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모색三十
2010.4.17~6.6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1,7전시실, 야외조각장
1981년, 35세 미만의 젊은작가를 대상으로 한 <청년작가전>은 1980년대 패기 넘치던 청년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전면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권위와 보수의 상징이었던 국립미술관의 역할을 새롭게 변화시켰으며 1981년부터 1989년까지 5회에 걸쳐 열렸다. 이후 <젊은 모색전>으로 개칭되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10회를 이어와 올해로 30주년을 맞게 되었다. 지난 30년간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327명에 이르며 이들은 한국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 미래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고 있다. 이들 중 서도호, 이불, 최정화 등은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한국관에서 전시를 가지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김호석 노상균 이영배 정현 서용선씨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는 등 한국 현대미술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는 역대 출품작가로 그 면모도 다채롭다.
4월 17일부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모색三十>전은 역대참여작가 327명 중 43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현대미술 30년 역동성과 독창성을 조명하고자하는 회고전이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회화, 조각, 설치, 뉴미디어, 사진 등 전 부문 200여 점의 작품은 1980년대 《청년작가》시기와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젊은모색》시기로 구분해 한국현대미술사의 시대별 흐름에 따른 당시 참여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소개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당시의 출품 작품들, 작가별 주요시기 대표 작품, 신작이 함께 선보여 한국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의 역동적이며 독창적인 모습과 전개될 미래의 창조적인 흐름을 예측하도록 구성했다.
1980년대 《청년작가》
《청년작가》의 첫 번째 섹션에는 화면에 부유하는 거대한 돌 그림으로 당시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고영훈의 초기작 「이것은 돌입니다」(1974)를 비롯해 일상의 다양한 사물과 풍경들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1980년대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통해 기성 화단의 권위와 경직성에 저항하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풀어낸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조명하고 있다. 모노크롬 형식의 천 작업들을 다발로 겹쳐 전시장 구석에 걸어놓거나 전시장에 보내는 소포 묶음으로 변환시키고 잘라낸 캔버스를 뒤집고 오려붙여 평면회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김용익의 작품, 겹쳐 놓은 종이와 벽돌 위에 겹겹이 페인트를 올려 평면과 입체의 요소를 지닌 3차원의 사물을 제시한 김장섭의 「사물 위의 회화Painting on matter」 연작은 모더니즘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현대미술의 표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오브제의 사용, 설치 공간을 염두에 둔 임시적이며, 일시적인 설치 등의 실험적 작업을 시도했다.
마지막 섹션은 1980년대 이후 젊은 한국화가들이 시도한 수묵화의 실험과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다양하게 확장된 한국화를 조망한다. 전통과 정신성 강조로 인한 현실과의 분리를 벗어나, 역사 사회 일상의 인물과 풍경에 관심을 보인 젊은 한국 화가들의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1990년대 《젊은모색전》
1990년대와 2000년대는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자유 속에서 대중 매체와의 자유로운 소통을 체험한 신세대 작가의 등장과 글로벌 경제의 호황에 따른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두드러졌던 시기였다. 제7전시실 《젊은모색전》섹션에서는 1990년대 이후 사진의 새로운 실험, 미디어 영상 설치, 국제적 활동 등 다양화, 개별화된 한국현대미술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작품을 혼합구성해 선보이고 있다. 수 만개의 군대 인식표를 엮은 빛나는 갑옷을 보여주는 「Some/One」은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하는 서도호의 대표작으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되어 주목받은 작품이다. 바느질로 이어붙인 흑백 인체 사진 콜라주를 통해 사진의 기계적 프로세스에 회화적이며, 수공적 표현요소를 가미한 구본창의 인체 연작, 해외 미술관의 고전주의 조각 사진을 이용하여 3차원의 입체적이며 건축적인 조각으로 변형시킨 고명근의 작품 등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의 연령대를 보면 1981년 1회 전시에 참여했던 김용익(1947년생)부터 2006년 14회의 전시에 참여했던 진기종(1981-)까지 30년 차이를 보여준다. 회화, 한국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 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당시의 출품 작품들, 작가별 주요시기 대표작품들과 신작이 함께 선보여 한국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의 역동적이며 독창적인 모습과 더불어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창조적인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젊은모색三十>전.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에는 실험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이 중요하다. 이에 현대미술을 이끌어나갈 젊은 세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국립미술관의 방향성 정립과 차별화된 전시는 미술계에 있어 반가운 일이다.
장윤희 기자 yoonheej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