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색 머금은 봄을 맞은 강진
2010 강진청자투어
2010.3.19-3.20
지난 3월 19, 20일 양일간 단국대학교 청자연구소 주최, 강진군, 강진청자박물관 후원으로 2010 강진청자투어가 진행되었다. 40명 가량의 도예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이루어진 이번 투어는 강진청자 박물관에서 열린 <제3회 청자의 예술과 기술> 세미나 참석 및 강진도예학교 방문 등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19일 오전 9시경 서울 서초역을 출발한 버스는 경기도 이천에 들러 이천지역 작가들을 태우고 강진으로 향했다. 청강대, 성신여대, 건국대, 단국대, 수원대, 경기대 등 여러 대학 도예과 교수, 한국공예협동조합, 서울아트가이드, 한국공예산업연구소, 전업도예가협회 등의 각 대표 등 공예 및 도예 관련인들은 총 5시간 30분 가량을 달린 차에 몸을 싣고 강진에 도착했다. 서울보다 따뜻한 기온의 강진에는 이미 봄이 자리잡은 듯했다.
일행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강진청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청자의 예술과 기술> 세미나였다. 유광열 해강도자미술관장의 ‘청자의 전통기술과 현대화 작업’, 히다카Hidaka 큐슈대 물리학과 교수의 ‘히젠 청자 유약의 구조와 전자적 성질’, 정연택 명지전문대학 교수의 ‘청자 디자인의 발전방향’ 주제발표와 이에따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세미나가 끝난 후 이동한 곳은 청자박물관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청자의 기술개발 및 세계적 명품화를 위한 공동연구기반구축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지난해 말 강진군과 단국대는 지식경제부로부터 국비 5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연구기자재와 시험평가장비, 시험생산설비 등 인프라를 확충해 기술수준과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정부지원금 50억 원과 강진군과 단국대, 요업기술원의 18억 원을 더해 모두 68억 원을 들여 2013년까지 5년간 추진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도자 원료 및 소재의 사업화>, <전통기술의 현대화>, <청자의 사업화>, <청자사업의 명품화> 등 4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강진도예학교. 넓직한 운동장과 학교건물 옆으로 한창 장작가마가 축조되고 있었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진군에서 기금을 출연, 폐교를 리모델링해 설립된 곳으로 9,036㎡의 부지에 1,636㎡ 규모의 2층 건물로 숙소, 강의실, 실습실, 전시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도예학교 방문 후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렀다. 남도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는 상 위에는 살아있는 낙지와 개불, 회 등 신선한 바다 먹거리가 가득했다. 모두들 즐겁게 저녁식사를 마쳤을 때쯤 한 도예가는 사람들이 다 먹고 난 피조개 껍질을 행주에 슥슥 닦아 봉지에 넣으며 “장작가마 불 땔 때 사용한다”며 “너무 깨끗이 닦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숙소는 한적한 곳에 자리한 다산수련원. 실학사상의 산실 다산정약용 기념관 바로 옆 건물로 매우 쾌적한 곳이었다.
이튿날 아침, 다산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18년의 강진 유배생활 중 10여 년간의 안식처가 되었던 다산초당에도 올랐다.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 등 여러 저서를 집필했던 곳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오솔길 정도였지만 점점 길이 가파라지며 숨이 차고 이내 등산 수준의 산행을 거치니 땀이 났다. 초당 주변에는 다산의 체취가 묻은 다조, 약천, 연지석가산, 정석바위의 다산 4경이 있었다. 앞마당의 ‘다조’는 주위에 자생하는 차잎을 따다 그늘에 말린 후 솔방울을 지펴 차를 끓였던 부뚜막이다. 연지석가산은 초당 오른편에 있는 작은 연못으로 다산이 직접 못을 파고 물고기를 기르던 곳이며 약천은 초당 뒤편에 다산이 직접 판 샘물이다. 이어 들른 곳은 백련사 동백숲(천연기념물 제151호). 8백년 가량 된 동백나무 1500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동백잎 사이로 붉은 동백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었다. 3월 중순이라 수많은 동백꽃이 땅으로 뚝뚝 떨어져 동백숲을 온통 빨갛게 물들였다. 흐드러진 나무 아래 사방으로 떨어진 빨간 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일행들의 손에는 저절로 꽃이 들렸다. 붉은 동백꽃에 취하고 나른한 봄기운에 젖어 아쉬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와 버스로 향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본 바깥 풍경은 황사로 인해 온통 노랗고 뿌옇게 보였다. 마치 70년대에 찍힌 오래돼 색이 바랜 사진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서울은 강진과는 전혀다른 으스스한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였다. 이틀간 잠시 맛보고 온 강진의 ‘비취색 머금은 봄’이 얼른 서울에도 찾아오길 바라며……
장윤희 기자 yoonheej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