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봄 아이오와주의 작은 도시, 마운틴 버논에 위치한 코넬 컬리지에서 게리 후트만을 만났다. 필자와는 약 칠년 전 한국 인사동의 필자 개인전에서 한 번의 인사가 있었는데,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국에서의 재회도 기뻤지만 그의 작업세계를 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후트만은 지난 25년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장작가마 번조에 많은 시간을 쏟아왔다. 그의 많은 작품들, 기능성을 가진 기로부터 이집트의 청동조각을 연상시키는 부동 대칭형의 점토 조소들은 장작가마 번조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통한 그의 불과 흙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후트만은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중 단지 흥미로 도예수업을 선택했었다. 전기물레로 열 시간이 넘게 아무것도 만들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이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도전으로 물레 성형에 매달렸다. 몇 주간의 노력 끝에 그가 상상할 수 없었던 커다란 기물을 완성하고 곧 점토가 가진 가능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부모에게서 대학졸업 선물로 도예서적 『The Fire Fox Series』를 받았다. 그 책에서 그는 장작가마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보았으며, 그 후 벤 오웬과 버어란 크래이그 그리고 노스 캐롤라이나의 작가들의 글을 통해 장작가마 번조기법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아이오와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그곳에서 척 하이든으로부터 장작가마 짓기와 번조기법을 공부하고, 졸업한 뒤에는 채다 래피즈시 근처, 선친의 땅에 그의 작업실을 지었다. 1995년에 첫 장작 가마를 세운 후 현재까지 모두 세 개의 가마를 만들고 각각 일 년에 한 번씩 번조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 뒷 편 언덕에 각기 다른 높이와 깊이로 세워진 가마들은 그의 작업과 함께 서서히 진화된 듯 보인다. 그는 땅을 파낸 후 장작가마를 세운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땅 위에 바로 세운 가마보다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가마가 천천히 식어 기의 발색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그의 가마들은 특별히 잘 보존되고 있다. 그는 계절에 따라 극심한 온도 변화를 보이는 아이오와의 날씨에 따라 가장 좋은 상태로 가마를 유지하고자 특별히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후트만은 매년 번조에 사용될 나무를 모으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 쓰기보다 바람과 추위에 쓰러진 죽은 나무들을 모아 쌓아놓는데 약 40일을 소요한다.
그의 작업실이 작품들로 꽉 차고 더 이상 자신이 움직일 공간이 없을 때 가마 재임을 시작한다. 가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일에서 7일간 재임한다. 그는 각 기물에 대해 어느 곳에 놓아야 할지를 신중하게 생각하는데, 각 작품들의 재임 위치는 자신의 스타일과 그가 예측한 결과에 의해 정해진다. 즉, 장작가마재임은 자신의 미적 선택과 관련되어 있다. 매번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장작가마 번조는 그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창구이다. 매번 번조하면서 점토에 장석이나, 철의 함량을 변화시키며 그가 알지 못하는 결과를 기대한다. 최근에는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가져온 점토와 그가 쓰던 점토를 반씩 섞어 만든 후 번조하여 표면에 미색과 오렌지 빛이 섞인 매혹적인 표면을 발견했다. 그가 경험해온 장작가마 번조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과정이었다. 후트만은 번조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켜왔다. 장작가마와 그의 작품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듯 했다.
그는 그간 여러 다른 점토와 다양한 기법들을 연구해 왔다. 물레성형과 수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한 후 지금은 자신을 표현하는데 자유로움을 갖게 되었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층층이 쌓이면서 생기는 점토의 질감과 형태와 공간에 대한 상호관계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만들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자신의 의지와 점토가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서로 어우러져 시간이 지나도 항상 새롭고 보편성을 지닌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손에 머물렀던 점토는 곧 그를 떠나고 불에서 단단해져 다시 그와 만난다. 자신은 동양과 서양에서의 빈번한 워크샵과 강의를 통해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고 그 사람들을 통해 다시 변호된 시각을 가지면서 자신의 작품과 또다시 새롭게 만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09.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