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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월호 | 특집 ]

도자문화의 새로운메카-울산 세계 옹기문화엑스포의 의미와 가치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4: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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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책기획팀장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주로 실내 장식용으로만 활용되는 귀족적 특성의 도자기와 달리 우리나라의 고유한 옹기는 강원도 양양군이나 서울 암사동 유적에서 가마터가 발견되듯이 기원전 60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우리민족의 삶의 변천사와 그 괘를 같이 하며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옹기는 120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구어지면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수한 기공들이 있어 발효식품이 만들어지는 동안 발생되는 발효가스를 배출하고 외부의 먼지나 빗물 등이 스며들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기능 때문에 옹기를 ‘숨쉬는 그릇’이라고 부른다. 이 원리는 첨단의류 소재로 알려진 고어텍스의 기능과 동일한 것이다. 또한 옹기의 이러한 특징이 김치냉장고의 기본원리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시한 일본 무장들은 다도에 정열을 쏟았는데, 이 때문에 자신들이 마시는 조선 최고의 도기를 직접 굽게 하기 위해서 경상도 일원의 옹기장들을 일본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로 인해 혹자는 임진왜란을 찻사발 전쟁이라고 부른다. 현재 일본국립도쿄박물관에 소장된 ‘오오이도차완’이라는 막사발 모양의 그릇의 설명서에는 16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것이고 쓰여 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막사발이 일본 도자기류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국보로 지정되었고 현재 교토의 다이도쿠사大德寺에 소장되어 있다.
옹기는 최근에 다양한 기법이 활용되고, 여기에 미학적 가치가 부가되면서 본래 옹기가 가진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특성에 심미적 특성이 추가되고 특히 보다 역동적인 축제 문화 속에서 다시 그 생명력을 피워내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옹기의 문화적 특성을 세계옹기문화엑스포라는 이름으로 2009년 울산대공원과 옹기마을에서 개최하기 위해서 현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9세계옹기문화엑스포
《생명의 그릇, 옹기Ong-gi, Earthenware of Life》라는 주제로 2009년 개최되는 세계옹기문화엑스포는 전통옹기와 발효음식산업을 활용한 참살이Wellbeing 전통문화 박람회적 성격을 가진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학술, 교류, 전시, 체험 이벤트 등을 통해 옹기(도기)와 발효음식을 주제로 한 국제문화엑스포를 실시함으로써, 옹기라는 문화자원의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울산시의 미래가치를 재확인하고, 문화 가치와 경제 가치의 결합을 통한 지역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는 전통성과 현대성의 조화를 통한 참살이Wellbeing를 지향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LOHASLif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를 추구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 생태를 강조하며, 문화가치와 과학적 합리성이 만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울산은 과거 급성장해 근대화를 선도한 공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선사 문화유적이 다량 출토되고, 다양한 고대문화와 호국, 민속 문화,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문화유산 및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는 점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군다나 여전히 국가의 경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문화 예술 기반과 창조력이 미흡하여 문화 이미지가 인지되는 정도는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과 문화 및 생태도시로써의 울산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옹기문화엑스포도 이러한 과정 중에 추진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울산시는 미래지향적인 문화관광과 산업기반을 하루 속히 마련하여 울산의 국제적 위상과 문화적 이미지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효율적인 홍보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며, 특히 옹기문화 매체를 통한 울산시의 문화적 가치 홍보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번 엑스포를 통하여 옹기의 전통 문화적 가치를 국제적인 문화 예술가치로 승화할 것이며, 이것은 결국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옹기 가치의 확산
과학적인 그릇인 옹기는 철판 못지않은 열 보존성을 지니고 있어 한식뿐만 아니라 서양식 식단에서도 활용이 용이하고, 심지어 초코렛 포장 등 서양식 과자의 포장 용기로의 활용 사례도 있을 만큼 현대식 푸드 코디네이팅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무한한 용기容器이다. 또한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한韓스타일1)에 포함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한국인의 식생활 양식의 일부로써 아름다운 한국인만의 정서를 담고 있다.
