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방이야기 그 첫번째 이야기전 2002. 6. 1∼6. 7 광명시민회관 전시실
흙이 말하는 작가의 마음
글/박영희 그래픽디자이너, 부천대학출강
흙을 만지는 사람들은 흙을 만지며 무슨 생각을 할까? 흙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드는 걸까? 흙을 만지면 어떤걸 만들고 싶을까? 어떤 전시회든 보고 난 후에는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저것이었구나 하는 느낌들이었는데… 이번의 전시는 흙이 말하고 싶은 것이 저것이었구나 라는 반대의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순박하게 때로는 여우(?)같이 작가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뭐, 그런거. 아! 흙은 만지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내어주는 아낌없는 후원자구나. 작가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다해버리게 몸을 던지듯, 그리고 작가의 마음을 확인시키기라도 하듯이 가마라는 툴을 통해 자신을 고착시키는 열의까지. 손길 닿는 대로 그대로 몸을 떠넘기듯. 도예가 들은 그런걸 좋아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흙이 좋고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고 그래서 어루만지고 싶고 결국엔 평생을 함께 하는 것.
90평정도의 전시장안에는 수더분한 시골학교의 어린이와도 같은 여러 얼굴의 도자기들이 앉아 있었다. 좀 늦게 공부를 시작한 점잖은 모습의 ´장군´기물들과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왕자님과 도련님들 그리고 마치 그들의 나들이를 환영하듯 입을 크게 벌린 물고기까지, 전시장 안은 각각의 개성이 편안함의 덩어리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따뜻함으로 가득 찼었다. 작가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한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그리고 가끔은 주관을 객관화시키는 단두대로 전시라는 방법을 동원한다고 한다. 반공방 이야기는 그간의 도예전시회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다른색의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이 전시는 흙 작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근소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작품들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라고 오물오물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은 전시, 그래서 스물스물 웃음이 번지게 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형태가, 재료가, 유약이, 불이… 하는 등의 기술적인 얘기, 창의적이고, 획기적이고 독특한 기법으로 등등의 창조적인 얘기를 우리는 많이 안다. 그런 작가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고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우리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래서 궁금하지 않다. 기웃거리고 싶지 않았고 너무 잘나서 싫증난다. 그러나 이 전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편안하고 기분 좋아졌다. 모든 작품들이 전시장안을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을 아는 사람 맞듯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이 전시는 늘 우리가 이웃에게 했던 것처럼 편안케 하는 작은 소리로 웃음짓게 하는 그런 전시였다. 분명 이 작업을 한 사람들은 우리 가족 중에 꼭 한사람씩은 있는 지킴이 일 것이다. 그들이 항상 그런 마음으로 그런 작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