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_ 이 은
Tangible N Intangible _ Lee Eun
| 김진아 홍익대학교 미술비평 박사과정
정신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 빠르게 대응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많은 자극적인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차분해 보이는 작품이 하나 있다. 최근 이 은이 세 번째 개인전을 통해 발표한 ‘The Flow of the Senses’가 그것이다. 「감각의 흐름」이라는 작품 제목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Tangible n Intangible>이라는 전시 제목을 통해서도 그의 작품이 통통 튀는 감각과 직설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철학적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새하얀 유기적 물체가 부유하듯 떠 있는 이 작품은 번뜩이는 기지와 기찬 아이디어로 승부하려는 가벼운 작품들과는 달리 진지하고 성찰적인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그것은 전시장 가운데 떠 있는 작가의 창조물과 그것의 그림자, 그리고 그것들의 조합에 의해 완성되는 새로운 형상으로 인해 전시장 안의 작품이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연결고리에 의해 순환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그 안에 존재하고 있는 어떤 것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 은이 선택한 것은 현상학적 해석과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근자에 철학적 방법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현대도예 작품은 거의 본 일도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철학적이란 말에 미리 작품도 보지 않고 머리를 흔드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현상학은 오래전부터 철학자들이 사용해온 용어지만 관객들에게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용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상학은 쉽게 말하자면 객관의 본질을 진실로 포착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철학이다. 그 중에서 특히 이은이 주목하고 있는 현상학은 인간학적, 존재론적 시야에서 인간과 세계와의 본질적인 존재구조를 밝히고자 했던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과 지각을 통해 경험된 세계를 밝히고자 했던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이다. 결국 이들의 철학을 통해 작가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또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보는 이들과의 상호적인 지각 교류 활동을 통하여 영원히 형이상학적인 존재인 자아와 인간존재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은은 이를 위해 끊어지지 않는 변형된 원형 띠의 형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 형상들은 액상의 재료를 이용하여 우연적인 원형을 제작하고 이를 감각과 기억, 주변 환경과의 교감에 의지하여 연마함으로써 ‘흐름’이라는 시각과 촉각 등 공감각적인 감정을 유발시키는 결과물이다. 이는 굴곡진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끊임없이 돌고 돌아가는 순환적인 삶을 의미한다. 마치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순환되는 원형은 그 자체로 존재와 생명의 순환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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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도예 2010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