는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시점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은 아직도 그 어느 유명 주방장이 만들어내는 음식보다 맛있다. 그것은 음식의 맛에 어머니의 사랑이 그대로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은 오감에 정성이 더해진 육감六感으로 먹는다고 흔히 말하곤 한다. 육감을 만족하는 화려한 음식들은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고 나아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음식에 대한 정서 변화는 어떻게 하면 더 잘 먹을 건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웰빙Well-Being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이야기되는 부분이다. 옛날 같으면 먹어보지도 못할 음식도 이제는 주위에서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우리 주변을 파고 들어왔다.
이제 음식에 대한 관심은 그릇으로, 그릇에서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맛있겠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말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을 위해서 담음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담음새는 그릇담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릇이 놓이는 가구, 조명, 사람들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공간에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점은 가정의 공간보다 레스토랑에서 더 부각되고 있다.
본 전시는 이러한 음식, 공간, 도자 테이블웨어 그리고 국내 최정상 식공간연출가들과 수준 높은 도자작품들을 통해 한국 다이닝의 새로운 공간미감과 도자 테이블웨어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자 기획되었다. 
식탁을 넘어 음식과 식탁이 놓이는 생활공간에까지 표현의 영역이 확장되는 오늘날, 컨셉추얼한 인테리어 공간에서 음식, 테이블웨어, 예술이 어울려 하나의 작품이 되는 <세라믹 다이닝>전은 한국 식공간 연출의 새로운 시도이자 이정표라 할만하다.
예술과 도자, 그리고 국내 최정상 식공간연출가들의 스타일링이 만나 새로운 공감미감을 제시하는 <세라믹 다이닝>전은 한국 최고의 식공간연출가 8명과 도예가 20여명이 함께한다. 이번 전시에는 김영애, 강홍준, 조은정, 정지수, 최혜림, 황규선, 홍종숙 등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식공간연출가들이 참여함으로써 한국 식공간 연출의 오늘과 미래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특별히 평소 음식, 리빙, 플라워데코에 대한 깊은 식견으로 한국 미식가들의 대표적인 순례 장소로 알려진 마이타이를 비롯한 아시안 퓨전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방송인 홍석천이 함께 공간연출가로 참여해 독특한 테이블웨어와 어울리는 맛있는 음식, 그리고 멋있는 예술이 함께하는 ‘홍석천의 레스토랑’을 보여줄 예정이다. 각 공간은 자연을 정찬, 다연, 주안상, 후식상, 파티 케이터링, 뷔페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식사 주제와 대상으로 연출된다.
상생의 관계 : 도예가와 식공간연출가들의 협업
도예가와 식공간연출가, 인테리어가 함께 만나 진정한 완성도와 이슈를 만들어내는 이번 전시는 각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제시한 공간미감을 바탕으로 식공간연출가가 음식과 컨셉을 결정하면 도예가가 자신만의 감각과 음식이 어울려 비로소 하나의 다이닝 공간으로 완성되는 것이 이번 전시과정이다.
첫 번째 공간은 식공간연출가 최혜림의 공간으로 환한 달빛이 어우러진 가운데 혼인을 앞두고 양가의 부모가 상견례하는 고귀한 자리를 연출하였다. 양가의 첫 혼사를 여는 어려운 자리를 마치 환한 달빛이 한지 사이로 은근히 비춰 들어와 혼인을 앞둔 젊은이들의 밝은 미래에 서광을 비추는 듯 환한 분위기로 연출하였다. 고귀한 자리를 빛내는 데는 청자로 만든 테이블웨어가 제격이다. 전통 청자의 푸른 비색秘色과 유려한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이동하 작가의 테이블웨어는 전통의 형태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어 더욱 유려하기 그지없다. 또한 식탁의 멋스러움을 더하는 신 철작가의 우윳빛 달 항아리는 양가 어른들의 허전한 마음을 푸근히 달래주는 듯하다.
月달 공간을 지나 마주치는 검은 테이블과 소낙비를 연상시키는 벽이 인상적인 水물 공간은 식공간연출가 조은정의 세련된 감각으로 오브제와 테이블웨어, 이기조의 유려한 백자 면기로 연출된 면상麵床을 연출한다. 아침 안개 속에서 물에 녹은 잡스러움을 온 몸으로 정화해 내는 수련과 안정윤의 작고 독특한 오브제들을 바라보며 물국수를 먹는 호사스러움은 水물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이다.
