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근 도예전
무토-무아의 신념
2010.3.17~3.23 서울 통인화랑
흙을 빚어낸다. 마르지 않은 상태의 흙을 깎고 모양을 새긴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간다면 빚어내었던 고운 흙덩어리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그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눈에 보이지 않은 실수를 지나치고 번조를 진행한다면 그야말로 쓸 수도 없는 흙이 되는 것이다. 여러 차례 반복한다. 밑그림 없는 백색의 도자기 위에 정확한 자리에 투각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섬세함, 신중함 그리고 풍부한 감성이 베인 손기술, 이 삼박자가 모두 합일이 되어야 작품이 탄생한다. 그것이 이 시대의 장인으로 불리는 전성근의 모습이다.
전성근은 현존작가로는 처음으로 2004년 9월 뉴욕크리스티경매에 나선 한국작가이다. 당시 판매된 「백자목단문이중투각」은 물성과 전통정신 즉 지성이 융합하는 가장 이상적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세계가 인정한 ‘이상적 과정’이란 ‘공사상’과 여백에 대한 배려 혹은 집착을 인식의 언저리에 두고 있는 동양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욕심없는 마음과 세월에서 우러나온 완벽한 투각기술 그리고 한국의 미美를 계승하려는 의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오로지 투각의 길을 걸어온 무토 전성근의 순수한 마음이 더해져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다.
작가는 묻는 질문에 적지 않게 엉뚱하거나 뭉뚱그린 표현을 하곤 한다. 매우 비타협적인 대답은 묻는 이를 당황하게 만들지만 시선을 돌리거나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대체로 명확하지 않은 대답은 현실, 그 너머를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연륜은 그가 초월적인 생각과 행동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세에 대한 만족을 바탕으로 둔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명성을 과시하려 하지 않았다. 동양투각의 최고로 군림하고 있다 해도 두 손 모은 겸손한 태도로 살아갈 뿐이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진실을 봐야 한다. 그는 그저 투각쟁이일 뿐이다. 사회가 변하던 시대가 바뀌던 표면적인 현실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전성근은 그저 투각으로서 행복하고 그래서 살아가며 꿈꿀 권리를 가진다. 그래서 그의 호가 무토無土: 무아경지에 이르다인 것이다.
한정운 통인화랑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