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도예전 2002. 3 13~3. 17 예술의 전당 미술관
평택항의 향수
글/현종호 소설가
끊임 없이 고뇌하면서 인간 내면의 세계를 작품으로 빚어내는 데 혼을 불태워 온 작가가 바로 도예가 이성한이다. 세월 따라 그의 철학도 변화를 겪었고 작품세계도 물론 방향을 달리 했지만 그는 물레라는 전통을 고수하면서 치열한 의식으로 작품과 호흡하고 섬세한 손길로 꾸준히 다듬온 작가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우주를 지향하고 있는 데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가의 동경을 그려냈고 그 후엔 환경 도자에 중점을 두어 한국의 탑들을 모태로 상승하는 힘의 이미지를 빚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도예가 이성한의 최근 작품들은 모두 자연, 특히 바다와 교감하면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속의 잣대가 아닌, 순수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작가의 세상이 독특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데 그는 타자로서가 아닌 자신이 자연 그 자체가 되어 바다와 노닐고, 산과 호흡하며 물고기들과 창공을 향해 욕망을 함께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가 창작의 바다를 전개하는 작가의 세계가 일품이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파격을 염두에 두면서도 물레라는 전통의 틀을 존중하면서 자신만의 의식 세계를 섬세하게 빚어내고 있으며 작품 모두는 고뇌하고 성찰하여 유기적으로 짜여진 플롯이라 할 만하다. 여의주를 물고 바다를 차고 오르는 물고기는 곧 미지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갈망을, 저무는 태양과 황혼에 빛나는 산들과 물고기들은 인간사의 여러 단면을 생각케한다.
도예가 이성한의 투박한 듯 굵다란 필치로 전체와 조화하는 데, 스며들어 있는 예술혼의 강도로 우리는 그의 자연이 왜 바로 거기에 있어야 하는 지를 공감하고 작가의 숨결을 느끼며 작품으로 함께 호흡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성한의 작품들을 대하노라면 그리움이 피어올라 가슴이 찡하게 울고, 이내 갑갑하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이유가 바로 도예가 자신이 그만큼 순수한 정신으로 창작에 몰입하고 번뇌하고 아파하며 예술혼을 불사르고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다듬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 가까이서 보아 온 도예가 이성한은 끊임없이 창작을 이어가는 작가로 지금도 지칠 줄 모르고 혼을 불어넣어 도자에 자신을 바치고 있다. 한 작품이 끝나면 또 다른 시작을 다시 창작으로 곧 연결하는 그를 보면서, 살아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의 열정에 는 전율까지 느껴야만 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그의 작품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그들과 호흡하며 적지않은 위안이 되어 우리들 마음의 때까지도 씻어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