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는 장난감보다는 좀 더 개념이 있고 조형물보다는 훨씬 가볍다는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야하고 의미를 끄집어내야하는 스트레스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토우는 자유롭게 표현하고 장식할 수 있는 부드러운 생산라인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보는 이들도 아는 만큼 보인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고 재미있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토우는 부피와 배경에 집착하지 않고 진심과 애정을 담아 소통한다. 70여점의 소신있는 토우들이 지난 달 국립중앙박물관 고고관 신라실에서 열린 <신라토우, 영원을 꿈꾸다>전에 속속히 공개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다.이번 전시는 일제 강점기인 1926년에 경주 황남동에서 출토된 토우를 선보여 신라인의 일상과 정신세계를 재조명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토우는 사람, 동물, 일상에서 보여지는 형태을 본떠 만든 작은 흙인형으로, 주로 굽다리접시의 뚜껑이나 목항아리의 목 부분에 붙여지는 대략 5cm 내외의 크기다. 장식적인 요소는 신라인들의 주술적 신앙을 의미하는데 남녀의 결합,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가슴이 과장되게 표현된 토우의 모습에서 다산·풍요·재생을 바랬던 신라인들의 소박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흙장난감처럼 만들어진 듯 한 토우는 신라가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신라의 주묘제인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이 아닌 작은 돌덧널무덤石槨墓에서 대부분 출토되었다. 남녀간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과감하게 표현된 토우를 비롯해 가야금을 연주하거나 피리를 부는 일상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토우들, 무거운 짐을 안고,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 봇짐을 어깨에 메고 있는 모습의 토우 등 예사롭지 않은 다양한 토우의 형태와 자유분방한 주제, 유머러스한 비주얼을 통해 당시 신라인들의 시대상을 천연덕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같은 종류나 다양한 종류의 동물의 조합, 또는 사람과 함께 조합되어 나타나기도 하는 동물토우는 하늘·땅·물의 세계에 사는 동물뿐만 아니라 상상의 동물인 용의 모습까지도 보여진다. 뱀·거북이·개구리·물고기·새·말·용·개·소·토끼·원숭이·물개 등 다양한 동물은 신라인들과 함께 했던 반려동물로써의 의미와 각 동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재생·풍요·부활·다산·영매)도 함께 담겨져 있다. 특히 뱀이 개구리의 뒷다리를 물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장면은 폭소할만한 재미 중 하나이니 눈여겨 볼 것.
천오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신라인의 소박한 일상생활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리인 신라토우전. 삶의 기록의 도구이기도 했던 그네들의 토우는 <사랑...탄생...>, <즐거움>, <일상생활>, <죽음>, <동물토우> 등 5개의 테마로 구성해 선보였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