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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월호 | 작가 리뷰 ]

어울려 함께 쓰기 - 자연회상 - 최남길
  • 편집부
  • 등록 2009-07-11 15: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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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이만재 부천대학 문화상품디자인과 교수

아직도 한국 현대공예는 미美와 용用이라는 해묵은 화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도예가 최남길 역시 전통적인 특성으로 간주되는 ‘기능주의’ 즉 쓰임과 그와는 상반되는 의미로 파악되는 꾸밈의 ‘조형성 탐구’라는 양 진영 속에서 갈등의 통합을 위해 끊임없이 서성이고 있다.


실용성을 근거로 한 종래의 도자전통은 작업 그 자체, 즉 기술적인 면에 대한 중시로 조형의 탐구가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미술의 다양한 조형탐구의 시도는 도예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제공하는 자극제가 되어 도예의 범위를 확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예가 최남길의 작품전은 바로 확장된 현대도예의 실험정신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최남길의 이번 개인전(2008.5.9~5.14 강원도 원주 치악예술관)은 「고古」,  「자연회상」 등과 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것과 자연을 주제로 삼고 있다. 작가의 삶 속에 투영된 우리의 것은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 시킨 것이다. 추상적 형태지만 논리적이거나 계산된 결합이 아닌 지극히 감각에 의한 감성적 결합으로써 구체적인 형상을 표현하였다. 그 속에서 시각적 즐거움을 전달하고 우리네 생활 속에서 쓰였던 옛것과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어울려 함께 보기를 권한다. 이것은 형상의 단순화를 통한 감성적 결합에서 출발한 작가의 의지가 우리의 시각적 경험을 통해서 체득된 형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보여준다. 또한 주변에서 흔히 쓰이던 옛것과 자연의 재구성적인 작품세계를 거쳐 인간과 자연 특히 어울림에 대한 사유로 확장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렇듯 최남길의 자기표현의 확장은 흙 이외에 나무, 철과 같은 재료의 결합이나 오래된 것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표면의 결 처리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서 조각과 회화로 대변되는 현대 미술의 다른 영역을 도예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작가의 실험정신도 엿볼 수 있다. 즉 전통만을 고집하는 폐쇄적 의미의 도예에서 다양한 표현방식을 허용하는 개방적인 도예로의 확장을 보여 현대도예에 잠재해 있는 조형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에서 보여준 최남길의 작품에서는 아득한 추억이 묻어나오는 형태, 색감, 질감에서 우리에게 미소를 머금게 하고 단일재료만을 고집하지 않는 열린 작업에서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서 넉넉한 상생相生의 의미를 전달하는 힘이 있는 듯하다. 또한 질박하고 단순한 형태에선 작가의 넘치는 에너지를 스스로 억제하고 있다. 이는 삶의 보편적 범주는 잘게 부서진 갈등을 세련된 양상으로 다시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얽히고 설킨 여러 관계들을 어울려 함께하는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수용하고 통합하는 이미지가 확장되어 드러나는 시점에서 이 작품들은 우리에게 친화력을 회복한 세계를 조망케 하는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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