세련되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 水물 공간과 달리 金금속 공간은 차가운 열정과 조용함을 품은 방이다. 식공간연출가 김영애가 연출하는 金금속공간은 지인과 함께하는 다실茶室을 연출한다. 최소한의 심미적 욕구를 만족시키며 소박하고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곳. 그러나 심원한 예술사상이 작은 공간 안에 깃들여 있는 곳. 다시 너머 보이는 사계四季의 풍경-억새가 황혼의 빛을 받아 촉촉하게 반짝이는 것이나 양옆으로 줄지어 선 뾰족한 잎사귀를 가진 소나무들이 흔들리는 것이나 계곡에 물기 머금은 푸르스름한 이끼들의 반짝임을 차와 함께 음미하는 곳이 바로 金금속 공간이다.
방송인이자 레스토랑 대표로서 홍석천이 도예가 정길영과 함께 연출하는 土흙 공간은 편안하되 방송인 홍석천의 끼와 미적 감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연예인들이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고 많은 미식가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곳을 찾지만 자신만의 예술 감각과 취향을 직접 조율하고 직접 음식에 정성을 기울이는 방송인 출신 레스토랑 운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2010년 5월 새롭게 준비하는 그의 또 다른 레스토랑 7번째 이탈리안&타이 레스토랑을 주제로 土흙 공간에 연출되는 정찬의 주제는 편안함이다. 마치 대지의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안긴 듯, 생명의 원초성이 물신 나는 흙 벽앞에서 컵 하나, 홀더 하나도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는 즐거운 정찬이 펼쳐진다.
홍종숙의 休휴 공간은 봄밤, 하얀 왕벗나무 아래에 즐기는 향기로운 와인파티가 펼쳐진다. 따사로운 봄 햇살도 잠시 머물 무렵 호젓한 자연아래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파티, 촛불이 켜지고 이탈리안 포도주, 여인들의 살랑거리는 원피스 자락, 유쾌하고 부드러운 신사들의 풍성한 대화와 웃음, 이 순간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건 맛있는 음식과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문지영의 손 맛나는 백자와 신승훈의 푸른 청자다. 조용히 벚꽃 나무 아래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벚꽃이 비처럼 내리는 날 세련된 한식퓨전 음식과 함께 편안한 휴식이 펼쳐진다.
불의 열정과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강홍준의 火불의 공간은 검은 유선형 공간을 중심으로 불의 열정을 의미하는 이창화의 진사, 파티의 즐거움을 의미하는 이현한의 색자, 그리고 파티의 화사로움을 의미하는 민승기의 분청이 한데 어울려 자연과 함께하는 오감五感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연출이 시도된다. 숯으로 가득한 기운생동하는 이곳에서 자연과 그리고 마음 통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파티가 새롭게 제안된다.
화려함과 즐거움이 가득한 전시공간을 뒤로 한 채 日빛의 공간은 마치 온 몸이 허공에 부유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살린 황규선의 연출이 돋보인다. 빛을 주제로 하되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는 이 방은 서릿발처럼 차가운 백자의 유면 위에 여릿한 빛이 미끄러지며 잠시 숨을 고르는 미덕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잠시 어둠 속에 몸을 맡기고 내 테이블 앞에 모양새 있게 놓인 음식 한 조각 입에 넣으면 마치 태초에 어둠에서 태어나듯 온 몸을 휘감는 여린 빛의 위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이다.
국내 프라이빗 파티플래너 1호로 잘 알려진 정지수의 木나무 공간은 가상의 뉴욕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화이트&블랙의 모던한 한식레스토랑으로 꾸며졌다. 단아하고 완성도 높은 백자를 중심으로 테이블웨어, 오브제, 소재에 이르는 다양한 한국적 감성이 곡선과 직선으로 교차하며 나무의 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에 감각 있게 연출된다.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한국음식 세계화’의 사명에 맞춰 진정한 한국적 자연미감을 살린 우리 도자 및 식공간 연출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한국 도자 및 식공간 연출의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활발한 토론의 장이 열리고 협업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모던하면서도 소탈한 분위기, 엄마가 해준 듯 정성이 깃든 음식이 공간과 어우러진 곳, 품위 있는 맛의 즐거움이 꿈처럼 가득한 여주세계생활도자관 특별기획전 ‘세라믹 다이닝’전을 통해 한국 고급 식문화의 품격과 감각이 한층 성숙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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