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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월호 | 작가 리뷰 ]

도문향 陶文香 - 박경희 Park Kyung Hee
  • 편집부
  • 등록 2009-07-14 15:54:03
  • 수정 2009-07-14 16: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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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송미림 한국디자이너협의회 공예협회 이사장

지난달 서울 서초동 갤러리 호에서 박경희(강원대학교 문화상품디자인학과 교수)의 개인전(2008. 7.21~7.26)이 있었다. 장맛비가 많이도 내리던 날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필자와 같은 한국공예가회 소속이라서 보내온 작품엽서를 통해 새로운 작업의 시도라 여겨지는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기대가 컸다.

작품을 처음 대한 느낌은 첫째 한국인의 전통적 삶의 가치를 작업에 접목함과, 둘째 그간 내가 만나본 작업과는 주제와 의미전달방법이 다르다. 셋째 근대화이후 도예작업이 서양도예의 조형성을 너무 많이 닮아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 넷째 근대화 백년이 이제 막 지난 시점에서 이젠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작업을 우리 모두가 다시 고민해야하는것은 아닌가? 다섯째 한국적 도자작업에 대한 가치에 대해 원론적 사고정립이 필요하며 그러한 가치정서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도약을 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기대감은 작품의 시각적 의미를 통해 전달되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조형성이나 태토와 유약, 번조의 결과가 주는 도예의 결과물의 완성도 보다는 도예가 지키고 나가야할 문화적 감성코드를 더 중요한 작가정신으로 작업에 철학적으로 풀고자 했다.
전시장에는 <도문향陶文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선 민화 속의 정서가 접목된 작품들로 전시돼 있었다.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 도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의 민화 속에는 문명, 문화, 풍습, 철학, 사상 등이 질박하게 깃들어 민화는 우리조선민족의 뿌리요 정서이며 사상이며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화의 한분야인 문자도文字圖는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로 표현되는 유교의 윤리를 나타낸다.
효자孝子에는  왕상王祥, 맹종孟宗, 순舜임금 황향黃香, 육적陸積의 효심과 관련된 고사에 등장하거나 그런 인물들을 상징하는 잉어, 죽순, 거문고, 부채, 귤을 그린다. 제悌자에는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새우와 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표현한다.
신信에는 서왕모西王母의 청조靑鳥나 한나라의 소무蘇武의 편지를 전해준 흰기러기를 예禮에는 예의 출전이 된 홍범구주洪範九疇가 적혀있다는 하도낙서河圖洛書를 상징하는 거북이와 책 공자의 행단杏亶을 그린다.
의義자에는 부부간의 의를 상징하는 물수리와 연꽃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상징하는 복숭아꽃을, 염廉자에는 청렴함을 상징하는 봉황을 그린다. 치恥자는 곧지 못한 것에 부끄러움을 안다는 의미로 백이숙제伯夷叔薺와 관련하여 수양산에 달이 뜨고 매화가 핀 모습과 백세청풍이제지비百世淸風夷齊之碑가 적힌 충절비 등이 그려진다.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문자도는 단순한 장식적인 그림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현재의 우리에게도 인간으로서 실천해야하는 많은 교훈과 일상에 담긴 상징의 향기가 간결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작가는 작품 주제의 의미를 피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도자공예가 차지하는 문화적 가치는 얼마쯤일까? 이미 한국의 전통공예 문화 중 가장 큰 자랑거리로 고려청자, 백자에 대한 도예 역사적배경도 교육과 다양한 매스컴등의 정보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류역사를 통해 일찍이 식기라는 도구의 이름으로부터 출발한 도예는 이제 근대화 이후 전통도예를 가업으로 혹은 사랑하여 역사적 사명감으로 작업을 하는 이들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서구도예의 기법, 유약 번조방법 등을 작업하는 사람들로 이제 자연스럽게 분류되어지고 있다.
21세기 정보화, 다양성이 공존하고 있는 세상에서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작업은 모두 귀하다. 그러나 문화란 정신을 통해 양분이 저장되어지며 그 양분은  우리 후세에게 전해지고 물려주어야할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한국 도예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외치지 않더라도 한국도예가 다시 문화적 사명감을 가지고 나아가야할 산은 어디인가를 박경희 도예전은 또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회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신이 살아있지 않은 작업물이란 그저 하나의 재료 덩어리일 뿐이다. 도예가 도구로 출발한 공예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자와 백자에는 우리민족의 삶이 다양한 목소리로 녹아있음을 알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작가정신과 철학을 외쳐야 할 것이다. 전통도예를 다시 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한국적 도예의 나아가야할 다양한 문화코드를 교육현장과 작업현장에서 지금 세대가 정립하고 더 시간이 흘러 국적불명의 작업들로 이 땅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해 준 박경희 도예전에 박수를 보낸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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