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도자(고미술)를 중심으로
| 김종춘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장
도예陶藝는 우리 민족이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의 하나이다. 각 시대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독특한 아름다움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도예는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도예의 경우 미술사적 출발은 중국에서 비롯되었으나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 분청 등 민족의 정서와 솜씨가 가득한 도자 문화를 일으켜,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고유의 멋을 풍기고 있다.
198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도자문화에 대한 관심과 1990년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도예에 대한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고, 대학에서 도자를 전공한 젊은 도예인들을 중심으로 전국에 많은 도예 공방들이 들어섰다. 이에 전국에 도자기를 생산하는 업체만도 2천 곳에 이르고, 이곳들에서 3천 4백여 명의 도공들이 연간 3천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다. 그러나 이는 세계도자시장에서는 두 귀 항아리의 귀처럼 작은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연간 6조억 원이 넘는 세계 도자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예는 전통도예와 현대도예로 구분된다. 전통도예는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성있는 도예이고, 현대도예는 현대에 만들어진 도예이다. 필자가 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의 회원들은 전통도예를 비롯한 오래된 미술품 즉, 고미술품古美術品, antique을 매매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고미술품은 제작된 지 오래된 것인 만큼 현대미술품과는 다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고미술품은 곧 인류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보호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가치에 따라 국보나 보물로 지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고미술품은 문화재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고미술품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50년 이상 되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고미술품에 해당하는 도예는 전통도예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통도예와 구분이 어려운 현대도예도 많다. 겉보기에 전통도예와 비슷한 전승공예가 그것인데, 전통도예의 재료·기법·양식을 그대로 재현 또는 계승한 현대도예이다. 이의 보전을 위해 정부는 옹기장甕器匠·사기장砂器匠 같은 인간문화재를 두고 있고, 이와는 별개로 전통도예를 재현하는 도공들도 많다.
그러나 전통도예와 전승도예의 차이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재료와 기법조차 그대로 재현한 전승도예라면 전문가들조차 속기 쉽다. 따라서 이를 놓고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 진짜냐 가짜냐 하는 논란이 늘 고미술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해 본 협회는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협회가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마련한 <2009 고미술대전-진짜와 가짜의 세계>와 국회 성윤환 의원의 의뢰를 받아 협회가 실시했던 감정결과를 토대로 한 ‘강진군의 청자 바가지 구입’ 논란이 그것이다.
이 두 사건은 고미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진짜와 가짜’ 전시는 고미술시장을 크게 위축시켜왔던 고미술품의 위조 유통에 대한 경고와 자정을 촉구하는 행사였다. 그럼에도 언론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그동안 이와 같은 진짜·가짜 비교 전시가 없었던 탓이다. 때문에 대다수 언론들은 진짜와 가짜를 비교하는 것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신종 위조 방법, 갈수록 치밀·과감해지는 위조 방법의 소개에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는 듯했다.
사실, 고미술 시장은 2006년까지만 해도 현대미술 시장보다 활발했다. 2001년 4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조선시대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가 국내 미술품 최고가인 7억 원에 낙찰되었는데, 그해 9월 박수근의 「앉아있는 여인」은 한국 현대미술품으로는 최고가인 4억 6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2억 4천만 원 이상 고미술품이 비쌌던 것이다. 그 후 국내 미술품경매의 최고가 신기록은 고미술이 주도했다. 2004년 12월 경매에서 「고려청자상감 매화대나무새무늬매병靑磁象嵌梅鳥竹文梅甁」이 10억 9천만 원에, 2006년 2월 경매에서 「조선백자철화구름용무늬항아리白磁鐵華雲龍文壺」가 16억 2천만 원에 국내 미술품 최고가 신기록을 이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고미술품의 인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2007년부터 고미술시장이 불황에 빠진 것은 가짜 고미술품의 유통이 한 원인이다. 중국과 북한에서 대량으로 가짜 전통도자기들이 국내 시장에 유입으로 전통도예의 희소가치가 떨어지고, 가짜 유통으로 전통도예 수집가 및 애호가들의 고미술업계에 대한 신뢰도 아울러 추락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강진군의 청자 고가 구입 의혹 사건은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협회는 청자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감정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평상시처럼 감정을 했다. 다만 진위감정이 아닌 시가감정이므로 감정규정에 의거해 심 보좌관이 가져온 사진과 전시도록을 보고 감정하였다. 더구나 문제의 청자는 이미 장기간 공개 전시돼 협회 감정위원들이 수리상태까지 훤하게 꿰고 있던 터였다. 그러므로 강진군과 일부 언론이 그 감정에 대해 ‘종이 감정’, ‘엉터리 감정’이라고 지적한 것은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을 구분하지 못함은 물론 감정 업무 전반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억지 주장이다.
협회는 고미술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을 반영해 청자상감주자는 8천만~9천만 원, 청자상감정병은 1억 4천만~1억 5천만 원에 감정했다. 시가는 유물을 직접 사고파는 매매업자들이 가장 정확하게 알기 마련이다. 한 예로 서울시립미술관은 작품 매입 때 추천·심사를 작가와 평론가들에게 받고, 가격 심사는 시장에 밝은 화상들에게 주로 받는다.
그러나 강진군은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 수습하지 못한 채 높은 감정가를 제시한 감정위원들의 편을 들고, 정당한 평가를 내린 협회를 비방하는 형국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미술품 공인감정기관인 협회로서는 참기 어려운 굴욕이자 명예훼손이다. 시가에 대한 평가가 업무상 절대 필요한 경찰과 검찰, 국세청이 시가감정을 의뢰하고 대민 업무에 인용하는 등 그간 쌓아온 협회의 공신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더욱이 강진군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성 의원의 문제 제기 이후 문제의 청자를 감정한 감정위원들과 청자 매입에 관여한 강진군 실무자들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거나 징계했으면서도 뒷날 제 손으로 고소한 감정위원들의 높은 가격 감정은 옳고, 협회와 성 의원을 비난하면서 검찰에 고소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한 점이다.
그러면서 강진군은 의혹을 밝히겠다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개 재감정을 실시했지만, 2명은 ‘1억원 미만’, ‘3억~4억 원 정도’로, 또 다른 2명은 “10억 원 정도”로 감정하면서 의혹만 더 커져버렸다. 그러자 강진군은 기자회견을 통해 재감정 전날의 협회 임원 회식자리가 재감정 위원들과의 비밀 대책회의였다며 협회를 비방하는 치졸함을 보였다.
<일부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