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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월호 | 뉴스단신 ]

강진의 태토와 청자유약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4: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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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진 단국대학교 강진도예연구소 연구원

청자는 세계 최초의 자기입니다. 자기란 물의 흡수율이 적은 그릇으로 주로 저장용기로 쓰이던 도기와 질이 다른 그릇입니다. 도기와 자기의 가장 큰 차이는 유약의 차이입니다. 도기의 유약은 대체적으로 얇고 유리질의 형성이 약하여 저장용기로써는 그 역할을 다 하지만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담아 사용하기에는 불편합니다. 자기는 유약이 두껍고 유리질의 형성이 잘 되어 실생활용기로 쓰기에 좋은 그릇이 됩니다. 그 최초의 자기가 청자인 것입니다.
이 새로운 그릇은 당시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였고 오랫동안 사랑 받으며 아름답고 사용하기 좋은 그릇으로 발전하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변모합니다.
청자를 먼저 만든 것은 중국입니다. 3~4세기경 초보적인 청자의 시작으로 9세기경 질이 좋아지고 12세기 송나라 시대에 청자의 전성기를 맞습니다.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으로 9~10세기경 청자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우리도 12세기경 청자의 전성기 시대를 맞습니다. 무려 중국보다 600~700년 늦게 시작했지만 청자의 종주국에서조차 최고라고 인정받는 청자의 나라가 된 것입니다. 왜 우리의 청자가 최고라고 인정받았을까요? 청자의 그 무엇이 당대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현대에서 까지 사랑을 받고 관심을 가질까요? 그것은 세계에서 우리만 할 수 있었고 우리만 누릴 수 있는 문화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중국의 청자를 모방한 초기의 청자가 아니라 그들과 다른 흙과 우리만의 감성과 노하우로 만든 비색청자와 상감청자인 것입니다.
비색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이상으로 자리 잡아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완입니다. ‘천공술’이라 불리며 감히 접근하기가 힘들었고 청자에 대한 문헌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색은 비법의 대명사로 불릴만큼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려운 만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단절되었지만 우리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문화이기에 자신감도 생깁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만 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의 자연에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 그 비색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흙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흙으로 청자유약을 만들 수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태토의 선택
청자유약은 아름답고 투명한 옷입니다. 그 옷은 여러 가지 다양한 푸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안료나 물감의 푸름과 다른 것은 투명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청자는 맑고 투명한 바다의 싱그러움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태토의 색이 어둡거나 너무 밝으면 청자유약이 좋더라도 그 본연의 색이 나오기 힘듭니다. 청자토의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은 색감은 우리의 살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거기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고 속살이 은은히 비치는 청자는 매혹적이어서 보는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우리 선조 사기장들은 어떤 흙으로 만들었을까요?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전라남도 강진의 일대 어디에선가 채집하여 만들지 않았을까요? 바로 그곳이 청자의 산지이니까요.
태토를 찾아 강진 지역을 조사해본 결과 양질의 태토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구면 용운리 계곡, 마량면 바닷가, 강진읍 목리, 평동, 임천리 등에 분포한 흙들이 청자를 만들기에 적합한 점토입니다. 이 점토의 조성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점토들은 각자 다른 색깔과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운리 점토는 가소성과 발색이 뛰어나지만 높은 알카리 성분으로 낮은 내화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임천리 점토는 가소성이 뛰어나고 산화제이철의 함량이 낮아 청자토로써는 밝은 색을 냅니다. 알루미나성분이 적지만 낮은 알카리의 성분으로 높은 내화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석리 점토는 가소성이 뛰어나고 견운모질 도석으로 좋은 발색을 냅니다. 목리지역은 다양한 퇴적층이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 회색을 띄는 점토가 청자를 만드는데 적합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점토들이 강진지역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청자를 만들기에 적합한 이 다양한 흙들은 첫째 가소성이 뛰어나며, 둘째 1.4~3%사이의 산화제이철의 함량돼 있고, 셋째 70%대의 규석질SiO2함량과 알카리 성분인 Na2O3와 K2O의 적당한 함량으로 1200℃~1250℃의 온도에서 소결되는 내화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토의 특성은 청자의 색을 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청자 유약의 주원료
청자의 몸이 되는 태토가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몸에 입힐 옷, 즉 유약을 만들 차례입니다. 청자의 유약에는 적당한 량의 산화제이철이 필요하다는 것과 융제로 재나 석회석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옛 청자의 분석표를 보면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산화제이철Fe2O3의 함량이 1.5~3%사이 라는 것과 둘째 산화칼슘CaO의 함량이 20% 안팎이라는 것, 셋째 인성분P2O은 월주요 청자에는 있고 고려청자에는 없거나 아주 미세한 소량이라는 것, 망간성분MnO2은 그 반대로  우리 청자에만 있다는 것, 칼륨K2O성분이 우리 청자가 높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많은 도예가들은 투명유에 산화철을 섞어 청자유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선조들이 이룬 비색청자의 색에는 근접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각해봅니다.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태토와 마찬가지로 유약의 원료도 강진에 있지 않았을까요? 태토를 찾기 위한 실험을 하던중에 특이한 원료를 발견했습니다. 1220℃의 온도에  아래 사진처럼 주저앉아 버린 것입니다.
이 원료를 분석해본 결과 알카리 성분이 많은 흙으로 유약의 주원료인 장석입니다. 장석중에서도 소다장석으로 대량으로 산출되기 어려운 귀한 재료입니다. 이 장석은 강진지역 중에서도 사당리 미산부터 용운리 항동까지 여계산 중심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사실은 이 장석들의 분포와 고려청자의 가마터 분포도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 소다장석의 특이한 점은 산화제이철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산화철은 백자를 만들기에는 불필요한 불순물일지도 모르지만 청자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유약을 만드는데 인위적으로 산화철을 넣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청자의 색을 내는데 여러 가지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 장석을 그대로 유약의 원료로 사용하면 청자의 빛깔이 나오는 것입니다.
청자 유약의 조합
강진장석과 재, 부여장석과의 조합으로 청자유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는 동양의 대표적인 융제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재는 장석과의 조합으로 유리질을 형성하게 됩니다.
재의 선택 - 우리 선조들이 어떤 재를 사용하였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다양한 재들 중에서 장작 가마나 아궁이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소나무재를 선택했습니다. 장석과 재의 조합만으로 유약이 되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표면을 얻기 위해서 석회석이나  규석을 조합합니다.

여러 조합 중에 오른쪽 표와 같은 조합으로 다음과 같은 빛깔을 가진 청자유약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강진 장석의 장점을 요약해보면 첫째 산화제이철을 비롯한 산화 칼륨 등 청자의 색을 내는 적당한 량의 성분을 가지고 있고, 둘째 가소성이 있어 시유할 때 밀착성이 뛰어나 기물의 얇은 부분에도 유약이 벗겨지지 않으며, 셋째 낮은 온도에도 녹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자를 만드는데 있어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땅은 참으로 감사한 존재입니다. 다른 민족에는 없는 우리만 누릴 수 있었던 청자는 바로 우리만 가지고 있는 흙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의 살과 닮은 이 땅의 흙으로 푸른 하늘과, 투명한 바다, 싱그러운 강산을 표현하는 것. 청자 본연의 색을 찾아가는 것 그것은 우리의 본모습을 찾아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본 모습을 찾고 청자가 이 시대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을 그려봅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사진과 표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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