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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월호 | 특집 ]

5천년 유리의 역사
  • 편집부
  • 등록 2010-04-30 10:10:18
  • 수정 2010-07-01 11: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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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천년 유리의 역사 _ 김기라

5천년 유리의 역사
| 김기라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교수

자연유리는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급격하게 냉각되어 만들어진 흑요석Obsidian으로 태초의 지구의 역사와 함께한다. 그에 반한 인공유리는 여러 가지 원료-규석, 소다석회, 석회석 등의 계획된 배합과 용해작업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로 수십세기 동안 장인들의 기교에 의해 실용성과 장식성을 지닌 공예재료로, 19세기 프랑스 유리작가 에밀갈레Emile Galle이후에는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한 창작소재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인간 스스로 유리를 만들기 위한 기록은 정확히 없다. 로마의 사학자 필리니Pilny는 페니키안 선원Phoenician sailors이 해변에서 천연소다 덩어리 위에 솥을 놓고 요리를 하다가 모래가 녹은 것이 유리발명의 시작이라고 기록했지만 과학적으로는 신빙성이 적다.
유리의 발명은 청동기 시대인 기원전 3천 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현재의 이란)에서 시작되었고 유리보다 먼저 사용되었던 ‘파이앙스Faience’나 토기의 유약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여겨지나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높은 온도를 요하는 금속 야금기술과의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며 기원전 7세기 설형문자 소편에 전하는 것과 거의 같은 유리제조법이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 유리의 전파경로를 통하여 고대인들의 활동영역 및 경로 등을 밝힐 뿐만 아니라 동서양문명의 교류문화사의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이다.

