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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월호 | 전시토픽 ]

한국미술 속의 문화유산 『내 마음의 보물』
  • 편집부
  • 등록 2009-07-14 15:29:22
  • 수정 2009-07-14 15: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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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easures Within
  • 양혜숙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세계화가 일상화되었지만 늘상 화두에 오르는 주제는 여전히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의 전통 문화와 그 표상인 문화유산은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형식을 오늘의 상황에서 어떻게 되살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진지한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되어왔다.

한국은 과거의 나라가 아니다. 면면히 전통을 이어온, 그리고 아직도 젊은 나라다.
미술은 망하지도 죽지도 않았으며 과거의 미술이 아니라 아직도 씩씩한 맥박이 뛰고 있는 살아있는 미술이다.

<내 마음의 보물>전은 문화유산에서 작업의 영감과 원천을 찾아온 미술가들의 작품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또 다른 한 축을 확인하고자 하는 전시였다. 조선시대 백자나 창덕궁의 후원 등 미학자나 미술사가들이 면면히 관심을 가져왔던 전통미술의 미감은 오늘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도 꾸준히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이란 오늘날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기억의 연속선상에서 현재 속에 얽혀 작동하는 그 무엇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취지다.
전시제목인 <내 마음의 보물>은 미술가들에게 창작의 무한한 원천으로 작용하며 그들 내면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경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우리 미술가들에게 영원한 작업의 화두일 수도 있으며, 근원적인 향수 내지는 동경을 가리키는 등 다양한 의미의 층위를 나타낸다.
이번 전시는 근대 작가부터 우리 시대의 신진 및 중견, 원로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회화, 조직, 사진, 사진, 설치, 영상 등 전 부문을 아우르는 작가 33인의 작품 51점을 선보였다. 전시구성은 1,2층으로 이루어진 건물구조와 총 11개의 개별공간으로 분리된 남서울분관의 장소적 특수성을 감안해 도자(조선시대 백자), 건축(고궁, 종묘, 숭례문, 한옥), 회화(고구려 고분벽화, 조선시대 회화, 민화), 그 밖에 탑, 불상, 고분 등 주제별로 이루어졌다.

도자부문에서는 조선 시대의 백자 달항아리를 소재로 하거나 조형적 영감원으로 구현한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백자는 오늘날 한국적 미감을 대표하는 가장 특색있는 유물로서, 아카데믹한 화풍의 여인 좌상류 그림에 단골 소재로 등장해 당시 많은 화가들 사이에 유행하였던 항아리나 목기 등의 골동물 수집 취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적 정서를 서양화 기법으로 담아내고 있는 도상봉의 「한정閒靜(1949)」을 비롯해 김인승과 김숙진의 도시적 여인 좌상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많은 미술가들이 조선 백자를 애완하고 그들의 화실을 장식하였지만 구체적인 영감원으로 작품에 구현되어 나온 경우는 김환기와 도상봉이 대표적이다. 미에 대한 개안이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되어 조형과 미와 민족을 도자기에서 배웠고, 자신의 교과서는 도자기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던 김환기는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 초반의 뉴욕시기 이전까지 항아리 그림을 무수히 그렸다. 그는 도자기의 추상적 형상에서 조형미의 극치를 발견하였던 것이다. 수화와 마찬가지로 도상봉은 백자에 대한 심미안을 근간으로 그 깊은 탐닉과 애정을 작품의 주제로까지 승화시켰다. 일그러진 백자 항아리를 화면 가득히 채운 「항아리(1953)」와 그의 마지막 유작 「정물(1977)」을 통해 도자기를 보는 감식안이 현대작품을 보는 심미안으로 그대로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한편 김환기와 도상봉의 아틀리에 사진에는 공통적으로 전통 목가구 위에 수북이 놓인 여러 점의 항아리와 그림들을 간취할 수 있는데, 이러한 표현은 장욱진의 「문방도(1961)」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선비적 지조와 멋을 간직한 방치레의 전통을 소박하게 표현한 것으로 실제로 생전에 문인화적 취미를 구가하였던 장욱진의 풍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1950년대 중반부터 한국적인 미의식에서 바탕을 둔 치밀한 시각과 정감으로 전통 미술작품을 소재로 한 정물화와 고궁의 분위기를 담은 풍경화에 천착하였던 손응성을 비롯해 박득순을 예로 들 수 있다. 박득순의 「라일락과 고자기」는 단번에 ‘꽃과 자기’라는 전형적인 도상봉의 소재적 취향을 이어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창덕궁 비원을 즐겨 비원파秘苑派의 창시자로 불리기도 했던 손응성은 사실주의적 풍경화와 도자기, 고가구, 고서, 불상 등 한국적인 소품들을 소재로 하는 정물화를 많이 남겼다.
현대에도 백자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 작가들은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고영훈은 극사실기법으로 항아리를 복제의 극한 지점까지 몰고 감으로써 급기야는 달의 영혼이 담겨있는 물신으로 간주되게 하면서 동시에 한국인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대상인 백자 달항아리의 실제 유물이 실은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또한 구본창의 「백자」연작은 대상을 엄밀하게 재현해내기 보다는 작가의 심미적 취향에 따라 시각적 수사를 십분 활용하며 한국적 감성을 파고든다. 때로 백자의 이름을 결정하는 흰색을 연한 분홍빛으로 변형시키고 화면을 잘라내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한편 윤향란의 작품은 온전한 이미지대신 마치 깨어진 도자기 파편을 하나하나 이어붙인 듯 한 파격미를 보여주면서도 한지 특유의 질감과 색채를 이용한 종이 찍기 작업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고 담백한 항아리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흰 빛의 백자가 정사각형의 화면 가득 충만한 강익중의 달항아리 그림은 창공에 두둥실 떠있는 달덩이에 대한 은유이다. 이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항아리 주변에는 실제로 몇 마리 새가 날고 있고 심지어 표면에는 조각달이 떠 있다.
이밖에도 고건축물 부문에서는 전통가옥인 한옥을 비롯해 고궁과 종묘, 숭례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회화부문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과 조선시대 대표적인 작가들의 영감을 받은 작품을 차용하고 민화의 영양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또한 불상, 탑, 고분 등이 각각의 전시실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가 개최된 남서울분관은 원래 1900년대 초에 세워진 구 벨기에 영사관 건물로써 2004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가 열렸던 건물 자체가 문화재청이 국가 사적 제254호로 지정한 문화재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최근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유산에 대한 그간의 무관심에 대한 반성과 함께 문화유산을 통해 전통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새롭게 자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전통과 현대, 전통문화와 현대문화, 문화유산과 미술작품 간의 연속성을 복원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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