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도자조형전 2002. 3. 6∼ 3. 15 한전플라자갤러리
편린(片鱗) - 생활환경으로의 모색
글/김영민 한전플라자갤러리 큐레이터
박선우의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방향성 혹은 생활환경으로써 넓은 의미의 용도에 관한 문제제기로 보여져서 참신한 감이 있다. 물론, 그가 이번에 보여 준 작업들은 현재, 우리의 현대도예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국면과 관련하여 퍽 시사적인 전시가 됐다고 보여지기도 하다.
일견 우리 현대 도예의 여러 가지 중첩된 흐름에서 일탈해있다고 보여지는 면이 있고, 그가 조성하려는 담화의 방향이 그 동안 현대 도예가 지향했던 예술에의 경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기도 하지만, 그가 보여 주는 작품들은 우리 현대도예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미의식과 방법론들을 포괄하는 혹은 절충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 도예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술경도성에서의 일탈 혹은 생활의 회복이나 발견들이 다른 곳에서 시작되고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대도예라고 말하며 만들어온 그 토양들속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변화를 시작해야한다 것을 박선우의 이번 전시가 ‘편린(片鱗)’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에 박선우가 보여주는 작품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은 단위의 유니트들의 조합으로 벽면을 조성하는 도기작품(inter+form+2002/ posi & nega)들이다. 기본적인 기하학적 도형들을 음각과 양각으로 표정을 달리한, 작품들이 벽면 전체를 덥고 있는 이 작품은 순수하게 조형적인 의도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반복을 통해서 전체의 통일을 기하고, 그 안에서 섬세하게 표정들을 바꾸고 있는 이 작품은 순수하게 조형적이라기 보다 건축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선례로 제시되었다고 여겨질 만치 정서적으로 가볍고 가치 중립적이다. 타일이라는 형태의 유니트 조합은 근본적으로 건축의 적용가능성과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90년대 한때 유행했던 병렬 중첩의 작은 조각그림들의 전시도 전시장의 벽면에 상응하는 개념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완결된 내적 의미보다 벽면과 관련한 장식적 기능이 우선 시 되는 것이었다. 비슷한 유니트로 이루어진 대형 조명(inter+lighting+2002)의 경우에서는 작가의 위와 같은 의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술작품을 실제 생활에서의 용도를 찾아보거나 적용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이형주입생산방식이 가진 기법적인 문제와 상호 조화를 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가 차용한 형태와 표면처리들은 모더니즘의 순수 조형적 요소에 근거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 현대라는 이름을 성취한 도자예술의 성과물과 도자의 산업적 방식에서 차용한 제작방식을 생활 장식적으로 원용하고 적용선례를 만들려는, 일견 과욕으로 보이는 절충이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려는 바이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공간 절약적인 면으로 작업을 평면화하고 있으며 그 평면 안에서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보여지므로 해서 회화적이고 현대적인 화면이 된다. 그러나 작가는 도자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질 본래적인 성질을 드러내어 자신의 정체적 국면을 보여주려 한다. 이형주입으로 만들어진 도자 재료의 섬세한 표면, 그리고 표면이 가지는 제한되기도 하고 발하기도 하는 표면의 광택을 동시에 제시하고 색채를 극단적으로 제한하여 캐스팅의 프로세스가 가지고 있는 세련되고 정교한 장점을 그대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