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리사티의 저서 『공예의 이론: 기능과 심미적 표현 A Theory of Craft; Function and Aesthetic Expression』이 지난 2007년 가을에 출간되었다. 리사티 박사는 삼십여 년간 교육과 미술 현장에서 겪어온 ‘공예는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이론적 사색을 책 속에 담아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예의 사회적 경계들과 공간성 그리고 일시성을 넘어선, 인간 가치를 표현하는 능력과 결합된 공예의 독특한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순수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공예의 실제적 구분을 기술하는 정규 이론저서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즈음 그의 글은 매우 선명하게 독자의 시야를 밝혀준다. 본지에 게재된 글은 2009년 새해를 맞아 리사티 박사가 한국의 월간도예에 보낸 특별 기고문을 번역한 것이다.
Craft and the Crisis of the Object in Western Culture(2)
공예와 디자인의 또 다른 차이를 들자면 공예는 항상 원품이며 독특하고 단 하나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공예의 오브제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다. 심지어 공예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한 세트의 의자도 그 각기 원품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디자인에서는 ‘독특함’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원품이라는 것이 없다. 다시 의자를 예로 들자면, 건축 디자이너인 마이스 밴 데르 로Mies van der Rohe가 만든 1929년 바르셀로나 의자Barcelona Chair같이 원품이고 독특하다 할지라도 디자인은 그 디자인이 전부이고 실제 사람이 앉을 수도 없다.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의자들이 사실적 오브제들이고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건 원품이라고 생각될 수 없다. 즉,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첫 번째 의자는 그 다음의 의자와 똑같다. 디자인과 기계 생산에는 원품 또는 복사품 이라는 것이 없고 필자가 ‘다수’ 라고 말하는 단지 같은 오브제의 무한정 생산만이 있을 뿐이다.
대량 생산은 전적으로 현대사회의 현상이다. 다시 말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한계라든가 원품이라는 것 없이 존재하는 세상이다.(결국, 기계에서 만들어지는 대량 생산의 수는 한계가 없다.) 사물들이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손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세상이 되어서 그 물건의 가치도 인간적 요소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교환의 기준으로 볼 때, 유통에서 수공예는 사람의 손이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변할 수 없지만, 다수에서의 가치는 변동의 여지가 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열 개의 의자들은 손으로 만든 의자 하나의 열 배 가격이다. 그러나 기계 생산에서는 이것이 정반대이다. 즉 의자를 사면 살수록 의자의 가격은 내려간다. 그래서 건축가 이자 디자이너인 로의Mies van der Rohe가 말한 "더 많아짐은 더 적어짐을 의미한다."는 사실이고, 실제로 의자를 더 살수록 그 각각의 가치는 더 낮아진다.
이러한 세상에서 수공예의 미적, 은유적 가치는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무언가 가르칠 수 있다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수공예품은 손과의 연관성 때문에 우리가 디자인과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생산품으로 형성된 관점으로부터 사물을 다르게 보고 이해하도록 세상에 빛을 발한다. 이것은 기계와는 다르게 손이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떤 형태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제한하는 요소 때문이다. 기계는 능숙하게 재료를 다루고 노동을 해냄으로써 제품을 무한정 생산하는 무제한의 파워를 가졌다. 사람의 손은 무엇을 만드는데 그것의 크기, 힘, 기술 그리고 심지어 지구력과 속도 같은 것의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한계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의 물건들과 어떻게 연관시키는가 하는 시간과 문화를 초월한 보편적 감각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손은 크기와 비율, 재료와 형태에 대한 인간을 구성하는 보편적인 표준과 기본적인 치수를 제공한다. 손은 지나치게 넘치는 것으로부터 풍부함을 구별하며 품질을 판단하는 어떤 기준을 공급한다. 요약하자면 손은 현재의 기계적이고 기술적 과학적 이성주의를 따라 만들어지는 우리의 사회 문화조직 구석구석을 반사해 우리에게 무엇이 적당하고 알맞은가 하는 타고난 인간적 감각과 더불어 우리가 존재하는 방법에 어울리는 감각을 제공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월간도예 2009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