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한향림 한향림갤러리 대표
조선조 세종 때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낸 허조와 17세기의 대학자 조성기는 등이 굽은 척추 장애인이었다고 한다. 중종 때 우의정을 지낸 권균은 간질 때문에 여러 차례 사직을 청했으나, 임금은 휴가를 주면서 만류했다. 노사 기정진은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아 왼쪽 눈을 실명했으나 평생 학문에 몰두해 19세기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이름을 남겼다. 화가 최북, 가야금 명인 김복산, 노래와 춤, 관악기와 현악기에 모두 능했던 백옥과 아쟁의 명인 김운란은 모두 시각장애인이었다. 이외에도 장애인 정치가와 예술가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정사와 ‘대동야승’ 등 야사, 판소리, 가면극, 야담집, 소설, 시조 등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에는 장애인들에게 양식을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어사를 파견해서 확인하는 등 사회 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장애인들을 얼마나 잘 보살피느냐가 훌륭한 나라운영(정치)의 기준이 됐던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사회보장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비장애인들의 인식변화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문화참여와 예술표현에 대해 막연히 ‘인간승리’라고 생각하는 의식은 아직도 팽배하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은 예술문화분야로의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한다.
독일 성취상기금이 시상하는 <제2회 월드어워드 여성 성취상>을 받은 영국의 장애인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는 희귀한 염색체이상으로 양팔이 없고 짧은 다리만을 가진 장애인 예술가로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는 창피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 자신을 꾸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냥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합니다.”라며 인간으로써의 자아를 찾기 위한 예술가적 삶을 말한다.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퍼포머(행위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뇌병변 장애인 강성국 씨의 인터뷰를 본 일이 있다. 그가 예술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동정의 시선을 바꾸고 싶어서였다. 동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예술가로써 인정하기 보다 ‘아, 장애를 가진 사람이 저렇게까지...’라고 반응하는 비장애인들을 향해 인식 개선을 시도한 것이다. 강씨는 그간 꾸준하게 장애인의 애환과 고통을 행위예술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또한 ‘장애인 인식 개선 워크숍’ 등을 열어 ‘장애인의 성’ 등 가려진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틈틈이 대학교에서 특강을 맡아 장애인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병행해오고 있다. 강성국씨는 스스로 부인하려 해도 사회의 시선을 통한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자신만의 예술관을 세운 것이고 신체적 장애는 결국 자신이 예술을 통해 풀어내야 할 주제가 된 것이다.
제4회 전국장애인도예공모전 2009
최근에는 도자예술 분야에도 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도예활동은 손과 눈의 협응력을 키우고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키우는데 좋으며, 특히 발달장애의 경우에는 과잉행동을 줄이고 주의집중력을 키우는데 좋은 활동이기 때문에 현재 전국의 많은 복지단체와 교육시설에서 예술문화 활동지원의 일환으로 도예활동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일부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09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