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세계 명품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
| 최연수 한국공예산업연구소 소장
최근 명품화名品化, 명품 마케팅의 바람이 산업전반에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이 서울모터쇼에서 스페셜 에디션 제네시스 프라다를 선보였고, LG전자도 국내 최고가인 179만원대의 프라다폰2를 출시하여 강남의 모 백화점에서는 최고 220만 원대의 웃돈까지 붙는 진풍경을 자아내었다고 한다.
사실 한국은 럭셔리 명품 시장에서 프랑스, 일본, 미국 다음으로 세계 4위 시장을 차지할 만큼 명품, 럭셔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나라이다. 그러니 이런 일은 있을 법도 한 얘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경제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이 그동안 대표할 만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하나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자주 보여 진다는 것은 우리 도예업계도 한번쯤 집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얼마 전 최근 한국을 찾은 명품학의 대가 장노엘 카페레Jean-Noel Kapferer 프랑스 HEC 경영대학 교수가 매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아시아 기업의 경우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이면서 프랑스 최대 명품기업 LVMH그룹이 보유한 `겐조Kenzo`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겐조는 동양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서구 사회에 어필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한국도 전통과 역사에서 소스를 찾는 다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과 역사하면 서럽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우리의 청자는 왜 아직도 세계 명품으로 우뚝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청자를 처음 만든 중국에서도 고려청자 비색에 천하의 제일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면, 100여 년이 지난 우리의 청자는 이미 중국을 넘어 유럽, 미국에까지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오늘날의 청자는 그저 화려했던 과거만을 그리워 한 채, 아직도 그때 그 시대의 고려청자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가?
필자에게 원고를 의뢰한 본지의 특집 주제는 바로 ‘청자의 재해석’이었다. 비록 청자에 대한 지식은 짧고, 청자 하나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청자도 루이뷔통, 구찌,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등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명품이 될 수 있다는 확신 하나만으로 청자, 세계 명품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감히 역설해 보고자 한다.
명품이란?
일반적으로 명품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의 뜻을 가진다. 하나는 ‘명작Masterpiece로서의 명품’이고 다른 하나는 ‘럭셔리 브랜드Luxury brand로서의 명품’이다. 얼핏 보면 같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명작Masterpiece으로서의 명품은 특별하게 만들어진 작품Masterpiece 또는 훌륭한 물건을 의미한다. 최고의 장인이 만든 청자, 전통 공예 전수자가 공들여 짠 화문석, 최고급 캐시미어로 만든 수제 외투와 같은 것들이 훌륭한 물건이라는 의미의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의 명품은 하나하나가 사람의 손에 의해 공들여 만들어졌으며, 예술품으로서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명작을 의미한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Luxury brand로서의 명품’은 말 그대로 빛LUX나고, 고급스럽고 사치스런 브랜드를 의미한다. 디자인, 품질, 서비스 등에서 보통 브랜드가 모방하거나 따라 하기 힘들 정도로 고급스럽고 품위 있는 핵심역량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보통의 대중 브랜드와는 달리 소수의 고객이나 상류층에 최고급품High-end product 또는 고급품Premium product으로 불리고, 거래되는 럭셔리 브랜드 상품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