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크kenneth Buke가 ‘인간은 상징Symbol을 이용하는 동물’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끊임없이 상징을 개발하고 이용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상징을 이용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의 부정적이고 비호의적인 면은 제거하고 자신을 대체하고 긍정적이며 호의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상징은 본질적으로 대체물 그 자체 또는 본질은 아니지만 그것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조각가 변대용의 제3회 개인전 <붉은 곰: 존재와 상징2008.9.5~9.28 한향림갤러리>은 기존의 대중적인 캐릭터를 회화적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작업 형태의 연장선상으로, 대중적인 캐릭터와 붉은 색상의 상징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2006년 <갈증이 나다>전의 흰색, 2007년 <동상이몽-보색>전에서의 다양한 색상들은 작가의 다소 개인적인 욕망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상징의 색color이었으며. 이번 전시에서 변대용이 선택한 주요 색상은 붉은 색The Red이다. 그는 붉은색으로 도색된 페트병들을 ‘인간’이라고 말한다. 전시장 바닥에 즐비하게 놓여진 붉은색의 용기들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에 의해 버려진 것들로 서로가 만들고 버리는 관계의 반추를 통해 인간성 회복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비현실성, 비물질적인 것, 추상적인 것, 우주적인 영원성을 말하며, 조건 없는 신의와 지속적 애정, 그리고 헌신과 진지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세계 야생 생물 기금의 심볼’이라 불리는 판다는 20C 후반 중국의 상징이 되었다.
판다는 캐릭터로서도 인기 만점이며, 대중 친화적이다. 핑크빛 무드에서 판다는
중국을 가리키며, 너구리들은 형태적으로 판다와 유사하거나 중국과 우호적인 아시아
의 일부 나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작가노트중에서)
익숙하게 알고 있는 대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전통적으로 ‘키치’라고 여겨지던 만화와 영상물은 순수회화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시장에 우뚝 서있는 변대용의 다양한 캐릭터의 곰들은 분명 작가들에게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일종의 ‘캐릭터아트’와는 다른 궤도 위에 서 있다.
작가에게 있어 곰은 그저 비유의 대상일 뿐이다. 때론 국가적인 이미지로 상징되는 이 캐릭터들은 특정 국가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연상시키는 매개체이며, 작가에게 있어서는 존재의 대상이자 상징의 수단이 된다. 변대용은 우리에게 친근한 대중적인 캐릭터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정치적 권력, 환경의 파괴로 인한 지구의 재앙과 같은 거대 담론들을 보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넓은 공간 속에서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는 변대용의 ‘곰’과 ‘팬더’, 그리고 붉은색의 정치적 풍경과 자본주의 논리에 귀속된 ‘용기 오브제’들은 이제 더 이상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도덕적이며 유희의 대상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