청동기를 비롯해 울산 해안 오리형 토기 등 다양한 원삼국, 철기시대의 토기를 보유하고 있는 선사 문화의 고장인 울산은 전통적 가치의 역사적 의미가 담긴 문화모형으로써의 옹기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전통문화유산인 옹기를 문화산업 발전의 주요 콘텐츠로 활용한다.  
옹기의 미적가치는 단연 단색조의 아름다움과 미니멀리즘의 조화를 통한 현대적인 가치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도자 문화가 동북아 3국간에 비교되어 한국만의 독자성이 상쇄되어 왔지만, 옹기의 경우에는 한국문화의 독자성을 분명히 드러내는데 유리한 소재라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국외에서 백자는 일본을, 청자는 중국을, 나전칠기는 동남아를, 한국은 옹기를 대표 도자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청자는 전라남도 강진을, 백자는 경기도 광주, 옹기는 울산을 지역 고유 상징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옹기의 역사적 가치는 한국만의 고유한 색감과 제조 방법, 형태를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는 데 있으며, 이에 따라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장인들이 실제로 활동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어느 한 순간 맥이 끊어진 단절의 역사가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 역사의 연속성을 옹기를 통해서 재확인 할 수 있고, 이러한 옹기로 인해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재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옹기의 환경 친화적 가치는 통기성, 위생성, 자연친화적 성격 등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자기瓷器와 비교하여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으나 현대 일반인들에게는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다. 따라서 옹기의 저장성과 발효 효과, 장식적 가치를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옹기는 물과 땅을 보존하는 환경친화적 매체로서 현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게다가 이같은 점은 에코 폴리스Ecological polis,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울산의 이미지와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옹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슬로우 푸드를 만들 수 있는 세계적인 참살이 그릇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라 하겠다.
옹기의 질박한 멋은 한국 사람에게는 전통적인 미美를 보여주는 공예품으로, 외국 사람들에게는 이국적인 인테리어 공예품으로 재인식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친환경적인 생활로 되돌아가려는 세태와 저장용기의 환경 호르몬 검출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 시점에서 옹기의 문화적 실용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오지그릇과 질그릇은 중요한 생활 용기였고 옹기의 사용은 항아리, 병, 양념단지, 접시에서부터 심지, 재떨이, 담뱃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였다. 더구나 저장음식이 발달한 한국의 식문화에서 옹기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용기였으며, 현재까지도 그 뛰어난 저장성으로 인해 김치나 장을 담는 독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옹기를 화분으로 사용하거나, 전통적인 집안 분위기를 내기 위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는 등 옹기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현대 도예가들도 한국 도예의 전통과 도구성 회복에 관심을 두고 일상의 도구로서의 실용성을 지닌 옹기그릇의 맥을 잇고 있으며, 수레질 기법을 이용하여 전통 문양이나 질감을 살리면서 디자인의 변형을 통해 현대적인 공예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옹기의 기원은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씨앗 저장의 필요성에 따라 제작된 빗살무늬토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추되며, 삼국시대의 고구려 벽화에도 옹기가 그려져 있고, 고려시대에도 옹기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기록들을 통해서 옹기의 역사적, 전통적 가치를 고증할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옹기는 서민들이 즐겨 사용했던 그릇으로 다양하고 실용적인 쓰임새를 보이며 지속되어 왔으며,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옹기는 전통적인 음식문화와 자연 친화적인 조상들의 삶을 반영한 문화적 산물로서 가치를 지닌다.
참살이 인식의 전환으로 옹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이 때, 옹기장인 30여 명이 전통옹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울산은, 가시적인 문화 표현체로서 옹기를 지역의 주요한 문화콘텐츠로 채택하였다. 사회적, 기술적, 경제적, 미적가치와 실용성을 모두 담고 있는 울산의 옹기는 지역민의 자부심과 문화 이미지 고양기제로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울산의 외고산 옹기마을은 현재에도 ‘외고산 옹기축제’라는 이름으로 지역축제가 개최되고 있으면서 색다른 문화 체험의 장소로 제공되고 있어, 울산의 옹기는 문화예술 교육의 소재로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옹기문화엑스포는 중국 대륙에 종속되지 않은 한민족만의 고유성을 효과적이고 집중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같은 고유성을 통해 중국의 대륙중심적인 동북공정2)을 반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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