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달고, 새콤한 태국 도자문화 체험기(1)
실파곤 대학교Silpakorn University 도예학과
| 장남숙 도예가
필자는 지난 1월 한 달 간 태국 실파곤 대학의 초청 거주작가로 태국을 방문, 체류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체험한 특별했던 태국의 도자문화를 두 번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실파곤 대학교 도예학과
실파곤 대학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대학으로서 1943년에 설립된 이후 여러 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특히 예술 및 고고학 분야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교이다. 현재 재학생 수는 약 7천 여명으로 총 세 개의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도예학과는 방콕 시내의 캠퍼스에 있지 않고, 방콕에서 약 40분가량 떨어져 있는 나콘파톰Nakhon Pathom 캠퍼스에 위치해 있었다.
방콕 캠퍼스는 시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에, 도예과가 있는 나콘파톰 캠퍼스는 열대우림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이름 모를 나무들을 비롯해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코코넛, 바나나 나무들과 함께, 처음 보는 각종 화려한 꽃들이 푸른 캠퍼스를 덮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호수에는 악어를 닮은 도마뱀 종류의 ‘히야’(안 좋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 선생님 앞에서 언급할 수 없는 단어임)라는 동물이 살고 있었는데, 가끔 물에서 나와 캠퍼스를 유유히 활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교내 거리 곳곳에는 히야, 거북이, 자전거, 사람, 개가 함께 사용하는 길이므로 조심하라는 의미의 표지판이 여기저기 걸려 있을 정도였다. 나콘파톰 캠퍼스도 그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아침에 흰 셔츠에 검은색 치마나 바지를 입은 학생들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그 풍경은 가히 이색적이라 할 만 했다.
나콘파톰 캠퍼스의 도예학과는 장식예술대학Faculty of Decorative Arts에 소속되어 있고, 실내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학과, 산업디자인학과, 응용미술학과, 금속공예학과, 패션디자인학과로 나누어져 있다. 도예학과에는 총 8명의 전임교수들이 100여명의 학부학생들과 45명에 달하는 석사과정 대학원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이론강의실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작업실이나 카페는 대부분 야외에 설치되어 있었다. 학부과정 학생들뿐만 아니라 석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작업공간이 비교적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고, 또한 두 대의 대차가마, 여덟 대의 가스가마, 열 대의 크고 작은 전기가마 등 작업에 필요한 시설도 충분해 보였다. 제형, 토련, 유약실험 등에 필요한 시설이나 물품들도 비교적 풍부해 보였고, 그 결과물들을 전시할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내 기숙사에 거주하거나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방을 얻어 생활을 하고 있었고, 수업을 마치면 오후의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가 있다가 다시 학교에 와서 밤 11시 12시 넘어서까지 작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식사는 대부분 학교식당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보였다. 태국 특유의 국수, 파타이, 볶음밥, 바비큐닭고기, 돼지고기덮밥 등이 한끼에 23바트에서 35바트(우리돈 약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에 제공되고 있었다.
교과과정과 사제 관계
이곳 도예학과는 산업도자디자인Industrial Art Design과 조형도자Ceramic Art 두 개의 전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산업도자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대량 생산과 관련된 산업도자기 디자인 및 생산 기술을 습득해야 하며, 조형도자 전공 학생들은 창의적인 도자예술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전공에 상관없이 학생들은 학사학위를 받기위해 14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교과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교양선택 30학점
교양필수 16학점 : 디자인, 스튜디오, 기초 드로잉, 그래픽. 타이미술
전공필수 73학점 : 전문 드로잉, 실험적 디자인, 도예역사, 컴퓨터 디자인, 물레작업, 유약,
석고몰드 디자인과 슬립캐스팅, 도자 디자인, 가마 디자인과 번조, 도자 장식,
기초 지질학, 점토, 페인팅, 미학, 조각, 논문
전공선택 10학점
산업도예전공 : 산업도자 디자인, 도자전문 디자인, 산업예술도자 디자인
조형도자전공 : 창의적 조각, 예술 도자
선택 11학점
도자제작과정, 미학, 산업심리, 산업경영, 마케팅, 리서치연구, 개인 프로젝트
또한 전통타이아트는 필수과목이며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태국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 자연에서 디자인할 것을 요구하면서, 또한 태국예술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태국에서는 학교나 공공기관, 민간빌딩, 심지어 길거리에서 접하게 되는 디자인과 색채들이 서구적인 영향을 담고 있기보다는 태국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띄고 있었다.
학생들은 교수들과 허물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나이 지긋하신 학과장 교수님의 방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교수님보다 낮은 바닥에 조심스럽게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길이나 복도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두 손을 모으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와디”라고 인사를 한다. (“사와디”는 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태국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예술대학 학생들이어서인지 필자에게 몇 가지 인상적인 기억들을 남겨주었다. 우선, 대부분의 학생들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아이디어 노트북이다. 슬쩍 훑어보면 금방 드로잉실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4학년 학생들과 석사과정학생들의 작업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특히 디자인과 석고작업을 많이 하고 있으며, 산업도자 작업에 숙련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 등이었다.
태국의 설Thai New Year
태국은 일 년에 두 번의 신년행사를 갖는다.(하나는 우리처럼 양력 1월 1일에 지내는 서양식 신년행사이고, 또 하나는 그들 고유의 신년행사이다. 마치 신정과 구정이 따로 있는 우리나라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이 2010년이지만,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부처 탄생일로부터 달력의 날짜를 계산하기 때문에 올해가 2553년이고 또 불력에 따라 4월 13일이 새해 첫날이 된다.(사실,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 태국어를 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태국의 벽보에서 행사일을 알아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도예학과에서 9명(참고로, 태국에서 아홉이라는 수가 행운의 숫자임)의 스님들을 초대하여 신년행사를 가졌는데, 운 좋게 본인도 그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여 앉은 방에서 법문을 낭송하고, 시주와 꽃을 드린 후 스님이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성수를 뿌리고 한 해의 성공, 행복, 무사고를 기원했다. 기원행사가 끝난 후에는 스님, 교수, 학생들 모두가 모여 앉아 밥과 카레, 과일 등 준비된 식사를 나누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