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개인전
은유적 공간Metaphorical-space
2010.2.11~3.2 안양 롯데갤러리
흔히들 말하길, 그림은 대상을 온전히 붙잡아두기 위해 태동했다고 한다. 그 대상이 동물이건, 신이건, 가족이건 간에 원시의 인간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지향을 그림을 통해서라도 이루고자 했을 것이다.
태초 이후로도 미술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작가들의 지향은 끝없이 부유하며 많은 시조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 모든 작품들 속에는 분명한 작가가 의도한 지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의 가장 쉬운 접근법 중 하나는 작가의 의도를 보라는 것이다. 23번째 개인전을 맞는 작가 전동화는 어떤 의도를 품고 있을까? 결코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아니 거칠고 투박하기까지 한 그의 작품세계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속에 수나 기호들을 담아낸 철학도 여전하다. 이번에 주로 전시되는 드로잉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의 이번 작품들은 조금 더 일상에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다. 작품 속에 사람도 보이고, 나무도 보이고, 자동차도 보인다. 그렇게 작가가 붙잡아두고 싶었을 일상의 장면들은 캔버스 위에 담겼다. 작가의 의도는 그것이었을 게다. 그런데 그것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모든 메시지는 가가자의 사고라는 틀을 거쳐 번역되기 때문에 작가의 일상은 관객들에겐 추상적으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각자의 정신에 어울리는 상상을 하면 된다. 작가 자신의 표현도 은유적이기 그지없다. 메타포와 심볼로 가득찬 그의 캔버스 위 공간은 우리의 미술혼을 자극한다. 재미있게도 그런 작품들은 아주 인상적인 충격을 던져준다.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바, 우리의 무의식이 작가의 표현력에 동화해 서로 호흡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함께 전시될 오브제나 설치미술도 관객마다의 자유로움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새로움이 있을 것이다. 작가 자신도 자신의 메시지에 너무 집착하지 말기를 권한다. 그 자신 수의 의미에 표현을 20년 가까이 해 왔어도 그 작품들 속에서 숫자 찾기는 쉽지 않다. ‘이건 내 생각일 뿐이야’ 라는 것이다.
작가 자신은 무척이나 자유로운 예술혼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주제나 테마에 집착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환경, 인간의 실존, 문화의 원형성 등 다양한 시도들이 항상 돋보이고 매력적이다. 전동화 작가는 회화, 오브제,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는 전방위 예술가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예술적 영감들은 한 가지 소재만으로 펼치기 힘들 것이다. 그 다양한 재료들을 소품으로도, 주제로도 활용한다. 그의 머리에서 떠오르는 기발한 창의력은 망치에 비유할 수 있다. 칼로 예리하게 후비기보다는 마치 망치로 때린 듯 둔탁한 문화 충격은 관객의 정신에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홍훈표 독립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