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상 개인전
관계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
2010.3.10~3.19 서울 아카스페이스
박준상은 국민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끊임없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조형언어를 차분히 구축해가고 있는 열정적인 작가다. 고도의 섬세하고 조직적인 구성력과 그에 상응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작업들을 통해, 우리는 그가 뛰어난 역량을 지닌 작가임을 확인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박준상의 작업은 관계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자연을 상징하는 사슴의 형상과 인간의 흔적을 설명하는 인공물인 기계류의 결합은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관계와 소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주요 모티브로 작용한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순수인 동시에 모든 사물의 모태이며,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준상의 일련의 작품들은 단순히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설정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순수에서 출발하여 모태를 통해 탄생된 또 다른 결과물로써 본질과의 소통을 이루며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비록 형상은 파괴되고 변형된 것처럼 보이나 그는 이러한 가시적 형상을 통해 보다 발전적 관계를 위한 소통의 장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또 다른 또 다른 창조를 위한 창조행위인 것이다.
박준상은 사슴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나와 너와의 관계, 너와 우리와의 관계, 보수와 급진과의 관계, 기쁨과 슬픔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들은 그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보완적이기도 하지만 대립적이기도 하다. 너그러운 자에게는 기쁨과 슬픔은 공존의 관계라 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대립적인 구도일 뿐이다. 순수와 파괴는 대립적이지만, 발전을 위한 순수의 파괴는 변화라는 새로운 형태를 띄기도 한다. 하지만 두 관계의 결합으로 파생되어진 그의 작업은 기쁘지 않으며 아름답지 못하고 진취적이지 않아 보이길 희망한다. 슬프고 아프며 가여운 작품의 심상은 두 사물 혹은 두 가치관의 관계를 제한적으로 정의한다. 비단 두 관계가 대립적이지 않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그럼으로 인해 생각 혹은 행동에 따른 어떠한 변화를 기대한다.
박준상의 작업은 일견 그의 의도대로 보여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쁨을 주며, 본질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관계설정에 있어 다분히 진취적인 사고를 전달한다. 이러한 표현은 어쩌면 그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것인지도 모은다.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의미전달을 통해 그 이면에 내재되어있는 또 다른 심상을 발견해내는 즐거움을 관람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많은 작업량을 통해 쌓여진 탄탄한 기술력과 뛰어난 미적 표현력으로 인해 부드럽게 안으로 갈무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자신과 작품, 그리고 관람자 모두와의 소통을 통해, 오늘을 가슴에 안고 새로운 내일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박준상의 개성이며 장점인 것이다.
박경순 국민대학교 도자공예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