유리사학자 클로우이 절위크Chloe Zerwick는 유리의 역사를 로마제국 이전의 유리Glass in Pre-Roman Times, 로마제국의 유리Glass of the Roman Empire, 극동의 유리Glass in the Far East, 이슬라믹 유리Islamic Glass, 유럽의 유리Europian Glass, 미국의 유리American Glass, 19세기 유럽의 유리Nineteen-Century European Glass, 현대유리의 백년One hundred Years of Modern Glass로 나누고 있다.
위의 시대적 구분에 따라 유리의 역사적 흐름을 설명하고자 한다.
기원전 3천 년 경 메소포타미아(정확히는 오늘날의 이스라엘 지역인 지중해 연안)지역에서 시작된 유리제조법은 이집트인들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다. 특히 점토 등으로 만든 속 형태를 쇠막대기에 붙여 유리용액을 찍어내거나 유리실을 말아 용기형태를 만들고 식은 후에 속의 점토를 파내는 코아성형법Core Forming과 몰드에 유리를 녹이는 캐스팅기법Casting과 다양한 색유리판을 녹여 만든 모자이크Mosaic로 제작된 유리들은 왕족과 귀족들과 같은 특수한 계층만 사용할 수 있는 보석과 같이 귀중한 것이었다.
기원전 50년경 시리아의 장인에 의해 발명되었다고 보여지는 유리불기Glass Blowing는 일반 대중들도 유리를 사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로만글라스Roman Glass, 로마제국내에서 만들어진 유리의 주요 유리성형법이 되어 로마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아시아까지 퍼져나가게 되지만 동부 지중해 연안은 여전히 유리제작의 중심이다.
로만글라스의 대중성은 실용성과 적당한 가격, 다양한 색상과 형태 때문이었고 한편 귀족들을 위한 카메오유리, 안료와 금박으로 장식된 용기 등도 만들어진다. 로만 글라스이후 4-7세기에는 페르시아의 사산왕조에서 만들어진 고부조로 된 조각유리인 사사니안글라스Sasanian Glass로 이어지다가 8-14세기에는 이슬람유리Islamic Glass가 중세유리를 대표하게 된다. 릴리프식으로 깎은 기하학적 문양에 금 혹은 은을 녹여 만든 러스터Luster를 색칠한 후 소성하여 장식한 아름다운 용기가 만들어진다.
중국 주왕조시대 기원전 12-13세기의 고분에서는 이집트의 부적용 눈구슬과 닮은 유리가 발견되어 유입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춘추전국 시대에는 자체적으로 제작이 이루어졌지만, 유리의 투명함을 이용한 용기보다는 옥의 대용품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건륭유리1736-1795년의 카메오기법으로 제작된 걸작품은 매우 훌륭하다.
일본의 유리는 기원전 1세기부터 발견되고 있으며 포르투갈 상인들이 유리를 소개한 16세기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제작이 시작되었고 18세기 후반의 에도시대에는 서민들도 사용되었다. 컷팅, 에나멜링으로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장식되어 생산되었다.
한국의 가장 오래된 유리유물은 기원전 2세기 전반의 것으로 여겨지는 부여합송리 석관묘 출토 푸른색 유리관옥이다. 그 후 발견되어지는 유리용기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외래품과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칠곡송림사오층전탑사리장치는 순금純金과 함께 사용된 고대한국유리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한국유리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에서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중심지 역할을 해 왔으나 애석하게도 11세기 이후에는 거의 단절되어 명맥을 잇지 못하고 19세기말에 이르렀다. 이러한 안타까운 이유 중 하나는 도자기의 발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이라도 유리조형에 대한 관심과 발전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암흑시대라 불리우는 중세기동안 유리산업은 교회의 건축물과 함께 성경을 소재로 한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가 창문에 많이 이용되었다. 12세기 동서양을 잇는 무역의 교착점인 베니스Venice는 1291년에는 효율적인 통제와 화재위험방지를 이유로 이주 한 무라노Murano와 함께 현재까지 중요하고 수준높은 유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15세기 중엽에는 크리스탈로Cristallo라는 질 좋은 무색투명의 재료로 복잡하고 화려한 많은 걸작품 베네치안글라스Venecian Glass가 만들어진다. 이주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이태리장인들은 유럽각지에 정착하여 산림유리Waldglas를 만들어낸다. 1676년에는 영국 죠지 라벤스크로푸트George Ravenscroft에 의해 소다 대신 산화납Pbo이 들어간 납유리Lead Glass인 크리스탈Crystal이 만들어진다. 이전의 어느 유리보다 맑고 무게와 품위가 있으며, 빛에 대한 수용력과 굴절율이 좋아 조각되어 촛대나 샹데리아와 같은 조명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미국의 유리제조는 1607년 제임스타운Jamestown에 유럽에서 데리고 온 유리장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1820년에는 기계압축성형기Mechanical Pressing Machine의 발명으로 생산공정의 단축과 대량생산으로 음료수병, 저장용기 등의 사용으로 크게 대중화되었다.
오랜 전쟁이 계속되어온 19세기 유럽은 나폴레옹의 위터루전쟁의 패배 이후 오스트리아의 비더마이어 글라스Biedermeier Glass와 빅토리안 글라스Victorian Glass가 영국에서 제조되었다. 1851년 수정궁 박람회Crystal Palace Exhibition의 건축물과 분수로 막대한 양의 유리를 사용하여 대영제국 산업발전의 위엄을 반영하였고 유리산업을 크게 고무시켰다. 19세기 중엽의 프랑스에서는 편지지의 유행으로 화려하고 정교하게 장식된 유리문진이 크게 유행하기도 하였다. 19세기 말에는 유리장인들이 아닌 예술가들이 예술유리Art Glass작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프랑스의 에밀갈레Emile Galle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1878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미국의 루이스 티파니Louis C Tiffany는 에밀갈레의 작품에 깊은 감동을 받고 미국에 돌아가 유리제작을 하게 된다. 1962년에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도예과 교수였던 하베이 리틀톤Harvey Littleton은 유리공장이 아닌 작가만의 공간에서 유리작업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톨레도 박물관Toledo Art Museum에서 열렸던 워크샵을 통해 소형가마축조, 저온용해 유리제조법, 블로잉, 램프워킹기법 등을 소개하였다. 이러한 시도와 정신은 스튜디오 글래스 무브먼트Stidio Glass Movement로 미국전역 뿐 아니라 유럽, 호주, 일본 등으로 퍼져나가 현재에 이른 유리조형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70년대 미국 내에서 유리교육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은 100여개나 있었다. 현재 다소 감소는 되었지만 대학이외의 유리교육기관인 필척 글래스 스쿨Pilchuck Glass School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가 1971년에 미국 시애틀Seattle에 세운 여름유리학교로 전 세계에서 작가들을 통해 유리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여드는 유명한 곳이다.
세계 최대 고대유물과 현대유리작품 4000점 이상을  감상할 수 있는 코닝 유리박물관Corning Glass Museum은 유리를 알고 보기 위한 아주 좋은 곳이다. 또한 유리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유리로 작업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비영리단체인 글래스 아트 소사이어티Glass Art Society가 1972년에 결성되어 매년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이 시대 유리에 대한 관심은 유리의 물성을 이용한 다양한 표현방법과 용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RIT 유리학과 교수였던 마이클 타일러Michael Tyler가 정리한 표현영역의 카테고리는 실용적인 용기Utilitarian Vessels, 표면적인 디자인Surface Design, 유리에 그림그리기Painting on Glass, 은유로서의 용기Vessel as Metapho, 건축적인 유리Architectural Glass, 대상으로서의 조각Sculpture as Object, 형태Form, 네온Neon, 혼합매체조각Mixed Media Sculpture, 장소지정설치Site-specific Indtallation, 설치로서의 조각Sculpture as Installation으로 구분하고 있다.
아래의 글은 필자의 1989년 1회 개인전 도록에 적었던 유리에 대한 단상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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