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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월호 | 특집 ]

한식 세계화에 어울리는 좋은 그릇이란
  • 편집부
  • 등록 2010-04-01 14:58:06
  • 수정 2015-03-10 0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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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세계화에 어울리는 좋은 그릇이란

한식 세계화에 어울리는 좋은 그릇이란
| 최혜림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과 교수

 

최근 들어 연일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중요성이 지면이나 방송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아마도 오래전부터 개인 혹은 관련 단체들에 의하여 그 중요성이 주장되어 오던 중에 새롭게 주요 어젠다agenda로 세워지면서 힘을 받아 움직이는 것 같아 매우 반가운 소식으로 여겨진다. 이는 향후 다소 성급하고도 방만하게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혹은 중복투자나 편파적 인원참여가 우려된다고 할지언정 그래도 오랫동안 마음을 품어온 사람의 하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나서준다니 이보다 더 반가울 데가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기대와 우려를 잠시 뒤로하고 본고를 통해 도자기를 전공하고 현재 학교에서 푸드스타일링을 위한 그릇과 테이블세팅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의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이는 도자식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각이 생겨나게 하는데에 있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식을 세계화 하는 데 있어 그릇과의 상관관계 혹은 그릇의 역할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그 가능성을 인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 필자가 여러해 전 한식을 위한 테이블세팅에 관한 책을 준비하면서 우리 한식에 대해 객관적인 장점을 찾고자 하였을 때 제일 먼저 다가온 것은 ‘건강함’이었다. 우리네 음식에서 보여지는 육류와 비육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바로 건강을 위한 식단이 추구하는 비율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는 ‘맛’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올해 여름 핀란드 소재 대한민국 대사관과의 협약으로 이루어진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하여 학생들과 함께 핀란드를 방문했다. 한식메뉴 시연을 앞두고 대사부인과 나눈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한식의 강점을 건강함과 맛에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 각국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음식이 있으며 자국민들은 맛을 느끼며 먹고 있기에 그 맛을 우열로 가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 따로 있듯이 보편적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 한식이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인 건강한 음식이라고까지 인정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세계화하기에 매우 적절한 요소를 두루 갖춘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
우리가 흔히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들을 떠올릴 때에 있어 그들의 얼굴만을 따로 떼어놓고 떠올리지는 않는다. 감명깊게 보았던 장면에서의 그의 모습이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되면서 이미지화되는데 그 이미지에는 그가 입었던 옷이나 모자 혹은 액세서리 등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내가 기억하고 싶은 그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살면서 특정한 이미지를 선택하고 저장하며 때때로 그 저장된 이미지를 되새기고 있으며 이렇게 되새겨지는 이미지는 해가 갈수록 더욱더 강화되곤 한다.
음식에 있어서 담아내는 그릇이란 여기에서 바로 옷이나 액세서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음식에 대해서 고급스럽다 혹은 시골스럽다고 자신있게 판단을 내리고는 하지만 사실은 음식 이외의 것 이 그렇게 보이게 한다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음식 자체만으로는 원하는 이미지를 완성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음식은 대부분 조리가 되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에 있어서, 즉 음식으로 선이나 면, 점 또는 색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데, 오랜 조리시간을 필요로 하는 한식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그래서 푸드스타일링을 할 경우만 보더라도 양식에 비하여 한식이 훨씬 더 제약이 많아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그릇이 갖는 형태나 색상, 질감 등이 음식의 이미지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중국집에서 문양이 없는 흰 그릇에 담겨 나오는 중국음식을 먹으면서도 중국그릇하면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문양을 떠 올리는 것은 우리가 중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정보들(화려한 장식문양, 붉은색, 파란색 문양)에 대한 기억들의 잔상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일식을 떠올릴 때에는 어느 편안한 대중식당을 떠올리기 보다는 고급식당을 떠올리게 되며 좌식테이블 위의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색상과 형태 및 재질의 그릇들 속에 담겨진 먹기 아깝도록 예쁜 음식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우리가 어느 국가의 음식을 쉽게 이미지화 하는 데에 있어서 그릇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식은 과연 어떤 그릇과 함께 떠올려지고 있나
얼마 전에 독일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함께 한식당을 이곳저곳 다녀본 적이 있다. 떠나기 전에 한식하면 떠오르는 그릇이 어떤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부분 너무 맛있게 먹어서 인상에 남으나 그릇은 마땅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 우리의 현주소이다. 이는 집집마다 주인의 입장에서 편의상 다양하게는 사용하고 있으나  음식의 이미지화를 위하여 너무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하나의 디테일한 맛에 대한 기억을 오래 지니지는 못한다. 그러나 강렬하게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음식에 대한 기억은 오랜기간 맛으로 기억이 되곤 한다. 그것이 일본 여행시 비싸서 속은 쓰리고 어느 음식이 어떤 맛이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예쁜 그릇이 가득담긴 상자를 운반해 와서는 정성껏 식탁을 차려주던 그 ‘료칸’을 기억하면서 정말 맛있었다고 기억하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의 그릇은 곧 이벤트요 최상의 서비스로 작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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