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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월호 | 작가 리뷰 ]

포스트모던 카멜레온 『미쉘 에릭슨』
  • 편집부
  • 등록 2009-06-15 13:12:06
  • 수정 2009-06-15 13: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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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최석진 미국리포터

필자는 지난해 가을 리치몬드 대학University of Richmond 박물관에서 작은 부분과 부분을 미묘하게 연결해 쌓은 일련의 작품들을 보았다. 활기찬 유색의 조합과 구성이 시선을 끌기도 했지만 특히 동 서양, 여러 시대를 대변하는광범위한 기법의 사용과 섬세한 기술적 표현을 보며 작가에 대해 호기심이 들었다.미쉘 에릭슨Michelle Erickson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와 여러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그녀를 포함한 세 명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의 피어리어드 디자인Period Design에 가서 그녀를 만났다. 30분 정도 떨어진 작업실에서 그녀가 제작하고 있는 많은 복제품들과 복제하는 과정, 석고 몰드와 그녀의 특별한 가마재임을 볼 수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일로 시작해 박물관의 작품을 복제하고 나아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도예가 에릭슨과 세 시간여 동안 나눈 대화는 그녀가 작업실에서 쌓아온 시간의 깊이만큼 끊임없는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rabbit junk teapot_2」

에릭슨이 자란 제임스 타운은 1607년 영국인이 처음으로 신대륙, 미국에 정착한 곳이다. 그 당시 도자기는 영국 여왕으로부터의 공식적인 선물이었다. 영국 식민지시대의 역사를 지닌 이 도시에는 중국의 백자와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델프트 도자부터 영국과 이태리의 슬립웨어까지 이, 삼백 년 전의 도자기에 대한 풍부한 정보들이 축적되어 있었다. 건축을 위해 땅의 파면 쏟아져 나오는 여러 파편들은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들이 되곤 했다.
에릭슨은 컬리지 오브 윌리엄 앤 메리The College of William and Mary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대학 재학 중에 현장학습으로 갔었던 콜로니얼 윌리엄스 버그의 박물관 지하실 창고에서 영국 식민지 시대의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도자기 컬렉션을 보았다. 수백 여 년의 시대를 품으며 셀 수 없을 만큼 쌓여있는 도자기들은 그녀의 마음에 오래 남아있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도자 상점에서 그릇을 만드는 직업을 가졌다. 2년 후 그녀는 그 가게를 직접 운영하며 도자기 판매의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고 차츰 그 지역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되는 역사적 도자기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에릭슨은 박물관의 도자기들을 복제하는 일을 생각했다. 윌리엄스 버그에서 복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특별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제출된 100여개의 작품들 중 오직 한 두 개만 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그리고 재승인의 과정을 거친 후 작품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고 이곳에서 판매된다. 사실 버지니아주는 윌리엄스 버그에서 작품을 팔고 전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도자 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도자기를 복제하는 과정은 과학의 실습과 같았다. 각 도자기에 따라 다양한 점토, 유약, 번조를 연구했다. 원본의 크기, 색감, 형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만족한 결과를 얻기까지 2년이 걸린 것도 있다. 에릭슨은 점토의 조합 연구가 가장 힘든 일이라고 설명한다. 점토가 올바르지 않으면, 기법의 세밀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릭슨은 20여 년 동안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쓰이던 영국의 도자기들을 복제해 왔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들은 지난 300여 년 동안 유용하게 쓰였던 광범위한 전통과 기법을 습득하게 했다.
 
에릭슨은 복제를 연구하는 가운데 스스로 도자 장식기법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현대 도예가들은 새로운 것만 만들기를 추구하며, 전통을 찾아서 그 방법을 연구하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과거의 기법들을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다.” 그녀의 박물관 수준의 복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요크타운의 피어리어드 디자인에는 소더비, 크리스티의 콜렉터들이 저렴한 가격의 복제품을 구입하기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영국 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서 슬립웨어 기법시범을 보이기도 했으며, 작년에는 영국 식민지 4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당시의 도자기 복제품을 특별 제작하기도 했다. 그녀는 더욱 다양한 관심으로 역사적 유물을 만들다 보니 광범위한 작품 제작을 하게 되었다.
에릭슨은 몇 년 전부터 그녀의 이러한 풍부한 기술과 정보들을 그녀 자신의 작품세계에 가져와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동서양의 도자 역사와 미술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코발트와 망간들을 활용한 표현으로 시대를 제시하기도 하며, 때로 장난기 있는 파편과 암시로 채워진 조형물들은 마치 박물관에 시간을 초월해 쌓여진 무더기의 파편처럼 과거 어느 시간으로부터 흘러나와 공간 속에 쌓여진다.
그녀는 문화적 정치적 표현Political Aesthetic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첫 면에 실린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보석광고와 그 옆의 이라크 전쟁 참사의 사진에서 현대의 사회의 이중적 모습을 가슴 아프게 보았다고 한다. 최근의 작품에서 어린이 군인이라든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식민지 유산, 현대의 노예제도 그리고 9.11 비극에 관한 문맥을 읽을 수 있다.
가스클락Garth Clart은 그녀의 작품을 ‘포스트모던 카멜레온’이라고 언급했다. 지나간 어느 시대의 형태와 방법을 인용해 사용하지만 단지 복제 그 자체를 넘어선다.그녀는 기술적 완성도와 역사적 토대 위에, 인간경험의 모자이크처럼 현대를 에워싸고 있는 인간성과 모순을 제시하며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녀의 작품은 동 서양의 문화적 명시의 다양함을 반사하며 마치 시간의 항해자처럼 지나간 시대를 유연하게 그리고 신비한 구성으로 결합한다. 작업실에서의 수많은 시간이 쌓여 그녀 앞에 놓인 풍부한 자원과 지식은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의 보상이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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