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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8월호 | 뉴스단신 ]

손내옹기 -전북 진안군 백운면 솔내마을,옹기장이 이현배씨 운영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47:55
  • 수정 2018-02-19 12: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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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내옹기 전북 진안군 백운면 솥내마을, 옹기장이 이현배씨 운영

구름이 머물고 섬진강 발원 정천강이 흐르는 마을

플라스틱으로 사양한 조선시대 옹기 맥 이어가

푸른숲 속에 양철지붕 흙집

10칸 가마에서두달에 한번은 엿새 동안 연기가 오른다

 전북 진안군 백운(白雲)면은 산위에 자리잡은 평지에 흰구름이 머무는 마을이다. 마이산이 병품처럼 펼쳐져 있고, 섬진강의 발원인 정천이 흐른다. 소나무와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조선시대 옹기장이들이 모여들어 옹기마을을 이루었던 곳이다. 플라스틱 그릇이 많아지면서 옹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줄고 고된 옹기일을 하는 사람도 줄어 지금은 모두 떠나고 곳곳에 굽다버린 옹기파편들과 가마터가 남아있을 뿐이다. 현재 솥내마을에는 3가구만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고 그중 이현배(41)씨와 그의 아내 최봉희씨의 ‘손내옹기’만이 여전히 가마에 불을 지핀다. 길이 15m는 족히 넘을 법한 가마와 마당을 가득 채운 옹기항아리들 뒤로 붉게 녹슨 양철지붕이 덮인 흙집이 있고 흙집 뒤로는 푸른 숲이 우거져있다. 오르막에 자리잡은 이 요장 앞에 서면 가마를 덮은 지붕 밑으로 꼬리를 감춘 장작가마가 올려다 보인다. 10칸짜리 이 가마에 두달이면 한번 불을 지피고 한번 지핀 불이 엿새동안 이어진다. 이현배씨는 “옹기일은 단순히 옹기를 빚어서 굽는 일이 아닙니다. 옹기점을 꾸리는 일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이지요. 옹기 가마를 많이 팔리는 물건만 많이 만들어 채울 수도 없고 하고 싶은 물건만 할 수도 없습니다.” 옹기를 가마에 재임할 때 앞칸에는 불이 고르게 퍼지라고 작은 기물들을 주로 쌓고 뒤쪽으로 갈수록 큰 기물들을 쌓는다. 그리고 열이 지나치게 오래 머물지 않도록 큰 기물 안에 작은 기물들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호텔경영 전공자가 심산유곡서 흙 빚은 옹기장이로

연애시절 아내에게 뚝배기 선물한 옹기 도예가

손내옹기의 운영자 이현배씨는 본래 이곳 옹기골 사람도 아니고 옹기를 굽던 사람도 아니다. 전북 장수군이 고향인 그는 서울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일류호텔에서 쵸코렛 만드는 일을 하던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흙을 좋아한 그는 연애시절 지금의 아내인 최봉희씨에게 뚝배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부부가 함께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전남 벌교로 내려가 징광옹기에서 3년간 옹기일을 배웠다. 그후 93년 이곳의 빈 옹기점을 사들여 수리하고 정착했다. “처음 시작한 옹기일이 너무 힘들고 고되 ‘뚝배기만 만들면 그만둔다’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버텼고, 뚝배기를 만들 수 있게 되자 ‘항아리만 만들 줄 알면 그만둔다’면서 버텼습니다. 항아리 만드는 법을 익힌 후에는 ‘기왕에 시작한일 10년만 한다’ 하면서 해온 게 10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옹기장이 이현배씨는 다시 또 10년을 버티겠다고 결심한다.

“옹기가 갖는 덩어리만큼 일의 덩어리감도 큽니다

가마안에서 제자리와 제역할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 옹기 요장은 온통 진흙 밭이고 집안으로 이어지는 길에 질경이가 지천이다. 작업장 앞에 흙을 쌓아놓고 직접 흙을 수비하고 로울러가 달린 기계로 모래알들을 갈아낸다. “옹기를 만드는 흙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습니다. 우리 땅에 가장 흔한 흙이고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흙입니다.” 작업장안에는 세곳의 물레자리가 마련돼 있고 이대장이라는 물레대장이 작업 중이었다. 작업장 옆으로 나 있는 문으로 나가니 50여평의 널따란 건조장이다. 이현배씨와 최봉희씨, 그리고 이대장이 물레를 차고 뒷일을 봐주는 사람이 하나있다.

현대에 필요한 기물들을 만들어 옹기라는 이름을 빌어 돈을 벌겠다 거나, 현대생활에 필요없는 큰 항아리들을 만들어 팔아보겠다는 아집이 아니라 전통방식의 옹기점과 그 옹기점을 운영하는 방식을 이어가고 싶은 게 이현배씨의 바램이다. 손내옹기에서 만드는 옹기들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공예숍 ‘솝리’와 압구정동의 ‘우리그릇 려’에 납품된다. 납품량보다는 전시판매가 월등히 많고 아름아름으로 찾아와서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 5월에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판매전을 열었고, 이어 6월에는 전라도 광주에서 판매전을 열었다. 때문에 두달에 한번 지피던 가마불을 한달 간격으로 연이어 피웠고 작업량도 그만큼 많았다. “옹기가 갖는 덩어리감 만큼 옹기일 자체의 덩어리감도 큽니다. 소품류가 많이 판매된다고 해서 소품류 위주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마안에서도 제자리와 제역할이 있습니다.”

 “현대인 주거생활에 어울리는 옹기에 전통을 담아내

발효음식 저장옹기는 6일은 구워야 합니다”

이곳에서는 흔히 생각하는 옹기 항아리 외에도 젓갈을 담아 발효시키던 곤쟁이 모양의 꽃병, 항아리의 조형과 맛을 축소해 방안으로 들여놓은 알단지들, 알단지에 수구를 만들고 약탕기 손잡이를 붙인 다관, 사각 소스볼, 항아리 뚜껑 모양을 한 샐러드볼, 엄지와 검지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달린 에스프레소잔 등 현대인의 주거와 식생활에 어울리는 옹기들이 있다. 이밖에 예전부터 사용되어 온 옹기들-항아리, 확독, 시루, 약탕기, 옴박지 등도 생산 판매된다. 가격대는 크기와 용도가 다양한 만큼 1만원 미만부터 30만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높이 1m가 넘는 큰 항아리가 30만원이라는 말에 “수요가 미비한 만큼 사겠다는 이가 나서면 만든 이가 만드는 비용의 절반을 부담한다고 여기고 판매한다”고 덧붙인다. 이현배씨는 현대인들의 주거와 생활에 어울리면서도 전통 옹기의 깊이와 무게를 가진 옹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옹기가 다 구워지는 데는 6일이라는 시간이 다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옹기는 발효음식을 저장하는 용기로 성급하게 구워진 옹기는 음식을 제대로 발효시킬 수 없습니다. 은근한 불로 뜸을 들여야 물기가 새지 않고 공기가 통하는 옹기가 됩니다.” 제형물레로 깍아서 가스가마에서 소성한 옹기는 진정한 의미에서 옹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손내옹기는 질좋은 옹기를 내기 위해 가격경쟁으로 흐트러진 옹기막의 생산 시스템을 복원해 지키고자 한다. 주소: 전북 진안군 백운면 솥내마을 ‘손내옹기’ 전화: 063-432-3252 www.sonnae.com 서희영기자 rikkii77@hotmail.com 손내옹기 전통가마 주기세트 지난 5월 전시에 선보인손내옹기 식기들 다기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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